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총량 보존의 법칙 - 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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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썰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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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를 구조해온지 이제 3일차네요.


오늘 새벽에 맘마를 먹고 나서 난데없이 화장실에 들어가 벤토나이트를 벅벅 파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야 배변을 제대로 하기 시작하나보다 싶어 내심 기대를 했는데 그냥 모래장난 비슷하게 놀다가 나왔습니다. 어제 찍은 엑스레이상에는 변이 쌓여 있고 그 변 안에 모래 같은 이물질이 섞여 있다고 해서 하루빨리 이것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주기를 바랬는데, 변비 기운이 있었는지 아니면 그닥 불편하지 않았는지 장난만 치는것처럼 보이더군요. 물을 아주 조금밖에 안 마시는 터라서 소변도 거의 안 보는것 같아 걱정이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검색해 보니 3일이나 배변을 못 하는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니 진찰을 꼭 받아보라는 글들이 많았습니다. 아침에 벤토나이트를 뒤젹여 봤는데 전혀 감자나 맛동산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동물병원 여는 시간에 맞춰 진찰을 받으러 갔습니다. 사실 엑스레이를 한 장 더 찍어보고 변이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관장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간 거였습니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서 병원에 들어가니 다행히도 마눌신님께서 포도가 덩어리 두 개를 배변했다고 하더라구요. 수의사 선생님께서 배변유도를 해 주셨답니다. 소변도 조금 봤다고 해서 안심하고 집에 왔습니다. 아, 결막염 치료와 가슴의 염증 치료도 물론 받고 왔습니다.


집에 와서 맘마를 더 먹였습니다. 맘마 먹을때 아예 물도 같이 먹을 수 있도록 사료가 찰랑찰랑 잠기도록 물을 부어서 주라고 하셔서 그렇게 해줬는데, 아니나다를까 사료를 게눈 감추듯 다 먹어버리네요. 물도 다 마셨구요. 




그러고 나서는 세상에... 그루밍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한참 놀다가 다시 화장실로 가서 모래 파기 놀이를 하는가 싶었는데 아기가 엉거주춤 앉는겁니다. 조금 애를 쓰는 것 같았는데, 잠시 후 거대 맛동산을 생산해냈습니다! 드디어 최소 사흘 이상 차 있던 묵은 것들을 후련하게 해결한 겁니다.


아이가 점점 활발해지는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여기 반달곰의 정기를 받은 검은 고양이가 있다! 곰같은 힘이여 솟아라! (이제보니 올 블랙은 아니였고, 가슴쪽에 약간 흰 무늬가 있습니다. 뒷발로 서지 않으면 거의 안보입니다.)



오늘 오후부터 외출을 해야 해서 저녁 10시쯤 귀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포도녀석이 아예 맛동산 공장을 차린듯 했습니다. 안아주려고 손을 가져가면 하악질을 좀 하긴 하는데 솜방망이질은 이제 안하네요. 살짝 안아올려 품어주면 잠시 후 골골거리기 시작하면서 바둥거리기 시작합니다. 주변이 슬슬 궁금해지나봅니다.


저 말고 다른 생명체가 시원하게 거사를 치르는 것에 제가 다 속이 시원해지는건 오래간만의 경험이네요. 포도 녀석이 이제 꽃길만 걷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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