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에 네팔에 계신 한국 수녀님들께서 작은 도서관 소풍을 다녀가시면서 네팔에도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고 하셔서 클리앙과 딴지, 그리고 보배드림에 영어책 기증을 도움 달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작년 8월에 보낸 책이 지난 달에야 겨우 네팔 현지에 도착했고 이제 겨우 짐을 풀었다고 말씀하시네요.

사실 그 동안 수녀님들께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작년에 선교활동을 했다는 고발이 들어와 두 달 반 가량 구치소에 수감되기도 하셨고 그 고발을 한 이가 수녀원에서 일을 도와주던 네팔인이라는 사실에 너무 황당해 하시기도 하셨지요.

선교 활동으로 고발된 내용은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네팔의 빈민촌에 쌀과 빵을 나누어 준 것이 전부인데 그런 사람들보다 자신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지 않는다고 결국 고발을 했다고 합니다.

이리저리 네팔에 연락을 해서 언론과 전 국무총리릏 했던 국회의원까지 연락을 했지만 잘 되지 않다가 결국 변호사를 선임해서 보석으로 나오셔서 지금 재판을 받고 계시는 중입니다.

수녀님 두 분과 한국 봉사자 두 분이 곤욕을 치르시고 계시다고 합니다.

저 역시 17년 간 네팔을 다니면서, 그리고 네팔의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사기도 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네팔 사람들에게 절망하기도 했지만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 같아서 늘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막상 저와 비슷한 기간 동안 네팔에서 봉사활동을 하시면서 그저 묵묵히 그들을 위해 살아오신 수녀님들의 고난을 보니 힘이 들더군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요. 그들이 오라고 해서 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해서 간 것이니까요.

긴 시간 히말라야의 바람을 맞으면서 제 삶의 방향을 찾았던 것처럼 원망이나 좌절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해서 오늘 하비에르 대학의 방과 전 학교인 파이 스쿨의 아이들(카투만두 빈민촌 아이들을 위한 수업 전 공부방)에게 체육복 비용 200만원을 보냈습니다.

부조리하게도 그들이 가장 신성하게 생각하는 바그마티 강가에는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빈민촌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 곳에  사는 아이들은 공부할 책상은 커녕 입을 것조차도 변변하지 않기 때문에 예수회 신부님들이 운영하는 하비에르 대학에서 학교에 가기 전에 아이들을 모아서 대학생들이 공부를 봐주고 있고 그 이름이 파이 스쿨입니다. 

몇 년 전부터 매년 두 차례 이 아이들에게 겨울 파카와 여름 우비를 사주곤 했는데 올해는 체육복이 필요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전기공사와 수도공사, 그리고 비닐하우스를 지어주었던 다딩의 빠뜨레 마을은 이제 특작물인 토마토로 자립할 수 있게 되었다는데 여러 번 초청을 받았지만 아직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가는 비용이 만만하지 않아서 자꾸 망설여지게 되더군요.

사진은 오늘 포카라로 재판을 받으시러 가기 전에 저에게 소식을 전하면서 보내주신 사진입니다.

젊은 날의 신념을 먹고 사는 것에 팔아버리고 부끄러움에 유령처럼 히말라야를 떠돌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 저에게 말을 건넨 것은 바람이었지요. 바람은 제게 와서 세상에 대한 헌신이 어떤 것인가를 알려주었습니다.

언제 끝이 날지 모르지만 네팔의 아이들과 도서관의 아이들이 만나 웃으며 손으 ㄹ잡는 시간을 그려봅니다.

가진 것의 많고 적음이나 피부의 색이 중요한 것이 아닌 사람에 대한 예의가 빛 날 그 날을 말입니다.

* 책을 보내주시고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수녀님을 대신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