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올) 민중가요와 소녀시대, 그리고 방탄소년단 + 2022년 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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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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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글 절필하겠다고 했지만 짧은 글 하나만 쓰고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제가 2020년 12월 19일에 민중가요, 소녀시대, 방탄소년단을 엮어서 쓴 글이 있습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5705817CLIEN

(전문은 아래에 붙여보겠습니다)


정치는 생활이고, 생활 면면이 정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이돌 덕후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세계 케이팝 남자아이돌 팬덤은 한국 남자아이돌이 군대를 가야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현 문재인 정권에서는 육군 기준 18개월의 군생활을 하면 되지만, 이건 대통령 령으로 조정해놓은 기간이라서 언제든 24개월로 원복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령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간이 플러스마이너스 6개월이라서 24+6도 가능한 것이 현 제도입니다. 24개월로 군 복무 기간이 돌아간다면, 케이팝 팬들이 기다려야 하는 기간도 6개월 늘어나는 셈입니다. 아이돌의 비활동 기간이 6개월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팬들의 보고싶은 마음과 참아야 하는 고통이 늘어나는 것이죠. 게다가 남북간 대결 양상도 강대강 구도로 간다면 불안감도 올라갑니다. 아이돌을 포함한 한국 전장병의 안전한 복무를 위해서라도 남북간의 대화가 지속되고 평화가 지켜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치와 동떨어져 보이는 아이돌 덕후 생활마저 이렇게 정치와 바짝 붙어있습니다.


다시 만난 세계는 새시대 새 민중가요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 시초로 보이는 2016년 이대 학생들의 시위도 그러하고, 요즘 보이는 덕후들의 민주당 앞 지지 시위도 그러합니다. 다수 인원의 제창에 적절한 템포와 가사의 의미, 그리고 저변성까지. 아이돌 노래 중에 이만큼 민중가요로 적합한(?) 노래는 없을 겁니다. 다시 만난 세계 뿐입니까. 방탄소년단의 노래들도 가사가 담고 있는 사회성을 고려한다면, 케이팝은 전세계의 민중가요(?)가 될 수 있습니다.


정말로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을 전개합니다. 2016년 보았던 그 변화는 홍콩, 태국, 미얀마 등 전세계를 돌아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것은 한국 정치의 판도를 바꾸는 변곡점이 될까요. 대선은 민주진영이 졌지만,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에 대한 다스뵈이다 내용 1시간 25분쯤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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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9일에 작성한 원글입니다)



일단 대학생 때 선배들로부터 배웠던 민가 중 바위처럼부터 이야기해보고 싶네요. 2000년대 초반 캠퍼스에는 소수의 운동권이 남아있었습니다. 90년대 중반 한총련 사태로부터 운동권의 기세는 꺾이기 시작했고, 시대의 변화와 함께 '비운동권'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 '비운동권'이라는 이름은 요상합니다. 이것은 '반XXX' '안티XXX'과 같은 어법으로 만들어진 단어죠. 선거 관점에서 보면 네거티브 전략입니다. 일단 상대방에게 '운동권'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자신은 '비운동권'임을 자처하면서 시작하는 약간은 치사해보이는 네거티브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성공적이었고, 소위 운동권 세력은 대학의 주요무대에서 밀려나 주변부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권력을 잃음과 동시에 그에 동조하는 학생들의 숫자도 많이 줄었죠.


하지만 줄었다고 해도 대학생 문화에 뿌리 깊히 박혀있던 운동권 문화는 소수에게나마 이어져내려왔고, 2000년대 초반 학번들도 민가를 배우고, 막걸리를 마시면서 민가를 부르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 옛날처럼 격렬한 학생운동을 하던 세대는 아니어도, 길거리에서 시위를 하던 일도 있었고, 수많은 대학 소모임에서 민가는 그 자리에 있는 대학생들을 묶어주는 하나의 문화적 상징이자 생활양식이었습니다. 민중가요가 없는 시위나 소모임은 앙꼬 없는 찐빵 같았죠.


이렇게 근근이 하지만 면면이 이어져내려오던 운동권의 문화는 점차 사라져갔습니다. 소수의 문화계승자들은 극소수로 더 줄어들었고, 운동권에 대한 반감은 왜 그래야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생각지 않고 학생들에게 더욱 퍼져 갔습니다. 2000년대 초반학번에서 2000년대 후반 학번으로 갈수록 운동권 성향을 띄었던 소모임이나 동아리는 해체됐고, 그 자리를 취업동아리, 스터디소모임이 채워갔죠. 운동권 문화는 그렇게 사라져갔습니다.


하지만 학생운동이 사라졌다고, 학생들의 시위가 사라지는 일은 없습니다. 대학이라는 사회도 불공평한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캠퍼스 내에서 가장 약자 위치에 처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의견 표명수단은 시위가 거의 유일합니다. 그것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 2016년에 있었던 이화여대의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반대'에 대한 시위입니다. 이대가 '취업을 위한 학위 장사'를 한다는 의혹을 받았고, 이대생들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반대하면서 이에 대한 시위로 본관을 점거하기도 하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투입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대생들이 대학과 경찰측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정유라 입시 비리' 사건이 한겨레를 통해 보도되었고, 결과는 우리가 알다시피 국정논단 사태과 박근혜의 탄핵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정운호의 도박이 구국의 도박이었다면, 이대의 시위는 구국의 시위였던 셈이죠. 흥미롭게도 이때 이대 시위를 묶어준 노래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입니다.


