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 “시 한 편 읽어주세요. 제가 얼마나 좋은 시인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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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캬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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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원고를 거의 다 써서... 스스로 막 대견하고 기특해서... 출판사에 전화를 했거든요. 저 시집 원고 다 썼어요. 


그런데 하필이면 마침, 이상한 분이 대통령이 되고 소설가 이외수는 곧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날이에요. 띄엄띄엄 참 바보 맹키로 제가 소설가 이OO께 전화를 먼저 했어요. 저 시집 원고 다 썼어요.


제 시를 좀 읽어주세요.


진심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 시를 잘 읽어줄 사람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 시를 읽기도 전에 막 좋아하시는 거였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시를 쓰는군!


출판사는 우리나라에서 젤 훌륭한 곳인데... 제가 취해서 전화를 하자 담당자께서 막 조롱을 하셨습니다. 너 같은 아이 많이 봤다. 어휴~


보세요, 그러고 나서도 1년 5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이젠 프랑스 출판사에 시집을 내야겠... 어흑, 문장이 안 되는 아침이라니!


시 한 편 읽어주세요. 제가 얼마나 좋은 시인이게요? 이 시간에 깨어있는 당신 보시라고,


배려 / 류근


지구를 가볍게 해주려고

새는 자주 지상을 버렸다

집안을 가볍게 해주려고

아버지는 자주 가족을 버렸다


어느날 새도 아버지도

제가 비운 것에 돌아와 죽었다

새는 지상을 베고서

아버지는  가족을 베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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