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님, '조국만큼만 털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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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그들은 왜 나경원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가
[하성태 기자]
▲ 지난해 9월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개최한 '문재인 정권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대회' 연단에서 자신의 자녀 포함해 모두 다 특검을 하자고 주장했다. |
ⓒ ytn |
"문재인 딸 아들, 조국 딸 아들, 황교안 대표 딸 아들, 저희 딸 아들, 다 특검합시다, 여러분!"
나경원 의원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지난해 9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 의원은 '문재인 정권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대회' 연단에 올라 이렇게 외쳤다. 단순한 정치적 수사였을까, 본인 자녀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에 대해 결백하다는 자신감의 발로였을까.
그즈음 시민단체의 고발로부터 출발한 '나경원 국회의원 자녀 학사 특혜 의혹 수사'는 현재 검찰(서울중앙지검 형사7부 이병석 부장검사)과 경찰(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이 동시에 수사 중이다. 특히 검찰 수사는 지난 9월 형사1부에서 형사7부로 재배당됐다.
이전까지 민생경제연구소와 전교조 등으로부터 13차례 고발을 당한 나 전 의원은 단 한 번의 피고발인 조사도 받지 않았다. 반면 참여연대의 '그사건그검사' 사이트에 따르면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지난 2월까지 5차례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다시 목소리 내는 나경원
검찰 수사의 경우 사건이 재배당되면서 수사가 속도를 내는 분위기인 건 맞다. 지난달 13일 법무부 국정감사 자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나 전 의원 수사와 관련된 한 여당 의원의 질문에 "서울대병원과 스페셜올림픽코리아(
SOK
) 관련 (영장을) 재청구해 발부됐고 9월 29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영장 기각 후) 성신여대 압수수색 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사건 재배당 이후 수사 속도가 진척을 내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이번엔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의지를 신뢰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한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법원은 나 전 의원 자택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기각 사유는 '(증거)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고 중대한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란 취지라고 알려졌다. 10일 오후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일제히 '이성윤 중앙지검의 헛발질', '무리수', '압수수색 강행'과 같은 기사가 쏟아졌다.
나 전 의원은 또 다시 목소리를 냈다. 작금의 검찰 수사가 "끝없는 정치 보복이자 야당 탄압"이란 취지의 11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였다.
작년 원내대표로서 투쟁한 것에 대한 끝없는 정치 보복이자 야당 탄압입니다. 검찰은 스스로 부정한 권력의 충견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저를 소환하는 것이 두렵습니까? 치졸한 변명으로 일관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법대로 하십시오. 저는 언제든 출두하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추미애 검찰'을 기각해야 합니다. 상대편에는 없는 죄 뒤집어씌우고, 자기 편의 죄는 덮으려하는 문재인 정권의 폭정이 멈출 때까지 저는 싸우겠습니다. 불의가 정의를 삼키는 위기의 시대입니다. 저는 끝까지 소명을 지키겠습니다.
그러자 나 전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전한 포털 기사엔 "조국만큼만 털어도 될까요"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우리 법원의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은 1%대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영장 기각 사유는 담당 판사마다 법 해석이 다를 수 있다. 지난해 8월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를 강제수사하던 검찰의 압수수색 장소가 몇 군데였는지를 떠올려 보라.
아들 의혹, 합리적 의심인가
사실 영장 기각은 부차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핵심은 나 전 의원 아들과 관련한 의혹이 얼마나 '합리적 의심'에 부합하는가이다.
"택배노동자의 아드님이 '국제 학술 학회에 발표를 하겠다' 그러면 총장님 입장에서는 서울대 실험실을 한 달 동안 빌려준다든가 서울대에 적을 두고 있는 대학원생에게 그 연구노트를 검토하게 한다든가, 발표비용을 연구비로 댄다든가, 이렇게 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지난달 22일 서울대 국정감사에서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서울대 오세정 총장에게 질의한 내용이다. 아들이 특혜를 받을 수 있도록 나 전 의원이 서울대 동문인 의대 교수에게 청탁한 결과가 택배노동자의 자녀에게도 가능할지에 빗댄 것이다.
이에 대해 오 총장은 "서울대학교 시설을 외부인이 절대로 못 쓰게 한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거나 "각 교수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없다는 게 문제"와 같은 답을 내놨다.
▲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서울대학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0.10.22 |
ⓒ 공동취재사진 |
이와 관련해 지난달 15일 더불어민주당 서동명 의원이 공개한 나 전 의원 아들 특혜 의혹과 관련한 서울대 연구진실성연구위원회의 결정문을 꼭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결정문에서 서울대는 우선 서울대 의대 윤아무개 교수가 아들의 엑스포(미국 고고생 대상 경진대회) 참가를 도와달라는 나 전 의원의 부탁을 받고 의대 의공학 연구실에서 연구를 수행하게 했다고 명시했다.
서울대는 또 문제가 된 2개의 논문 포스터 중 '광전용적맥파(
PPG
)와 심탄동도(
BCG
)를 활용한 심박출량 측정 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나 전 의원 아들이 직접 연구를 수행, 제1저자 표기가 부당하지 않다고 봤다. 두 번째 '비(非)실험실 환경에서 심폐 건강의 측정에 대한 예비적 연구' 논문 포스터의 제4저자 표기는 '부당한 저자표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나, 위반 정도는 경미하다고 결론 냈다. (다만, 서울대병원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는 제1저자 표시 논문과 관련, 생명윤리위원회(
IRB
) 심의 대상이었지만 심의를 받지 않지 않은 것이 '규정 미준수'라고 판단했다.)
서울대는 또 결정문에서 서울대 대학원 신입생 중 한 명이 참석이 어려웠던 나 전 의원 아들을 대신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 신입생은 나 전 의원 아들 대신 '제1저자 논문 포스터' 내용을 정리하고 발표자로 학회에 참석했고, 논문 포스터에도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는 이를 '부당한 저자표시'라고 판단했다.
