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익기 "훈민정음 상주본, 잘 있다고는 말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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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손수호 변호사 (김현정 앵커 대신 진행)
■ 대담 : 배익기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장자)
어제였죠. 인사동 피맛골에서 15세기 훈민정음 창제 직후에 쓰인 걸로 추정되는 금속활자가 1600여 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대단한 일인데요. 이 창제 당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실물이 처음으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사건입니다. 이렇게 훈민정음 얘기를 하다 보면 또 문득 궁금해지는 게 있죠.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입니다. 이게 창작 원리를 담고 있는 책이잖아요. 이게 지금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있나? 이것이 궁금한데 사실 참 우여곡절이 많은 사건입니다.
현재는 배익기 씨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동안 재판도 여러 번 했었습니다. 검찰은 배익기 씨가 이 상주본을 훔쳤다고 보고 기소했어요.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절도죄에 관련해서 무죄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민사에서는 또 현재 국가 소유거든요. 따라서 이게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정부가, 국가가 강제로 가져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민사 판결과 형사 판결이 엇갈리면서 혼란이 발생하고 말았는데요.
어제 뉴스쇼에서 황평우 소장 인터뷰 했잖아요. ‘상주본이 낱장으로 여러 곳에 분산돼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현재 상주본을 가지고 있는 배익기 씨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습니다. 오늘 물어보겠는데요. 배 선생님, 나와 계십니까? 안녕하세요.
◆ 배익기> 네, 안녕하십니까? 배익기입니다.
◇ 손수호> 반갑습니다. 배 선생님만 아는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또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선 이거 좀 여쭤보고 싶은데요. 지금 선생님께서 상주본 갖고 계신데요. ‘전체 33장 중에서 13장 이상은 가지고 있다’ 예전에 이런 말씀 하셨잖아요. 기억하시죠?
◆ 배익기> 네.
◇ 손수호> 지금 몇 장 가지고 계신 거예요?
◆ 배익기> 제가 뭐, 책을 누가 일일이 세봅니까?
◇ 손수호> 안 세셨어요?
◆ 배익기> 아주 힘이 드니까 모르는 게 약이라는 식으로 아예 조사할 것도 안 하고 있습니다.
◇ 손수호> 아, 그래요? 그래도 이게 어마어마한 값어치를 가지고 있는 문화재이고 굉장히 소중한 건데 그래도 몇 장 가지고 계신지는 그래도 세보시지 않았을까? 그런 개인적인 생각이 들긴 하거든요. 그런데 안 세보신 거예요?
◆ 배익기> 지금도 잘 몰라요. 처음에는 누가 책장을 일일이 다 세겠습니까? 그런 거까지는.
◇ 손수호> 그래요. ‘이게 1000억 가치가 있다, 가치는 1조 원이고 1000억 원이면 내가 넘겨줄 수 있다’ 이런 이야기도 예전에 한 번 있어서요.
◆ 배익기> 공언을 한 일은 있습니다. 제가 워낙 처음에는 국보 지정 신청을 했다가 도리어 그거로 인해서 무고를 입어서 사건이 계속 이렇게 돼 왔으니까요. 결국은 차라리 그러면 문화재청에서 최소 1조 이상이라고 했으니까 주운 돈도 10분의 1은 주는데 그러면 나도 더 이상 귀찮아서라도 버틸 수도 없고 이러니까 그러면 차라리 10 분의 1을 주면 그걸 따지지 않고 개인적으로는 ‘할 수 없이 손 떼겠다’ 이런 취지로 얘기한 일이 있죠.
◇ 손수호> 일단 가치가 어느 정도 되냐, 액수로 치면 얼마냐? 이거 어떻게 할 거냐? 이 부분을 좀 뒤에 이야기를 나눠보고요. 우선 궁금한 것은 ‘상주본이 한 장, 한 장 낱장으로 코팅돼서 어딘가에 개별적으로 이제 숨겨져 있을 거다’ 이런 추측이 나오고 있는데 혹시 여기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 배익기> 별 추측이 다 있겠죠.
◇ 손수호> 네?
◆ 배익기> 별 추측이야 다 있겠죠.
◇ 손수호> 그래서 그 추측이 맞는지 확인해 주시면 안 돼요?
