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의원 페북업 - 뭐야? 김의겸 친노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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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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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출입하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오해가 “대통령을 늘 가까이서 지켜볼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러나 진실은 텔레비전 9시 뉴스를 열심히 보는 사람보다도 대통령 얼굴 볼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청와대를 고정적으로 출입하는 각 언론사의 기자 50여명이 2∼3명씩 돌아가면서 대통령 행사를 대표로 취재하다 보니, ‘알현’할 수 있는 기회란 기껏해야 한달에 2∼3번 꼴이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순방도 예외는 아니다. 13일 현재까지 기자가 대통령을 직접 보며 취재한 것은 출국하던 날 비행기 안에서 한 번, 멕시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한 번, 그렇게 딱 두 번이었다. 그 두 번에서 서로 다른 얼굴을 가진 두 명의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

첫번째는 ‘손가락 빠는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은 8일 특별기 안에서 59번째 생일을 맞아, 기자들이 준비한 케이크를 받았다. 노 대통령은 촛불을 훅 불어끄더니, 손가락으로 케이크를 찍어 입으로 가져간 뒤 ‘쪽’ 소리가 나도록 빨아먹으며, 익살맞은 표정을 지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한민국은 큰 걱정거리가 2개 있다. 하나는 태풍이고 하나는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이 비행기 타고 나가니 열흘은 나라가 조용할 것이다. 태풍만 막아라고 했더니 청와대 참모들이 ‘그말 맞다’고 공감을 표시하며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뒤집어진 것은 물론이다.

뒤늦게 멕시코로 배달된 몇몇 신문들을 보니, 대통령의 이런 행동과 말은 ‘조롱거리’로 표현됐다. 말 많고 가벼운 대통령이라는 인상을 확증해주는 훌륭한 소재였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노 대통령은 스스로를 ‘희화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2002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고비를 맞은 광주에서다. 후보 연설을 끝낸 경선 주자들은 대기실에 모여 초조하게 투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 갈 데가 마땅치 않으니 한 테이블에 둘러 앉아있기는 했지만, 서로 얼굴 보기가 민망한지 다들 딴전을 부리고 있었다. 이인제 의원은 한 참모와 귀엣말을 나누고 있었고, 한화갑 의원은 돋보기를 쓰고 신문을 읽고 있었으며, 당시의 노무현 후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천정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어색함을 참을 수 없었던지, 한 기자가 불쑥 말을 꺼냈다. “제가 한 일주일 전쯤 미리 광주에 내려와 취재를 해보니, 노 후보 인기가 수직상승이예요. 그렇지만 발동이 너무 늦게 걸렸어요. 광주 경선이 한 열흘만 늦게 치러진다면, 아마 노무현 후보가 일등을 할 수도 있을 텐데…”

한 시간 뒤 ‘오보’로 밝혀진 이 기자의 말은, 그렇지 않아도 썰렁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어느 후보는 헛기침을 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때 노 후보가 이렇게 말을 받았다. “내가 항상 그 모양이에요. 사법시험 볼 때가 다가오면 꼭 열흘씩 모자라더라구요. 시험 떨어질 때마다 ‘시간만 좀 더 있었으면’ 하고 땅을 쳤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다 공부 못하는 사람들 변명인데…” 순간 경쟁 후보들은 머리가 젖혀지도록 웃음을 터뜨렸고, 잠시 동안이나마 어색한 분위기가 풀렸다. 노 후보가 스스로를 ‘공부 못하는 사람’으로 몸을 낮춘 결과이다.

노 대통령이 의원 시절 술자리에서 곧잘 추곤 했다는 곱사춤도 자신을 ‘웃음거리’로 기꺼이 내던진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안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늘 근엄한 얼굴로 국가의 중대사를 논하던 역대 대통령의 고유한 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세련된 몸짓으로 격조높은 유머를 구사했다는 레이건 등 미국 대통령들과도 딴판이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이 “탈권위는 좋은데, 그래도 대통령이 권위는 지켜야지”라는 핀잔을 듣게 되는 것인지 모른다.