특혜 시비를 불러올 만한 문제는 또 있었다. 강민정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관련 지출내역에 따르면 이 서울대 대학원 신입생이 학회에 참석하며 쓴 부대비용 수백만 원은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 전 의원 아들의 해외 학회 발표 대리 출석에 국민의 세금이 쓰인 것이다
(관련 기사: '나경원 아들' 대리 발표자 해외 출장비, 복지부 돈이었다
http
://
om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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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xma
).
이를 두고 안진걸 소장은 "특혜와 비리를 넘어, 혈세로 운영되는 국립 서울대가 나경원씨 집안 입시컨설팅 기관으로 전락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이 전 과정이 특혜가 아니고 엄마찬스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 10월 22일 오후 서울대가 강민정 의원에게 보낸 서면 답변서. |
ⓒ 강민정 의원실 |
나 전 의원은 국정감사 직전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설명할 테니 증인으로 출석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서울대 현직 총장이 이렇게 국감장에 출석해 특혜 논란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투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언론사나 방송사들 모두 이를 제대로 조명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교사 출신인 강민정 의원은 "나경원씨가 '엄마 마음'이라고 하는데 이건 누가 봐도 명백한 특권이고 특혜를 행사한 '엄마 찬스'"라고 꼬집었다. 나 전 의원은 국정감사 전 "2014년 당시 아들이 과학경진대회에 도전하겠다고 했는데 '지도 선생님이 없다'고 해서 엄마의 마음에 지인을 통해 도움을 받은 것"이라며 해당 의혹을 일축한 바 있다.
어떠한가. 나 전 의원은 아들이 논문과 논문포스터를 작성할 수 있도록 '엄마의 마음'으로 지인인 서울대 교수에게 청탁을 했다. 나 전 의원 아들은 이후 예일대에 입학했고, 해당 논문 발표 등은 예일대 입시 자료로 활용됐다.
이 모두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엄마의 마음'만으로 가능한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회의장에 '조국은 유죄다. 범죄 장관 임명 철회하라 .' 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2019.9.10 |
ⓒ 남소연 |
법원과 검찰 그리고 서울대
"지난해부터 나경원 전 의원에게 아들이 미국 고교 재학시절 서울대에서 받은 특혜와 논문의 부당한 저자표시, 대리 발표와 공금 부당사용 의혹, 딸의 입시부정, 성적조작, 스페셜올림픽코리아(
SOK
) 부정채용 의혹 등에 대해 엄마의 특권을 행사한 '엄마 찬스'이고 부정 비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나경원 전 의원은 '엄마의 마음'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언어로 회피하고 비리 의혹에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10일 민주당 박성현 상근부대변인이 '나경원 전 의원은 서울시장 꿈을 꾸기 전에 해명하고 사과할 일이 더 많습니다'라는 제하의 논평에서 갈무리한 나 전 의원 자녀 의혹 사건의 정리다.
'엄마의 마음'을 말한 나 전 의원은 앞서 2016년 이후 언론을 통해 제기된 딸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당시엔 (서울시장 후보 등록을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기에) 현직 의원도 아니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반면 나 전 의원을 13차례 고발한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해당 의혹이 제기된 2011년부터 2016년은 나 전 의원이 (의원직 포함) 가장 잘나가던 시절이고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까지 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나 전 의원은 올해 들어 안 소장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하고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조인 출신 나 전 의원은 올 1월 자녀 의혹을 보도한
MBC
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제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2018년 나 전 의원은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한 바 있다. 행정법원 역시 2019년 해당 보도에 대해 '경고' 제재 처분을 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결정이 부적법하다며 <뉴스타파>의 손을 들어 줬다. 이렇게 나 전 의원이 '소송전'을 이어가는 사이 검찰 수사는 말 그대로 지지부진했던 셈이다.
"조국 장관 후보자가 안겨준 좌절감과 박탈감이 우리 청년들, 젊은 세대의 마음을 할퀴고 있습니다. 기회는 조국 패스, 과정은 조로 남불, 결과는 조럴헤저드라는 말이 있습니다."
- 지난해 8월 26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 나경원 원내대표 발언
지난해 8월 이후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조국 일가족 비판의 선봉에 섰던 나 전 의원은 국정조사와 특검 실시를 주장하는 등 조 전 장관 일가족을 혹독하고 집요하게 밀어붙였다. 그런 나 전 의원이 정작 화살과 비난이 자신에게 쏠리자 '엄마의 마음'이란 사적 동정심에 호소하고 있다.
어디 이중적인 사람이 나 전 의원뿐이었을까. 이런 비교는 끝이 없을 정도다. 서울대 등 지난해 '공정'을 앞세운 채 조 전 장관 일가족을 비난했던 명문대 학생들은 왜 나 전 의원의 경우엔 침묵하는가. 역시 지난해 장관직에서 사퇴한 조 전 장관을 요즘 말로 '손절'했던 서울대는 서울대 동기라는 서울대 의대 교수에게 먼저 '청탁'을 했다는 나 전 의원 사례에선 왜 관대한가.
또 대대적인 강제수사에 이어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를 통해 검찰이 지닌 수사권의 위력을 만방에 과시했던 검찰은 나 전 의원은 왜 단 한 번도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았나. 무엇보다 조국 일가족 수사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역사에 남을 보도량을 자랑하고 허위보도도 서슴지 않았던 언론들은 왜 나 전 의원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가.
▲ '조국 교수 법무부장관직 자진 사퇴 촉구 제3차 서울대인 촛불집회'가 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열렸다. 2019.9.9 |
ⓒ 권우성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47&aid=000229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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