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마블의 유래, 불로소득, 상속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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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10년 후에 부자가 되고 싶다면
돈을 다 털어서 땅 한쪽이라도 사 두라
나폴리의 거지나 나병환자마냥 누워 지내든가
풍선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든가
구멍을 파고 땅속으로 내려가든가
사회의 부를 생산하는데
한푼어치의 보탬도 주지 않고도
10년만 지나면 부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도시의 거리 모퉁이에는 빈민구호소가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헨리 조지,<진보와 빈곤>
어렸을 때 참 그 게임 많이들 했다. 블루마블 게임(혹은 부루마블이라고도 부르는)이라는 보드 게임 말이다. 타이베이나 홍콩, 마닐라, 싱가포르, 카이로, 이스탄불 등 분홍색 영역의 도시는 “투자 가치가 없다”며 건너뛰었다. 반면 뉴욕, 런던, 로마, 파리, 도쿄 등 검은색 영역의 땅을 구입해 호텔을 올릴 때에는 온 몸이 짜릿짜릿했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선진국 중심의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인데, 그때는 그게 그런 의미인 줄도 몰랐다.
블루마블 게임의 원조는 미국에서 개발된 모노폴리 게임(Monopoly game)이다. 말 그대로 ‘독점 게임’이라는 뜻인데, ‘푸른 대리석(blue marble)’이라고 미화된 블루마블 게임보다 훨씬 솔직한 이름이다. 부동산 투자해서 남의 돈 빼앗는 세상이 푸른 대리석처럼 영롱할 리가 없다.
모노폴리 게임의 원조는 지질학자 엘리자베스 메기(Elizabeth Magie)가 1902년 개발한 지주게임(The Landlord's Game)이다. 메기는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조지는 “모든 지대는 도둑질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부동산 불로소득에 관해 가장 집요하고 치열하게 연구를 한 인물이다. 그 덕분에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조지스트(Georgist)라 불리는 헨리 조지의 추종자들이 토지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조지스트들이 결성한 토지정의시민연대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조지는 이 세상 모든 불평등의 원인이 지대, 즉 땅값에 있다고 믿었다. 조지에게 지대는 세상에서 가장 부당한 불로소득이었다. 그래서 조지는 누군가가 부동산으로 돈을 벌면 그 돈을 모조리 세금으로 걷어야 한다는 파격적 주장을 펼쳤다. 이른바 단일토지세(single tax)라는 것이다.
건물주가 월세로 한 달에 1000만 원을 벌었다면 국가는 그 1000만 원을 전부 세금으로 걷는다. 누군가가 부동산을 사고팔아 1억 원을 벌었다면 그 차액 역시 모조리 과세된다. 종합부동산세율을 조금만 올렸다고 게거품을 무는 부동산 천국 한국에 비하면 조지는 인류 실로 막강한 부동산 과세 시스템을 설계한 셈이다.
한 명만 살아남고 모두가 죽는 세상
조지스트였던 메기가 지주게임을 만든 이유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얼마나 위험한 세상을 만드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이 게임은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졌는데, 하나는 독점형 게임이라 불렸고 하나는 반(反)독점형 게임이라고 이름 지어졌다.
설계 자체는 블루마블과 비슷하다. 사각형 모양의 보드판 위에 주사위 두 개를 던져 말을 옮긴다. 플레이어들은 말이 도착한 땅을 살 수 있다. 상대방의 말이 내 땅에 도착하면 지대를 받는다. 블루마블의 무인도와 비슷한 감옥도 있다.
이 게임의 결말은 항상 동일하다. 엄청난 돈을 긁어모은 단 한 명의 승자와 알거지가 된 나머지 패자들이 탄생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느냐, 빨리 끝나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이런 결말에는 예외가 없다. 잠시잠깐 판세가 비슷할 수는 있어도 주사위를 굴리다보면 언젠가 땅을 독식하는 자가 반드시 나온다.
이 게임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 판세가 한번 기울면 절대로 역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땅을 빼앗긴 플레이어는 어떻게든 지대를 물지 않으려고 악을 쓰지만 별무소용이다. 심지어 가난한 플레이어는 무인도에 갇히면 환호를 하고, 무인도를 탈출하면 눈물을 흘린다. 이 빌어먹을 놈의 세상은 아무리 돌아다녀봐야 돈 뜯길 일만 생기기 때문에 차라리 무인도에 갇히는 게 더 행복하다.
지주 게임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너무 닮았다. 땅을 선점한 자들은 놀고먹어도 큰 부자가 되고, 땅을 빼앗긴 자들은 감옥과 무인도를 전전해도 결국 파산한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는 세상,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부동산 공화국의 현실이다.
게임의 구조를 바꾸면?
그런데 지주게임의 진짜 묘미는 두 번째 버전, 즉 반(反)독점형 버전에 있다. 반독점형 버전도 독점형과 마찬가지로 남의 땅에 걸리면 지대를 내야 한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 지주는 지대를 받으면 그 돈을 모조리 정부에 세금으로 내야 한다. 헨리 조지의 단일토지세를 게임에 도입한 것이다.
이렇게 운영하면 당연히 정부에 돈이 쌓인다. 이 돈은 어떻게 해결할까? 정부는 플레이어가 보드게임 네 곳 구석에 도착하면 각종 명목의 복지기금을 내준다. 세금으로 걷은 지대를 민중들에게 무작위로 골고루 뿌리는 시스템인 셈이다.
게임을 이렇게 설계하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반독점형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리 게임을 계속해도 그 누구도 죽지 않는다는 데 있다. 패자가 나오지 않기에 게임이 영원히 지속된다. 그래서 이 게임은 블루마블과 달리 딱 다섯 바퀴만 돌고 강제로 끝내도록 설계됐다.
헨리 조지는 39살에 『진보와 빈곤』이라는 불멸의 명저를 남겼다. 원고를 마무리한 직후 벅찬 감동에 휩싸인 조지는 무릎을 꿇고 “내가 할 일을 다 했으니 나머지는 주심의 뜻에 달려 있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조지에 동의할 수 없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질타한 그의 경제학은 위대했지만, 나머지가 주님의 뜻에 달려 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에서 해방된 세상, 그 누구도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주님의 몫이 아니라 우리 민중들의 몫이다.
강화된 종합부동산세건, 토지보유세건, 부유세건 어떤 이름도 좋다. 이 부당한 불로소득을 멈춰야 한다. 우리의 의지에 따라 그 세상은 30년 뒤 올 수도 있고, 10년 뒤 올 수도 있다. 어쩌면 바로 내일 그 세상을 만들 수도 있다.
프랑스 사상가 알레시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은 “모든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말했다. 지대를 타파하고 모두가 빈곤에서 탈피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느냐 여부는 바로 우리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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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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