◆ 배익기> 그게 단순한 일입니다. 먼저 화재 사건 때, 2015년에 있었는데요. 그것도 알고 보니까 제가 무죄받기 전에 재판 중에 구속돼 있던 중에 선택을 하면서 분리된 일부를 알고는, 수색하는 사람들이 알고는 모른 척하고 덮어놨다가 제가 석방이 되니까 석방 안 됐더라면 그게 어떻게 됐을지 모르죠. 다른 누구를 시켜서 빼내갔는지, 무슨 의도였는지는 모르지만 그게 전체가 아니고 일부니까 모른 척하고 덮었든지, 일단 재판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렇게 했다가 나중에 제가 2012년도에 무죄 석방이 되고 한 3년 뒤에 그 정보를 흘려서 알기만 알면 불나방처럼 뛰어들 사람들이 있잖아요. 어디에 있는지 알기만 하면. 그래서 그걸 흘려서 그런 사건이 의심스러운 점이 여러 모로 생겼거든요. 그때까지 모른척하고 있다가 나중에 보내서 기자부터 시작해서 이상한 사람들을 보내서 다시 확인하고 그런 시도가 분명히 있었죠. 내가 본인이 직접 아는 일이니까요.
◇ 손수호> 사실 지금 어떤 취지로 말씀하신지는 알겠어요. 그리고 억울한 면도 있고.
◆ 배익기> 그거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도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 손수호> 이야기를 못하시겠다고요? 지금 낱장으로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에 대해서요?
◆ 배익기> 만약에 거기에 있다면 무슨 계산을 놓을지 알 수가 없잖아요.
◇ 손수호> 그런데 정말 이거 하나만이라도 말씀을 해 주시면 어떨까 싶은데요. 정말 그래도 이거 하나는 좀 궁금해요. 걱정도 되고요. 잘 있나? 물론 당장 배익기 선생하고 정부 사이에 여러 가지 교섭도 이뤄져야 되겠고 여러 가지 조정도 있어야 겠습니다만 그와 별개로 일단은 그래도 이 귀중한 문화재가 안전하고 온전하게 그래도 보존되어 있어야 그다음 얘기가 가능한 거잖아요. 지금 잘 있습니까? 그거만 확인해 주시면 저희가 그래도 좀 안심할 것 같아요.
◆ 배익기> 그렇게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공개적인 장소에서 박물관같이 이런 데처럼 그런 식으로 잘 있을 수는 없겠죠.
◇ 손수호> 그러면 그렇게 전문적으로 문화재를 보관하는 정도의 보관은 아니지만 그래도 배익기 선생님이 문화재 관련된 그런 정보도 있고, 또 일도 했으니까 나름의 어떤 최선의 노력을 해서 보관하는 건가요? 잘 보관되고 있어요?
◆ 배익기> 물론 하지만 뻔 한 거 아니겠습니까?
◇ 손수호> 뻔한 게 뭔지 모르겠어요.
◆ 배익기> 저도 참 괴롭습니다. 말씀드리기가.
◇ 손수호> 그런데 잘 있다는 말씀만 해 주시면 어디에 있는지는 말 안 하더라도.
◆ 배익기> 제가 그렇게 무책임하게... 이미 잘 있지는 못했잖아요. 먼저 화재도 있었고 그런데 어떻게 잘 있다는 말을 또 합니까?
◇ 손수호> 그래도 화재를 겪어서 참 안타깝습니다만 화재 이후에는 더 손상되지 않고 잘 있다는 말만 들어도 안심될 것 같아요.
◆ 배익기> 그건 모르겠어요.
◇ 손수호> 그것도 몰라요? 그렇군요. 참 저는 걱정돼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데요.
◆ 배익기> 그게 걱정하시는 분은 하시지만 벌써 13, 4년 버티면서 저도 자포자기 상태입니다.
◇ 손수호> 자포자기 상태라는 게 뭐에 대한 자포자기를 하신 거예요.
◆ 배익기> 한 번 생각해 보세요. 10여 년을 그런 식으로 신경을 쓰고 시달리고 하면서 1년씩 구금도 되고 이러면서 계속 하면 그거는 상상을 하기 어려울 겁니다.
◇ 손수호> 제가 그래서 일부러라도 형사 관련해서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 확정됐다고 말씀을 드린 거거든요. 인터뷰 처음에요. 그래서 좀 잘 있는지 직접 말씀을 듣고 싶었는데 이거 참...
◆ 배익기> 생각은 해 주시는 입장은 표명하셔야 되겠지만. 모르겠습니다. 전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인지.
◇ 손수호> 지금 ‘자포자기 상태다, 힘들다’ 이런 말씀을 하셨잖아요. 이게 보관 자체가 힘들다는 그런 의미라면 사실 이게 개인이 보관하는 게 너무 힘들고 신경 쓰인다면 국가가 관리하는 게 사실은 더 순리에 맞을 수도 있거든요?
