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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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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처사진 글씨가 작아 안보이면 조금 밑에 글로 달았습니다

 

 

 

 

질문------------------------------------------

게임에 미쳐 사는 애 때문에 힘들어요 2015.11.26 12:18:45

"고1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요즘 게임중독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저희 아들이 그럴 줄은 몰랐어요. 너무 속상합니다. 얘가 중학교 때 어느 날부터인가 피씨방을 다니기 시작하길래 그런데 꼭 가야 되냐고 했더니, 거기 가야만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고 해서 그냥 이해하는 마음으로 놔두었습니다. 애가 성적이 나쁜 것도 아니고, 요즘 애들 문화인 가보다 하고 말이죠. 근데 중학교 내내 피씨방에서 사는 시간이 길어지더니 점차 집에서도 새벽까지 게임을 붙잡고 있는 거예요. 그래도 이해해보려고 했어요. 중학교 때까지만 그렇게 놀고 고등학교 올라가면 정신차리겠지 하는 마음에요. 근데 웬걸요. 고등학교에 올라가더니 상황은 더 심각해졌습니다. 이번달 제 카드명세서를 봤는데 100만원 정도가 무슨 결제요금으로 찍혀 있는 거예요. 그래서 깜짝 놀라 애한테 물어보니 자기가 게임에서 뭐 사는 데 카드로 결제를 했다고 그러는 거예요. 정말 앞이 깜깜해지고 지금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남편에게 말해 애를 호되게 혼냈는데, 애가 울면서 하는 말이 자기가 큰 돈을 마음대로 쓴 건 잘못한 거지만, 친구들한테 잘 보이려면 정말 그 아이템이 없으면 안 되는 거라고, 엄마 아빠가 그런 거 하나 못해주냐고 도리어 역정을 내는 거 있죠. 정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애가 게임에 미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답변-----------------------------------------------

안녕하세요.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한다고 보이는 아이 때문에 많이 속상하시군요. 특히 게임 때문에 엄마카드까지 마음대로 갖다 쓰는 극단적인 행동까지 보이니 정말 많이 걱정되시겠어요. 아이가 게임중독에 빠졌다고 말씀하시니 저희가 먼저 중독이 무엇인가에 대해 함께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독은 대체적으로 모종의 심리적 이득을 얻기 위해 특정한 도구를 습관적으로 남용하는 행위로서 정의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중독행위 자체가 아니라, 중독에 빠진 이가 과연 어떠한 심리적 이득을얻고자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 경우 아이가 직접 얘기했듯이, 아이는 게임을 통해 친구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얻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친밀한 관계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어떤 이득들이 있는 까닭이겠죠.

친밀한 관계를 얻고자 게임에만 몰입한다는 것은, 역으로 얘기하면 게임 외에는 친밀한 관계를 그 어디에서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있어서 게임이라는 도구는 자신이 바라는 친밀한관계를 제공할 대상과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 것입니다.

게임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으로 보이는 아이의 모습은, 바로 그만큼이나 친밀한 관계를 필요로 하는 절실한 모습인 것이죠.

저희가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가 게임 내에서 통용되는 비싼 아이템을 구매했습니다. 그럼으로써 게임 내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고자 한 것이죠. 즉 아이는 최소 자신이 그 역시도 큰돈이라고 지각하는 100만 원만큼의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는 100만 원을 게임 내 자신에게 투자함으로써, 자신이 적어도 100만 원만큼은 가치있고 소중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많은 액수의 돈이 귀하다고 느끼는 만큼, 아이 자신이 스스로 그렇게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질문자님의 아이는 게임에 미쳐 100만 원을 쓴 바보나 중독자가 아니라, 100만 원을 쓰지 않고는 자신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좀처럼 실감할 수 없었던 슬픈 소년입니다. 그 소년은 친밀한 관계 속에서 자신이 참으로 귀하다는 사실을 얼마나 간절히 확인하고 싶었을까요. 또 그런 것들을 쉽사리 얻지 못해 얼마나 쓸쓸한 마음으로 작은 모니터 속으로 들어가야 했을까요. 질문자님의 관심이 향해야 할 곳은 질문자님의 게임중독자 아이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내가 귀한 것을 누가 좀 알아달라고 목놓아 외치고 있는 바로 그 슬픈 소년일 것입니다. 그 소년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세요. 반드시 듣게 되실 거예요. 그 소년은 우리 모두에게 속한 까닭입니다. 

[불교신문3157호/2015년11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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