‘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곳 호주 멜버른, 0.9평 ‘닭장 집’까지 등장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아름다운뇨자
작성일

본문


멜버른에 등장한 캡슐형 숙소. 한 명이 겨우 누울 만큼의 공간이다. /15 찰스 맨션 홈페이지



호주 멜버른은 ‘살기 좋은 도시’를 꼽을 때 빠뜨릴 수 없는 도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연구기관인 EIU가 2009년 이후 올해까지 14번 발표한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 7번이나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쾌적한 도심, 높은 소득수준, 안정된 치안을 자랑한다.

이런 멜버른에 지난해 닭장 같은 ‘캡슐 주택’이 등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람 하나가 겨우 누울 수 있는 3㎡(0.9평)짜리 캡슐 6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마치 커다란 세탁기를 6개 붙여놓은 것 같다. 각 캡슐에는 금고, 거울, 에어컨, 사물함이 딸려있다. 화장실은 공용이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 등장한 이런 비인간적인 주거 공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인기 만점이다.

캡슐 주택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보증금이 없고 전기료 같은 부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사는 이들이 선호한다.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다. 작년 여름 처음 등장했을 때는 임차료가 월 1400호주달러(약 117만원) 선이었지만, 이제는 일주일에 1400호주달러일 정도로 임차료가 4배쯤으로 뛰었다. 며칠을 묵는 여행객 고객도 있지만, 반년씩 거주하는 멜버른 시민들도 꽤 있다고 한다. 캡슐 주택 주인은 현지 언론에 “수요가 작년보다 50% 증가했다”고 했다.

멜버른에 이런 ‘닭장 주택’이 등장한 이유는 고질적인 호주의 주택난 탓이다. 호주를 대표하는 도시 시드니와 멜버른에서는 극심한 주택 부족으로 임대 매물이 나오면 집을 보려고 100명 넘는 사람이 기다리는 오픈런이 흔하다. 미국 도시 분석 민간 기구 ‘데모그라피아’의 작년 보고서에 따르면, 멜버른은 세계에서 다섯째로 집값이 비싼 도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도심의 주택 공급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작년 초 호주 정부가 다시 이민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팬데믹 기간 동안 눌렸던 이민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호주에는 하루 평균 1200명 넘는 이민자가 새로 몰려들고 있는데, 이들은 호주에서 집을 살 여력이 부족해 임차로 몰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존 호주인들의 인구 증가세도 연 2%가 넘기 때문에 주택난이 가중되고 있다.

수요가 넘치지만 공급이 부족해 호주 전역에서 주택 임대 시장 공실률은 1%대다. 사실상 상시 만실이라는 얘기다. 일부 집주인이 월세보다 수익률이 높은 에어비앤비 사업에 뛰어들면서 임대용 주택이 더 줄어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관련자료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