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바보 누나 복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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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감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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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기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무렵
방과 후 집에 돌아와보니 저희 집 마당에 허름한 차림의 누나가 서성거리고 있더라구요.
저는 괜시레 무서워서 말도 못하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맨발도 뛰어나오시더니
"아이고 복례야!"
하시며 그 누나를 끌어안으시더니 펑펑 우시더라구요.
제가 꼬꼬마였던 시절이니까 70년대 후반 정도겠네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살고 계시던 동네에 거지 아이가 한 명 나타났습니다.
정신적인으로 장애가 있었던 그 아이는 집집마다 돌며 구걸을 하며 돌아다녔고
동네 아이들의 놀림감이기도 했죠.
보다 못한 할머니께서 그 아이를 데려다가 밥을 먹이셨지요.
그냥... 밥이나 한 끼 배불리 먹이고 싶으셨다고...
그리고 며칠 대리고 있으면서 부모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시절이 시절이니 만큼 쉽지 않으셨겠지요.
그렇게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복례누나를 딸이다... 손녀다 생각하고 몇 년을 키우셨답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할아버지 심부름을 나갔던 복례누나가 돌아오지 않았답니다.
일가친척까지 동원해서 동네마다 찾아다니며 한참을 찾았다고 하시더군요.
없는 살림이라 인쇄같은 것은 생각도 못하고
할아버지께서는 폐지를 모아다가 손수 수 백장의 전단지를 써서 돌리셨다는데,
결국은 찾지 못했답니다.
서울에 사시는 큰아버지께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겠다고 하셨었는데,
우리 복례가 다시 찾아오면 어쩌냐고 하시며 그 집에 계속 살고계셨죠.
그러다 사라진지 3년쯤 지난 어느날 복례누나가 집을 찾아온겁니다.ㅠㅠ
그러니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기쁘셨겠습니까?^^
할머니께서 차려주신 밥상 앞에 앉아서 밥에 물을 말아서 정신없이 먹던 복례누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렇게 복례누나는 다시 저희 가족이 됐죠.
솔직히 처음에는 복례누나가 너무 싫었습니다.
귀찮게만 하고 밖에 가면 동네 아이들의 놀림감만 되는게 답답하기도 하고...
70~80년대에 동네에 한 명씩은 있었다는 동네 바보형, 누나가 바로 우리 복례누나였습니다.ㅜㅜ
그래도 누나라고
저는 우리 복례누나를 놀리는 넘들은 찾아가서 철저하게 응징을 해줬습죠.
물론 뚝배기 깨러 갔다가 상대를 잘못만나서 도리어 뚝배기가 깨져서 오는 일도 있었고
그때마다 약을 발라주던 사람이 또 북례누나였습니다.
한 번은 제 손등이 홀라당 까져가지고 누나가 손등에 참기름을 발려줬던 적이 있습니다.
둘이 부엌에 쭈그리고 앉아서
저는 아프다고 질질 짜고
누나는 상황파악 못하고 낄낄거리고...ㅋㅋㅋ
저는 그 바보스러움이 싫어서 또 짜증을 내고
결국 둘이서 투닥거리다가 마지막에는 누나의 한마디로 싸움이 끝났습니다.
"야! 밥이나 퍼먹어라."
복례누나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이 바로
"야! 밥이나 퍼먹어라."
입니다.^^
진짜 매일 투닥거리기는 했지만, 복례누나는 저를 제일 먼저 챙겨줬고
저도 누나 놀리는 넘들 예절교육시키러 다니면서
우리 둘도 가족이 됐습니다.
우리 복례누나는 버스 타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어쩌다 용돈이 생기면 버스타고 멀리 갔다가 돌아오곤 했죠.
처음에는 걱정이 됐지만 잘도 집으로 돌아왔기에
저도 어쩌다 용돈이 생기면 승차권 몇 장씩 사서 주곤했습니다.
장애때문에 남들하고 어울리지도 못하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하나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중 1,
화창한 가을날 북례누나는 시집을 갔습니다.^^
할머니쪽 먼 친척분이신데
다리가 조금 불편하지만 사람은 좋다며 할아버지께서는 좋아하셨지만
저는 너~무 너무너무 싫었습니다.
매형되실 분이 바나나킥 사줄 때 잠깐 흔들렸지만
하여간 싫었습니다.
바보 누나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소박맞고 고생할 것 같아서... 이기도 했지만
다시 저 혼자가 되는 것이 싫었습니다.ㅠㅜ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렀는데
저는 결혼식 내내 울었습니다.
할머니께서 '결혼식 와서 장례식처럼 운다.'고...ㅋㅋㅋㅋ
물론 제 걱정과는 달리 엄청 행복하게 살더군요.
매형이 학교 앞에서 문방구를 했는데
나중에 돈모아서 식당도 차리고
아들 하나 딸 둘 낳아서 번듯하게 키워 첫째, 둘째는 결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복례누나 막내딸의 전화!!
"삼촌 저 결혼해요."
"고맙다."
축하한다는 말 보다 고맙다는 말이 먼저 나오더군요.
잘 자라줘서 고맙고
우리 복례누나가 행복해서 고맙고...
어릴 때는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거라 생각했는데...
자라면서는 내 삶도 참 희안한 삶이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ㅎㅎㅎ
어쩌면 상황을 보는 시각과 태도의 차이가 아닌가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복례누나를 모른 척했더라면
아니 그냥 밥이나 한 끼 먹이고 내보냈더라면
복례누나와 저는 각각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제가 지금도 길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멀쩡하든 아니든 그냥 못 지나가는 것이
어쩌면...
만에 하나라도 우리 복례누나가 이렇게 살고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
우리가 아닌 누구라도 우리 복례누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었기를..
따뜻한 밥 한끼라도 사줬었기를 하는 마음입니다.
복례누나 행복해요~
내 머리털 놀리지 말고... 매형은 이미 알머리잖어...ㅠㅜ
이상 할아버지 호적에 등록돼 법적으로는 고모인데도
누나라고 하고 동생이라고 하는 개족보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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