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지만 괜찮은 날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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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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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지만 괜찮은 날들>


’불안한데 왜 괜찮지?‘


눈 수술후 잠자리 들기전 매일 붙이는 플라스틱 보호대입니다.

일반사람들은 짧으면 2주, 길면 한달정도 하는데 저는 수술후 매일 하고 잠을 잡니다.

(자다가 건드리면 큰일나니까) 원래 고무줄이 달려있어 귀에 거는 형태라 그냥 편하게 걸고 자면 되지만 

제 경우는 자는동안 혹시 건드릴까봐 거즈대고 의료용 테이프로 사면을 다 둘러 붙이고 잡니다.

작년 31일날 수술하고 지금까지니까 벌써 석달이 넘게 이러고 자고 있어요.

테이프를 왜 이렇게 많이 붙이냐면 자다가 무의식중에 떼어내니까 ㅜ_ㅜ 

어쩔수가 없습니다.

오늘로 수술한지 석달 열흘이 지나가는데 

예전에도 잠을 참 못잤지만 수술후에는 정말로 제대로 못잡니다. ㅜ_ㅜ

어찌나 긴장을 하고 자는지 자다가 조금만 건드리는 느낌이 나거나

보호대가 떨어지면 깜짝 놀라면서 일어나곤 하거든요.

(그나마 깨는게 놀랍기도 함.긴장도에 따라 깨는 순간이 빨라짐 #인체의신비)


보통 제대로 잠을 자는 기준이 10이라고 하면 

제 잠의 깊이는 2에서 3사이일듯 합니다.

잠의 질이 좋지 못하니 자도 잔것 같지 않아 피곤은 가중되고 

너무 깊게 자면 보호대 떨어져도 일어나지 못하게되는게 두려워

계속 긴장을 타야 하는 그런 날들의 연속입니다.

반대쪽 눈도 조심해야 해서 양안보호대를 붙이다가 

-와아 그거는 정말 못하겠어서 ㅜ_ㅜ

(심지어 너무 압박이 가해져서 그런지 눈이 퉁퉁 붓기도)

일단 공막 고정술 수술을 한 눈에만 붙이고 있습니다.

-

이렇게 불안하고 불편한데….

이상하게 괜찮습니다.

그냥 괜찮다 가짜로 얘기하고 퉁치는게 아니라 정말로 괜찮아요.

궁금해서 생각해보니 거의 평생을 이렇게 지내와서 그런것 같습니다.

편하게 자본 기억이 이제는 남아있지않고

언제나 불안을 끌어안고 살다보니

그저 불안 레벨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느낌이라

불안이 강해지면 그 불안을 덜어내어 여기저기 버리는 방법을 나름 터득한 것 같아요.

어쩌다보니 불안과 친해진 저는

이제 별로 원망하거나 분노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제 일에 관해서는요)

그러니 괜찮네요.

시간이 오래 흘러 이런 삶의 태도는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고르게 나타나는데

이게 참 괜찮습니다.

거절당해도, 실패해도, 부서져도, 망해도

저는 왠만하면 괜찮습니다.

불안이 깊을수록 

아주 얄팍한 행복(남들이 말하는)에도 많이 기쁘고 좋거든요.

이제 커피마시고 귀여운거나 그리러 가야겠습니다.


불안하지만

괜찮은 날들입니다.



#귀여운거그려서20년살아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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