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연구노동자, 고 최진경 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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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망원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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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경 씨가 쓴 편지 전문]  (2023. 10. 4. 산재국가책임제(선보장) 실현촉구 기자회견에서  소개)


저는 현재 암이 온몸에 퍼져 잘 걷지도 못하고 하루하루 몸 상태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희망으로 신약을 써보기 위해 기다리는 중인데, 간과 신장 상태가 나빠져 급히 병원에 입원합니다. 몸이 많이 좋지 않습니다.


저는 삼성전자 기흥연구소에 2000년에 입사해 17년을 일하다 퇴사했습니다. 그리고 퇴사한 다음해인 2018년에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산재가 의심되었습니다. 기흥연구소에서 6년간 LCD용 핵심 소재인 감광제(포토레지스트) 개발업무를 했는데, 그때 여러 화학물질들을 직접 100% 손으로 다뤘고, 엑스선 장비도 사용했습니다. 검붉은 감광제(PR)를 빠르게 회전하는 스핀코터에 뿌리며 작업을 할 때에는 거의 그 안에 빠졌다 나오는 것처럼 속이 메슥거렸고, 피부 아토피 증세가 심해졌습니다. 그때 연구소 안전이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2019년 3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는데 예상과 달리 역학조사가 지연되었습니다. 1년만 기다리면 되겠지 싶었는데 기약 없이 2년이 지났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겠지 했지만, 그 사이 암은 온몸에 퍼져 말기가 되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엇을 조사하느라 4년이 필요한 것인지요. 제가 퇴사하기 전에 이미 폐기된 개발라인 업무를 4년간 조사했다는 것인가요. 인력부족을 떠나 직무유기 같습니다.


그렇게 기다린 끝에 판정위원회가 열린다고 하여 힘들게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불승인’이라는 답을 정해놓은 듯, 4년을 끌어 부실한 역학조사에 기대어 제대로 업무내용 파악도 되지 않은 판정위원들에 의해 불승인 판정을 받았습니다.


제가 사용한 수많은 화학물질과 모든 방사선 설비에 대해 조사도 못하고 4년을 끌더니 납득할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불승인되었습니다.


산재 인정을 받으면 치료비와 생계비에 보탬이 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제 몸 상태가 당장 하루 앞을 장담하기가 힘듭니다. 꼭 산재법이 개정되어 더는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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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 최진경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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