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팀장, 갑질과 거리먼 사람” 서울대 미화원들 반전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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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람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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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팀장님은 ‘갑질’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에요.”
서울대 기숙사 ‘관악학생생활관’에서 지난 13일 기자와 만난 청소미화원 A씨는 최근 노동계와 동료 청소미화원들이 기자회견으로 폭로한 ‘팀장 갑질 의혹’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렇게 반대 목소리 내는 게 무섭지만, 도저히 팀장님이 안타까워서 안 되겠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앞서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청소미화원 이모씨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뒤 민주노총과 유족 등은 서울대 안전관리팀장 배모씨의 갑질 등이 원인이 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서울대 학생처장은 민노총 등의 갑질 주장에 대해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게 역겹다”고 비판했다가 보직 사퇴를 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13일 서울대 인권센터의 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중앙일보와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한 다른 청소미화원들은 민주노총 등의 기자회견과는 다른 주장을 했다.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과 유족이 ‘청소 노동자 회의’에 볼펜과 수첩을 가져오지 않으면 감점을 했다는 등의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청소미화원 B씨는 “오히려 배 팀장이 오고 나서 미화팀이 제대로 된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게 됐다. 개인 명패도 만들어주는 등 팀장은 우리를 단순 청소 노동자가 아니라 서울대 교직원으로서 대우받는 느낌을 받게 해줬다”고 말했다. C씨는 “평가 시스템 자체가 없으니 감점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팀장님은 안 갖고 온 사람한테 펜과 수첩을 나눠줬다”고 했다.

배 팀장이 정장 차림의 복장을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A씨는 “회의 때 ‘비록 미화 일을 하시지만, 작업복만 입지 마시고 일주일에 한 번은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멋지게 입고 오세요’라고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게 하는 등 청소 노동자에게 불필요한 시험을 치르게 한 뒤 점수를 공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외국인도 많고 하니 육체적 노동하는 사람을 넘어서서 지식을 갖추자는 의도라고 설명해 줬고 그걸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글을 모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웠을 수 있고 조율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 예고 없이 시험을 보는 등 밀어붙인 건 좀 있었다”고 말했다. 시험은 대학의 지시에 따른 게 아니라 팀장 본인이 자발적으로 미화원들에게 치르게 했다고 한다.

B씨는 “지금 여론이 사람 하나(팀장)를 완전 병X 만들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C씨는 “일을 시키고 팔짱 끼고 쳐다보고 있는 게 갑질 아니냐”며 “오히려 갑질은 민주노총이 하고 있다. 우리가 그쪽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 팀장은 오히려 ‘힘든 거 하지 마세요. 제가 할게요”라며 곰팡이 제거나 더러운 거 치우는 것 등 험한 일은 혼자 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D씨는 “방임형이었던 전 팀장과 달리 배 팀장이 깔끔한 성격이라 쓰레기 하나 못 봤다. 자꾸 시키니까 다들 싫었을 것”이라고 했다.

E씨는 “우리 제초작업 부담을 덜어주려고 본인이 땀 뻘뻘 흘리면서 그 넓은 땅에서 혼자 깎았는데 이런게 어떻게 갑질이냐”고 말했고, F씨는 “팀장이 매도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F씨는“휴게실도 점점 좋아져서 ‘이거로도 충분하다. 열악하지 않다’고 말해도 저쪽(민노총) 입김이 너무 쎄서 반영이 안 되는 것 같더라”고도 했다. C씨는 “우리는 정말 환경이 좋은 편이니 다른 아파트 경비원분이나 미화원분들을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 팀장은 청소미화원들과 동일하게 관악학생생활관에서 자체 채용한 무기계약직 직원이며 서울대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산하 지부의 소속 조합원이기도 하다.


기존에 '열악한 환경의 휴게실'이라고 소개된 위 두 사진은 다용도실이다. 미화원 선생님 전용 스트레칭, 빨래 건조 등의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래 두 사진은 다용도실 바로 옆 실제 휴게실. 에어컨과 냉장고가 모두 구비돼있다. 서울대


고인의 남편 이모씨는 “미화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학교 측은 갑질의 경중과 기간을 따지며 본질을 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본인이 잘해보려고 했다는 의미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는데 아픔을 겪은 사람은 분명 있다”고 덧붙였다.


https://news.joins.com/article/24105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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