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쇳물은 쓰지 마라.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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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체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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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서 20대 철강업체 직원 용광로에 빠져 숨져]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태안화력 하청 근로자 고 김용균 씨 빈소 조문 행렬]


첫눈이 지상의 허물을 덮던 날.

조금은 착해진 줄 알았는데

며칠도 못 가 세상은

또 한 사람을 죽였습니다.


뒷짐 진 허연 손은

짜증이 났습니다.

구급차를 서두르지 않습니다.

밥그릇에 집중합니다.


식은 몸을 치워버리고

스위치를 켭니다.

시간이 굳습니다.

돈이 굳습니다.


이놈의 세상

만날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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