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벤틀리를 타봤는데 말이야”, 윤석열 발언에 빠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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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벤틀리를 타봤는데 말이야”, 윤석열 발언에 빠진 것.
윤석열(대통령)의 벤틀리 발언은 기묘하다.
이게 왜 중요한가.
-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거칠고 투박하지만 윤석열의 멘탈리티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이게 신년 기자회견 대신에 만든 민생 토론회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란 사실도 참담하다. 어떤 질문도 허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의 아무말이 생중계됐다. 기자들이 있었다면 그래도 누군가가 “잠깐, 그게 뭔 소리세요?”라고 묻지 않았을까.
정확한 워딩은.
- “보유세라든지 거래세라든지 양도세라든지 이런 걸 갖다가 중과를 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산업이 발전을 안 합니다. 제가 영국에 국빈 방문했을 때 한 대에 72억짜리 벤틀리 차를 타봤어요. 국왕 취임을 기념해서 두 대를 제작했다고 그러는데. 타보니까 그렇게 뭐 으리으리한 건 아니었고요. 우리는 고가의 차량, 중과세를 해야지 아,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뜯어내야지 생각하기 쉬운데요. 중산층과 서민을 죽이는 거에요. 그런 고급의 벤틀리 승용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직장을 갖고 중소기업까지 뛰어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되기 때문에 비싼 집에 좋은 집에 과세를 한다면 그런 집을 안 만들죠. 그 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산층과 서민들이 일자리를 얻게 되고 후생이 거기서 나오는 겁니다.”
벤틀리 발언의 논리 구조.
- 내가 72억 원짜리 자동차를 타봤다.
- 비싼 차를 만들면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 비싼 차에 세금을 무겁게 매기면 중산층과 서민을 죽이는 거다.
-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세금을 줄여야 일자리가 생겨난다.
진실은.
- 벤틀리모터스의 2022년 매출액은 33억8000만 유로다(4조8622억 원). 판매 대수는 1만5174대다.
- 당연한 소리지만 비싼 차라고 해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은 아니다.
- 벤틀리모터스는 영국 핌스레인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고용 인원은 2021년 기준으로 3911명이다.
- 참고로 현대자동차는 2022년 매출액이 248조8970억 원. 394만5695대를 팔았다. 직원 수는 18만8668명이다.
- 벤틀리 가격이 다섯 배쯤 비싸지만 직원 수는 현대차가 48배나 더 많다. [그림 1] 참고.
- 벤틀리가 비싼 차를 만드는 건 사실이지만 일단 현대차와 비교해서 훨씬 규모가 작고 고용 창출 효과도 비교할 바가 안 된다. 1인당 매출액도 현대차가 더 높다. (현대차는 13억 원, 벤트리는 12억 원이다.)
핵심은.
- 벤틀리는 윤석열이 말한 것처럼 비싸도 팔리는 차다. 사치재라 애초에 수요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 고가 차량에 중과세를 하면 중산층과 서민을 죽인다는 주장은 인과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참고로 한국에서 2억9000만 원 상당의 벤틀리 컨티넨탈 GT를 구입할 때 취득세는 2000만 원 수준이다.)
- 벤틀리가 세금이 적어서 고용이 많은 것도 아니고 세금이 많아서 고용이 적은 것도 아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짐작조차 안 되는 말이다.
- 비싼 집에 과세를 하면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과세를 늘렸지만 오히려 주택 가격이 크게 뛰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건설업 종사자 수도 크게 늘었다.
- 윤석열 정부는 세금을 줄이고 공급을 늘린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한시적으로 완화했고 종합부동산세 기본 공제를 늘려 세율을 낮췄다. 생애 최초 구입자 취득세를 감면해 줬고 인구 감소 지역에서는 2주택을 1주택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더 깊이 들어가 보자.
- 부동산 과세를 늘리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근거는 없다. 반대로 부동산 과세를 줄여서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근거도 없다.
- 다만 역대 정부 가운데 부동산 규제를 강화했던 정부에서 인허가 물량이 줄고 집값이 뛰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림 2] 참고.) 과거 강준현(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주택 공급이 가장 많다는 자료를 낸 적 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인허가하고 3~5년 지나 공급한 물량이 상당수라 정확한 설명은 아니다. 오히려 공급이 늘었는데도 집값이 뛰어오른 시기였다.
-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집값이 뛰는 시기에 일부 고용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림 3]에서 보듯이 건설업종 종사자수는 2016년 157만 명에서 2019년 172만 명까지 늘었다.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해야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윤석열의 주장과 반대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할 수 있다.
- 흔히 공급과 가격이 반비례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국 부동산은 꼭 그렇지 않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과 부동산 가격에 상관 관계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림 4]에서 보듯이 실제로 입주 물량이 적어도 집값이 하락할 때(2013~2014년)도 있었고 입주 물량이 폭증하는데도 가격이 뛸 때(2017~2019년)도 있었다.
결론.
- 비싼 차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만큼이나 부동산 과세를 늘리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윤석열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 감세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벤틀리 자랑을 하는 순간 논리가 꼬였다.
- 부동산 정책은 일자리 창출로 접근하기보다는 투기 규제와 집값 안정이 최우선 과제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역대급 세수 펑크에 부자 감세로 나라를 거덜내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 할 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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