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제가 단골로 가는 식당 직원 할머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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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썰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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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회사 근처에 제가 점심때 자주 가는 패스트 푸드 식당들이 있습니다.  델타코, 버거킹, 웬디스를 80%정도 비율로 가고, 뭔가 새로운 것을 먹고 싶으면 다른 곳도 갑니다.  오늘은 그 중에 가장 자주 가는 델타코 (Del Taco)에 근무하는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이 집은 이름대로 멕시코 음식인 따코와 부리또를 파는 집입니다.  대략 이런 음식입니다. (조리예)


이 집에 근무하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제가 처음 가기 시작한 2014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근무하는 직원입니다.  자주 가니까 주문을 받을 때 제 이름도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기억해서 입력합니다.


클리앙에 올릴거라고 사진 포즈를 잡아달라고 오늘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오늘은 직원이 한명 안 나왔는지 눈코뜰새없이 바빠서 제 주문을 받자마자 주방으로 가서 음식 포장을 하더군요.  그래서 사진은 다른 사람의 주문을 받을 때 찍었습니다.



주문을 받자마자 주방으로 가서 도와주고 계십니다.  뒷모습이 나왔지요.



이 집에 가장 자주 가는 이유는, 식당이 활기가 있습니다.  그냥 한끼 때우는 것보다 저 할머니하고 이야기하러 가는 셈입니다.  움식을 줄 때도 몇몇번 손님, 식사 나오셨습니다 라는 판에 박힌 응대가 아니라, 제 이름을 부르면서 "여기 나왔어"하면서 건네주는데, 패스트푸드 쟁반을 밑에 내려놓지 않고 제 손에 건네줄 때까지 들고 있습니다.  흔한 패스트 푸드인데, 과장된 친절이 없이도 손님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 할머니는 저는 2014년부터 계속 봤었기 때문에 바쁘지 않는 날에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근처 기계공장에서 일하다가 정년퇴직을 하고 여기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 기계공장은 대기업이라서 저 정도 나이때 입사한 직원이라면 퇴직 연금도 잘 나올텐데 열심히 근무하십니다.  2018년쯤에는 관절 수술을 하느라 2달쯤 쉬셨습니다.  안 보여서 나중에 다시 나오셨을때 물어봤더니 그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 외에는 쉬지 않고 개근하십니다.  코로나 때 식당내 식사를 열지 않았을 때도 제가 드라이브 쓰루로 주문할 때 저 안에 보여서 서로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습니다.  신입 직원이 주문을 받는 것을 교육하기도 하고, 식당 내를 정리 정돈하기도 하여서 도통 쉬는 순간이 없습니다.


이 식당은 활력있는 팀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아래 사진입니다.  미국 패스트푸드 집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각잡힌 모습입니다.


다시 할머니 이야기로 돌아와서,  미국중에서도 제가 사는 소도시에는 저렇게 나이들어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이라면 패스트푸드 식당은 다 20~30대 젊은이들이 근무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저께 제가 딜러에 차 수리를 맡긴 후 집에 오느라 탔던 리프트(lyft) 차량공유 서비스로 저를 태우러 온 기사는 72세의 할머니였습니다.  72세는 저하고 이야기 중에 본인이 밝힌 나이입니다.

  동네에 사시면서 소일거리로 lyft 기사 일을 하시더라고요.  사람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 일이 적성에 맞는다고 합니다.  그 할머니는 컨트리 클럽 (=골프, 수영, 테니스장 등을 갖춘 회원제 클럽)의 웨이트레스가 본업이고, 이것은 소일거리라고 합니다.  72세인 사람을 웨이트레스로 고용해주는 컨트리 클럽이나 식당은 이 동네에 드물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쾌활하고 지적이며 붙임성있는 사람이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팁을 잘 받을 겁니다.


  미국에서는 즐겁게 일하는 노인들을 많이 봅니다.  위 두명 외에도 제가 자주 가는 철물점(hardware store)에도 페인트 조색해주는 코너에 할머니가 있고, 그 외에도 수없이 많고요.  미국식 영어가 나이에 의한 상하관계가 없기 때문에 할머니가 패스트푸드 주문을 받으면 저하고 "미스 ○○○, 잘 있었어요?"하고 존대말 없이 인사할 수 있고, lyft 택시 할머니하고도 날씨나 동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등을 허물없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나이가 든 사람에게 접객업무를 시키는 것에 부담이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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