◆ 배익기> 그러니까요. 2008년도 7월쯤에 제가 공식적으로 국보 지정 신청을 위해서, 저도 사실 그 당시만 해도 간송본처럼 제 앞으로 국보로 등록을 해서 그거를 안전하게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그걸 개인적인 영광도 물론이고 지켜나가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국보 지정 신청을 하고 공개를 시킨 거 아닙니까?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생각이 전혀 다르더라고요. 문화재청부터.
◇ 손수호> 그런데 지금...
◆ 배익기> 그거는 내가 시골에 한 개인이 그거를 국보 지정 받아서 대대로 영광을 지키겠다, 이거는 말도 안 되는 생각처럼 여기고 있고. 그리고 그거를 생각보다 간단히 또 자기들이 빼서 취득할 방법이... 제가 안 주니까, 기증을 안 하니까. 그리고 아예 개인 앞으로 국보 지정하고 하는 것은 의식조차 없었고요, 그걸 하겠다는 요청에 따라서 수순에 따라서 하겠다는 의식조차 없었고 처음부터 아예 기증이었어요.
◇ 손수호> 많이 또 노하신 것 같은데 지금 조금 전에 간송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지금 간송 미술관에 안동본이 있습니다.
◆ 배익기> 그거 안동본 아닙니다, 그거.
◇ 손수호> 그거 아닙니까?
◆ 배익기> 처음에 최인배 선생이 자꾸 처음에는 국보 지정 신청 되고 1920년대 이후부터는 1950년대 어디에 누가 안동에 무슨 교사가 그게 안동에서 나온 것이라는 그런 서류를 옮긴 내용이 있어서 그거에 따라서 그랬는데 그 당시만 해도 생존자들도 있고 주위 상황이 명백하기 때문에 말만 그렇게 나오고는 말이 없었는데
◇ 손수호> 아니, 그래서 안동본인지 여부와 별개로 간송미술관에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 그거보다는 지금 상주본이 보관 상태가 괜찮나요?
◆ 배익기> 보관 상태보다도 그거 각자의 장단점이 있는데요.
◇ 손수호> 장단점이요?
◆ 배익기> 개인 입장으로 얘기하니까 남들은 가감해서 듣겠지만, 참작해서 듣겠지만요. 상주본이 계속 연구 중인 상태고. 저는 그거를 연구를 하고 싶어도요 가급적 우리가 모르려고 하는 형편입니다. 하도 머리 아파요. 차라리 모르고만... 그래서 하는데. 자기네들 연구 논문에 나온 거 보니까 상주본이 먼저 나왔고 거기에 대한 수정본으로 간송본이 나온 것이라는 이런 연구 논문도 있더라고요.
◇ 손수호> 만약에 그렇다면 상주본이 더 가치가 높다?
◆ 배익기> 그렇게 된다면 당연한 거죠.
◇ 손수호> 그러면 어쨌든 1000억이든, 2000억이든 이런 금액 관련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지금 상태를 누군가는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해야지 액수가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 절차에 응하실 의향은 없으세요? 정부와 별개된 독립된 전문가한테요.
◆ 배익기> 그거는 제가 처음에 국보 지정을 위해서 공개까지 했었잖아요.
◇ 손수호> 지금 단계에서 그렇게 하실 일이 없으세요?
◆ 배익기> 지금은 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 손수호> 상황이 많이 변했으니까요.
◆ 배익기> 변하긴 뭘 변해요. 하나도...뭐. 죽으라고 집요하게 위정자를 내세워서 관을 내세워서 일을 만들고 했는데 제가 무죄 석방되니까 할 수 없이 나오는 얘기가 조금 나오는 그런 상황입니다.
◇ 손수호> 그러면 1000억 말씀하셨는데 이게 너무 과하다는 여론도 있지만 혹시 국민들이 성금 모아서 1000억 만들면 그때는 상주본을 좀 공개하실 수 있으십니까?
◆ 배익기> 이미 말한 것은 좀 제가 공적인 내용이 되는데 돌이킬 수는 없겠죠. 그리고 1000억이라는 돈이 적은 돈도 아니잖아요. 개인한테는. 물론 저는 그런 것보다도 2000억 갑자기 먹고 죽을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원래대로 사건이, 왜냐하면...
◇ 손수호> 저희가 시간이 오늘은 짧아서 여기까지 하고 상주본의 역사와 가치, 이런 것에 대해서는 시간을 다시 한 번 잡아야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배익기>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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