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축구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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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꼬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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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지난 주말 강등당한 그 팀의 오랜 팬입니다.


와이프를 사진속 저 자리 N2 맨 앞줄에서 처음 경기장에서 만났고

결혼도 본 경기장에 있는 예식장에서 했습니다.

프리미엄석 시즌권을 매년 4장 구매합니다. (올해는 올라서 장당 55만원이었네요)

홈경기는 당연하고 와이프는 잘 안가지만 저는 원정경기도 대부분 참석합니다.

경기있는 날엔 여행/약속 거의 안잡습니다.

지금 실력으로는 아챔은 꿈도 못꾸지만 아챔원정도 당연히 갑니다.

일년중 거의 9달을 그렇게 생홣하다보니 자연스레 축구장 인연들과도 가족처럼 지냅니다.

저는 아이가 없지만 지인의 아이들도 자연스레 같은 팀을 응원합니다.

처음엔 골대뒤의 서포터로 시작하여 소모임을 이끌고 N석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많은 관여를 하였지만

이제는 뒷방 늙은이가 되어 야인처럼 축구만 보고 있습니다.

우리팀을 응원하는 쪽으로만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N석에 있을때도 현재도 타팀을 비방하고 비난하는데 힘을 쏟은 적은 없습니다.

상대팀의 연고지에 큰일이 생기면 위로와 응원의 배너를 달기도 하는 그런 낭만이 저는 더 좋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조롱은 사실 저에게 타격감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토요일 경기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울리자 빅버드에는 정적이 흘렀습니다.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울음을 터지기 시작하니 이게 현실이 맞구나 싶습니다.

와이프가 어린아이처럼 우는군요. 장인어른도 눈물을 살짝 훔치셨습니다.

염기훈 감독대행이 마이크를 잡고 팬들이 그의 노래를 불러주자

제 눈에도 눈물이 흐릅니다.


와이프가 술을 많이 마시지 말고 집에 일찍 오라고 했지만

빠르게 소주병은 늘어만 갔고 지인들이 모여서 한탄을 합니다.


대리운전을 기다리는데 전부 수원의 롱패딩을 입고 있으니 지나가는 모르는 아저씨가 말없이 안아줍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어리둥절 하고있는데 본인도 수원팬이시라고...우리 다들 힘내자고 위로해주시네요

다 합치면 나이가 400살이 넘는 검고 큰 아재들이 서로 포옹을 해주며 눈물을 닦고 집으로 향합니다.


내년 시즌의 원정은 처음 가보는 경기장이 많겠군요..

오래간만에 광양, 경남도 다시 가볼테고

한시즌만에 다시 승격을 할지 2부리그에서도 동네 북으로 전락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팀, 우리 선수, 내 동료들이 있으면 또 금방 우뚝 일어설 수 있지 않나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올시즌엔 우승할 수 있다는 그 아주 낮은 희망을 가지고 매년 시작했으니까요.


청춘을 빅버드에 갖다 바친 아재의 넋두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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