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필리핀 자유여행 4일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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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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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힘들어합니다.
유방암 2기 수술 후 치료 4년차에
골육종 4기 진단을 받은지 4년차입니다.
63세인 아내는 필리핀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냥 이유없이 좋다고 합니다.
자기 죽으면 시신을 화장하고 유골 일부나마
필리핀 바다에 뿌려달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항암투병 중이지만 코로나 전에는
일년에 몇 차례씩 필리핀을 다녀오곤 했습니다.
입버릇처럼 한달살이를 하고 싶다했지만
병원을 다녀야하니까 그리 못했습니다.
코로나가 좀 풀린(?)듯 하니까 심하게 다녀오고
싶어하니까 큰아들이 9월에 다녀오시라고
항공권을 예약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아내의 상태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일단 먹는 것을 거부합니다.
그냥 못먹겠답니다.
한달새에 무려 10킬로가 빠졌습니다.
아들이 차라리 빨리 필리핀을 다녀오는게
나을 것 같다고 5월에 출발하는 항공권을
추가로 구입해줍니다.
출발하기 나흘 전에 종양내과 선생님을
만나뵜습니다.
사정을 말씀드리니 허락을 하셨습니다.
처방전을 들고 외부약국으로 가는 중에
빨리 다시 진료실로 오라는 전화가 옵니다.
혈액검사 결과가 너무 안좋으니 즉시 응급실로
가시라는 말씀과 함께 이번 여행은 포기하라십니다.
밤 12시까지 응급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응급실 병상 베드 하나를 배정받았습니다.
새벽 1시가 넘으니까 퇴원해도 좋다는
처방이 나와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아내는 여행을 가려는 마음입니다.
일단 여행 일정을 몽땅 다 6월로 미뤘습니다.
그 다음 주에 종양내과 외래진료를 갔습니다.
다행히 검사결과가 좋아서 여행을 하게 됐습니다.
한달살이는 대신
세부 3박, 보라카이 2박, 다시 세부 5박의
총 10박 여정입니다..
사실 아내의 필리핀 여행을 가이드해야할
남편인 저도 건강에 문제가 있습니다.
당뇨를 20여년 앓고 코로나에 독감까지 걸린 뒤라 신장기능이 현재 10%미만입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꼼짝도 못하고 눕습니다.
그냥 온몸에서 모든 기운이 다 빠져나간 것
같은 무기력증이 옵니다.
당장에 투석을 실시해야만 하는데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하니까 담당선생님이
그냥 제 얼굴만 말없이 쳐다보십니다.
통사정을 했습니다.
이대로 아내를 보내면 한이 될 것 같다고..
그래서 드디어 필리핀 세부를 왔고
보라카이까지 들어왔습니다.
아내는 몇년 전에 왔던 보라카이 화이트비치의
말끔함을 확인해 보고 싶어했습니다.
세부에 와서부터는 음식도 조금씩 더 먹습니다.
어제는 호텔 방에 있는 체중계에 올라가더니
1킬로가 쪘다고 좋아합니다.
오늘 보라카이에 들어오는 픽업 과정이 좀 힘들어서 무리가 됐는지 몹시 힘들어합니다.
저렇게 끙끙거리면서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공연히 여행을 왔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또 몇 숟가락이라도 먹으면서 역시 난 여행체질이라고 말하는 거 보면 감사하고
아빠 신장이식해드리려면 살을 빼야한다고 운동을 하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를 하는 큰아들과 남편과 함께 운동을 해주는 며느리,
출퇴근하랴, 강아지 돌보랴, 옥상 텃밭 물주랴 바쁜 막내 아들!
녀석들의 응원을 생각하면서 이번 여행 무사히 잘마치고 돌아 가렵니다.
아직 유효한 9월의 항공권도 아내와 함께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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