두번째 만난 대통령은 ‘늘 기록하는 대통령’이다.

지난 10일 노 대통령이 멕시코에서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난 뒤 기자회견을 할 때였다. 두 나라 장관들이 형사사법공조 조약 등 두 나라 사이의 협정에 서명하는 ‘의식’을 치르는 동안, 폭스 대통령은 무표정한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한 반면, 노 대통령은 종이 한 장을 집어들더니,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때로는 뭔가 생각을 해내려는 듯 고개를 들고 눈을 깜박이기도 했다.

그 메모의 정체는 노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았을 때 드러났다. 노 대통령은 “한국과 멕시코가 훌륭한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다”며 “양국의 경제규모가 비슷하고, 경제가 발전해온 경험도 유사하다. 최첨단 선진국가와 후발국가 사이에, 중간에 끼여서 양쪽으로부터 공략을 받고 있다는 점도 흡사하다”고 이유를 설명해나갔다. 별명이 ‘인간 기중기’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폭스 대통령이 무뚝뚝한 표정을 풀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한 게 서너차례였다. 폭스 대통령이 미리 준비된 원고를 무미건조하게 읽어내려 간 것에 비하면, 노 대통령의 말은 현장과 호흡을 함께하는 살아있는 연설이었다.




▲ 멕시코·코스타리카 방문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한 노무현 대통령이 9일(한국시각) 첫 방문지인 멕시코로 향하는 특별기에서 59회 생일을 축하하는 케이크를 받고 촛불을 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은 가끔 연설문 작성팀이 미리 준비한 원고를 버려버리고, 현장의 분위기를 반영한 입말체 연설을 할 때가 있다. 자신이 애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다. 이 때문에 연설문 작성팀에서는 힘이 빠질 때가 많다고 한다. 노 대통령의 이런 현장성은 청중들의 분위기를 읽어내려고 애쓰는 집중력과 늘 메모를 하는 진지함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여진다.


언젠가 노 대통령이 불쑥 기자실을 찾아와 ‘연정론’을 펼 때였다.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마자 펜과 메모지를 찾았다. 미리 준비하지 못해 당황한 김만수 대변인은 허겁지겁 자신이 쓰던 수첩을 윗주머니에서 꺼내 탁자 위에 펴주었다. 회견이 끝난 뒤 김 대변인에게 되돌아온 수첩을 보니, 기자들의 질문 내용을 꼼꼼하게 적어내려간 정갈한 글씨체를 볼 수 있었다. 김 대변인은 여유있게 쓰라고 수첩의 중간 쯤을 펴서 전달했는데, 노 대통령은 수첩의 낱장을 거꾸로 넘겨, 김 대변인이 쓰던 부분에서부터 이어 내려가 적는 섬세함도 보였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이런 차분함은 잘 전달이 되지 않는다. 적대적인 일부 언론은 대통령의 경솔함과 경박함을 부각시키느라 바쁘고, 그렇지 않은 언론이라도 대통령의 장점은 낯이 간지러워서라도 쓸 수가 없다. 아니 아예 기사 자체가 안 된다. 노 대통령의 불행이 시작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의 선택은 무엇일까?

정답은 노 대통령 스스로 튀는 걸 최대한 자제하고, 자신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참모들도 숱하게 건의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타고난 천성이어서인지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

아니, 노 대통령은 그렇게 자신만의 고유한 소통 방법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숨막히는 엄숙주의로 무장한 권력의 성채에서 내려와, 저자거리의 장삼이사(張三李四)와 어울리며 가슴과 가슴으로 만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런 대통령 하나쯤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신동엽의 시 <산문시 1>은 이렇게 시작한다.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은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가더란다”이다.

대통령이 싣고 온 막걸리병을 국민들이 함께 기울일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또다른 오해는 마시라. 대통령을 가까이서 지켜보지도 못할 뿐더러, 대통령 되기 전에도 막걸리 한잔 얻어먹은 적이 없으니….


기사등록 : 2005-09-13 오후 01:36:47

기사수정 : 2005-09-14 오후 02: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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