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겉잡을 수 없는 우울감이 밀려와 머릿속이 새하얗게 터져버렸다.

친한 친구가 고등학교 졸업 후 장장 8년을 구르고 굴러 드디어 원하던 게임 개발사 이직에 성공했다.

연봉 5000만원 이라고 한다.

 

중학교때 부터 볼꼴 못볼꼴 다 보며 사귀어왔던 친구인터라 마치 내 일인양 신이나 이직성공 소식을 듣자마자 육회집으로 끌고가 남자 둘 이서 30만원 어치 술값이 나왔다.

 

썅욕까지 하며 보내는 돈을 한사코 거절하며 술과 고기에 절은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별안간 허망함이 밀려왔다.

 

중학교때, 고등학교때 부터 어깨동무하고 같은 곳을 걸어갈 줄로만 알았던 친구들은 지금.

 

한 명은 삼성 연구직, 한 명은 삼성 계열사 실무직, 한 명은 프로그래머 이민, 한 명은 외국계 기업 프로그래머, 한 명은 아버지 사업체, 그리고 오늘 굵직한 게임사 이직까지.

 

월급 240에 모든 꿈을 놓아버리고 살아가는 나와 너무 먼 곳으로 나아가 있었다.

 

스스럼 없이 앞으로 나아가려 해도 친구들과 내가 닿을 인생은 너무나도 다를 것을 알기에 허무함에 후회스러움에 불안감에 나와 친구를 비교하게 되는 한심스러움에 자괴감에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져 내림을 느끼며 흐느껴 울었다.

 

오늘 연차를 썼다.

 

당일날 아침에 전화로 통보한 연차였지만, 내 목소리 탓인지 아무말 없이 수리해 주었다.

 

난 내가 가장 혐오하던 어른이 되었다.

 

친구와 비교하고, 꿈과 목표가 없으며,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껍대기가 곪아버린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