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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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정호승-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푸른 바다의 길이 하늘의 길이 된 그날 
세상의 모든 수평선이 사라지고 
바다의 모든 물고기들이 통곡하고 
세상의 모든 등대가 사라져도 
나는 그대가 걸어가던 수평선의 아름다움이 되어 
그대가 밝히던 등대의 밝은 불빛이 되어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한 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느냐 
혹시 배는 고프지 않느냐 
엄마는 신발도 버리고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아빠는 아픈 가슴에서 그리움의 면발을 뽑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주었는데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긴 먹었느냐 

그대는 왜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것인지 
왜 아무리 보고 싶어 해도 볼 수 없는 세계인지 
그대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 
팽목항의 갈매기들이 날지 못하고 
팽목항의 등대마저 밤마다 꺼져가도 

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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