약 1분 30초간 이어지는 이 '다만세' 제창 사건은 식상한 표현이지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일단 민중가요의 맥이 끊어졌다는 것을 명백히 드러낸 것은 물론이고, 이 비어있는 자리를 아이돌의 노래가 채웠다는 것까지 말이죠. 소위 요즘 지칭되는 MZ 세대를 묶어주는 문화에서 아이돌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소이고, 그 중에서 소녀시대는 단연 최고의 인지도와 대중성을 갖춘 그룹이었습니다. 소녀시대는 남녀 아이돌을 포함해서 대중적 인기는 단연 1위였고, 그 팬덤도 수위를 다툴 만했습니다. 그러니 소녀시대의 노래를 선택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아주 당연한 결과였죠.


음악적으로도 '다시 만난 세계'는 묘합니다. '다만세'는 소녀시대 정규 1집에 실린 노래입니다. 원래는 SM의 선배그룹인 밀크의 노래로 정해졌다던 이 노래는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가 소녀시대가 앨범에 넣음으로써 살아난 노래입니다. 그래서 이 노래는 2세대 여자아이돌의 노래와는 아주 다른 성질을 띱니다. 2세대 여자아이돌 히트곡의 특징은 후크송입니다. 특정 구간을 지겹도록 반복해서 뇌리에 꽂혀서 '수능금지곡' 수준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당대 히트곡이 갖춰야 할 덕목이었습니다. 소녀시대의 Gee나 원더걸스의 Tell Me, Nobody 모두 그런 특징을 지니고 있죠. 하지만 '다만세'는 이런 후크가 없습니다. 외려 1세대나 1.5세대에 가까운 노래입니다. 그 얘기는 다소 템포가 느리고 다수의 인원들이 제창하기 좋다는 뜻입니다. 시위에 사용되기에 아주 좋은 음악적 특징을 가진 것이죠.


이 와중에 태국의 반정부 시위에서 BTS의 노래가 불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다스뵈이다에 올라온 김영대 평론가의 이야기에 따르면 태국 반정부 시위현장에서 그 시위 현장을 묶어주는 노래로, 그리고 위로를 전해주는 노래로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사용되고 있고 (동영상 28분쯤), 이것은 2016년 소녀시대의 다만세가 그러했던 것처럼 시위현장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화적 매개체라는 것입니다. 세상을 위로하고 자기를 사랑하라는 방탄소년단의 주된 메시지는 오랜 시위로 지친 사람들에게 필요한 메세지인 셈이죠.


더욱 흥미로운 것은 '다만세' 역시 태국의 시위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https://www.kpopstarz.com/articles/295348/20201020/girls-generation-into-the-new-world-played-protest-thailand.htm

태국 왕실과 현 집권세력에 대해 반대를 하면서 '다만세'를 부른다는 것은 여러모로 2016년 이대의 시위를 떠올리게 합니다. 제목에서 시작해서 가사에 담고 있는 메시지가 그러하고 K팝 그룹으로서 소녀시대의 상징성도 그러합니다. K팝이 가진 긍정적 메시지와 문화적 파급력은 이제 한국을 넘어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세계 각지의 MZ 세대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태국 시위현장에서 K팝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자신들을 단결하고 위로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자신들의 사안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을 촉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자신들의 시위가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고, 전세계 K팝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서 이슈에 대한 관심을 재고시키고 주장에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투쟁의 수단인 것이죠.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겠지만, K팝은 세계의 젊은 세대들에게 연대의 매개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하나의 예가 공화당 유세장 노쇼 사건도 있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11694068


틱톡을 중심으로 미국 K팝 팬들은 공화당의 트럼프 유세 현장에 참가신청을 하되 노쇼를 해서, 그 현장에 트럼프만 서 있게 하자는 메시지를 퍼뜨렸고, 그 운동은 매우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게다가 젊은 층이 대거 참여한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를 끌어내리고(본인은 인정하지 않지만), 조 바이든을 당선시키기도 했습니다. 대다수 K팝 곡에는 정치적 메시지가 없지만, 그 팬들은 자신들을 연대시키고, 필요에 따라 정치적으로 사용하기도 하면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K팝을 중심으로 말이죠.


K팝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맨처음 흘러들어가면서 '한류'라는 말을 만들어냈을 때는 누구도 이런 시대적 현상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한류에 비판적이던 누군가는 '류(流)'라는 글자 자체가 흘러간다는 의미니 곧 흘러떠내려갈 현상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K팝은 이제 전세계로 퍼졌음은 물론이고, 이제는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하위문화를 벗어나 메이저까지 노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방탄소년단이 있구요. 한 때는 아이돌이라는 음악 자체를 비판하고, 너무 음악이 아이돌판이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지만, 그 아이돌 음악이 한국을 상징하고 한국문화를 전할 뿐만 아니라 전세계 MZ 세대의 문화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주제가 되었습니다. 2020년에 엄청난 성과와 문화적 파급력을 가졌던 만큼 2021년에도 수 많은 K팝 그룹들이 더 좋은 노래로 세상을 위로하고 연대시켰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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