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에 걸린 엄마를 오래 간병하다가 심신이 너무 지쳐버린 딸은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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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누네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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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에 걸린 엄마를 오래 간병하다가 심신이 너무 지쳐버린 딸은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엄마와의 이별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기 위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생명이 꺼져가던 엄마는 그런 딸이 안쓰럽고 미안하기만 했다.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딸은 외삼촌으로부터 엄마의 속마음을 전해 듣고는 무너져 내린다. 


엄마는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타는 딸을 보면서 오죽 병간호가 힘들었으면 그랬겠냐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한편으로는 딸이 자전거로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에 위로를 받았다고 남동생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던 것이다.


엄마가 그런 눈길로 자신을 지켜보던 것을 몰랐던 딸의 마음은 산산조각이 났다.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딸은 더 이상 자전거를 탈 수 없었다.


어느 날 자전거로 대만과 제주도 일주를 한 친구가 제주도에 가서 해안도로를 따라 달려보라고 권유했다. 딸은 뭔가에 홀린 듯이 자전거를 수화물로 부친 후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정의 첫날 아시아 여러 나라를 자전거로 여행하는 캐나다 퀘벡 출신의 사이클리스트를 우연히 만났다. 


그는 두 바퀴로 느리게 여행하며 매 순간을 음미하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 말은 제주도 자전거 일주 내내 긴 울림으로 이어졌다. 


제주도 자전거 도로는 업힐 구간이 별로 없고 계속 완만하게 이어진다고 해서 방심했던 딸에게 오르막길이 계속되는 송악산 구간은 무척 버거웠다.


하지만 페달을 밟고 또 밟아서 업힐 구간을 통과했다. 그러자 다운힐 구간이 앞에 펼쳐졌다. 업다운이 반복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성산일출봉을 향해 고요한 가로수길을 달리고 있을 때 자전거 핸들바에 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떠나지 않고 계속 붙어있는 노랑나비를 보니 돌아가신 엄마가 나비가 되어 위로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휠이 작은 자전거에 백팩을 매단 채 4일 만에 제주도를 일주하는 것은 육체적으로 상당한 도전이었다. 끝내 완주했고 출발 전에는 예상하지 못한 성취감을 맛보았다. 무엇보다 이번 여정은 삶에 대한 감사함을 일깨워주었다.


딸의 제주도 자전거 일주는 엄마를 잃은 상실감을 치유하고 죄책감으로부터 해방되는 여정이었다. 딸은 제주도에서 자전거를 타는 내내 엄마의 영혼이 함께 했을 것이라 믿는다. 어쩌면 딸을 제주도로 이끈 것이 엄마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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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가 항상 내가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느꼈고, 간접적으로는 그녀에게서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죄책감에 짓눌려 잠시 자전거를 멈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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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언덕

전날의 힘든 라이딩을 마친 후, 우리는 송악산에서 법환바당(30km)과 쇠소깍(14km)까지 이동하는 두 개의 체크포인트만 완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섭씨 16~20도의 시원한 9월 날씨를 예상했지만 남쪽 트레일을 따라 고풍스러운 항구 마을로 향하는 동안 극심한 더위와 끊임없는 오르막에 직면했습니다


그러나 지친 깨달음의 순간에 나는 사이클링과 삶의 유사점에 놀랐습니다. 힘든 오르막 전투는 종종 만족스러운 내리막길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보석이 당신을 기다릴 수 있기 때문에 다가오는 경사면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 우리가 지나쳐가는 순간과 같은 특히 가파른 오르막길이었고, 모퉁이를 돌면 숨막히는 바다 풍경이 펼쳐져 우리의 인내에 대한 보상을 받았습니다.


타고 법환마을을 지나 검은 옷을 입은 여러 마리해녀(제주 전설의 해녀)를 발견하고 잠시 멈춰 섰습니다. 그들의 놀라운 힘과 회복력에 감탄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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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을 돌이켜보면, 이 여행이 나에게 일깨워줄 삶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도, 나의 첫 자전거 여행을 마쳤다는 성취감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엄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한 번 슬픔이 컸습니다. 하지만 슬픔 속에서도 잊지 못할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여전히 이곳에 계시는 아버지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감사의 마음도 생겼습니다.


내 여행은 단순한 육체적인 도전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것은 슬픔을 통해 삶을 긍정하고 치유하는 통로였습니다. 이를 통해 나는 기쁨과 슬픔, 삶과 상실의 얽힌 본질에 대해 더 많이 배웠습니다. 이제 자전거를 탈 때마다 엄마와의 지속적인 연결 속에서 위안을 얻고 엄마도 함께 타고 있다고 상상합니다.

https://cnalifestyle.channelnewsasia.com/women/tips-bikepacking-jeju-island-south-korea-38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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