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이 부른 참군인 추모열기...정선엽, 김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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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캬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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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267060?sid=102




12·12 군사반란 이후 44년. 국민들이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를 비롯해 군사반란에 성공한 35명의 군인들을 기억 속에서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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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지켜온 것은 힘 있는 권력이 아니라, ‘선량하고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시민들은 다시 새기고 있다.



12·12 군사반란에 맞서 육군본부를 지키다 산화한 정선엽 병장(당시 23세)의 동생 정규상씨(64)는 12일 오후 형의 이름 딴 소나무를 지그시 바라보며 한참을 어루만졌다. 형과의 추억에 잠긴 듯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그의 곁에는 정 병장을 그리워하는 친구와 동문 등 수십명이 함께했다.

이날 오후 정 병장의 추모식이 모교인 광주 북구 동신고등학교 내 ‘정선엽 소나무’ 앞에서 열렸다. 이 소나무는 불의에 맞선 정 병장의 의로운 정신을 기리기 위해 동문들이 2017년 직접 심은 것이다. 애초 30㎝ 크기의 묘목에 불과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며 3m를 훌쩍 넘게 자랐다.


1956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난 정 병장은 제대를 3개월 앞둔 1979년 12월13일 오전 1시40분쯤 국방부 지하 벙커에서 1공수여단 소속 반란군에 저항하다 그들이 쏜 총탄에 맞아 숨을 거뒀다. 총을 뺏으려 하는 반란군에 ‘중대장 지시 없이는 절대 줄 수 없다’며 최후까지 항거했다.


정 병장 추모식은 그가 숨을 거둔 지 44년 만에 처음 열린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이 계기가 됐다. 정 병장은 영화에서 등장한 ‘조민범 병장’의 실제 인물이다. 동문들은 정 병장의 희생과 의협심을 더 많은 시민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모교에 협조를 구하고 추모식을 계획했다.

정 병장의 고향 친구이자 동기인 임성주씨(66)는 “매년 동문들끼리 조용히 선엽이를 추모하고 기려왔는데 영화로 인해 그의 희생이 더 많은 국민에게 알려졌고 재조명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의 추모식에는 동문들 외에도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이 학교 3학년 재학생 20여명은 수업을 마친 뒤 교복 차림으로 선배의 추모식을 지켜봤고, 일반 시민들도 더러 있었다.


김모군(18)은 “영화 속에서 선배가 너무 짧게 등장해 아쉬운 부분도 없진 않지만 그 용기와 정의로움은 충분히 전달됐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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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상씨는 추모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로 인해 의롭게 죽은 형의 삶이 재조명된 것 같아 감사하다”면서도 “반란군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세상을 뜬 것은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병장이 사망 당시 재학 중이던 조선대에서는 명예졸업장 추서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김해에서는 김오랑 중령 추모제가 열렸다. 김 중령은 영화 <서울의 봄>에서 배우 정해인씨가 열연한 오진호 소령의 실제 인물로, 김해는 그의 고향이다. 김해인물연구회와 활천동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주관해 인제로 51번길 삼성초등학교와 삼정중학교 사이 산책로의 김 중령 흉상 앞에서 개최된 추모제에는 150명이 넘는 추모객이 모였다.

김 중령의 흉상은 김해 활천동 주민자치위와 청년회, 김해인물연구회가 모금과 일일 찻집 수익금으로 2014년 6월6일 건립했다. 이후 활천동 주민자치위 등은 매년 12월12일 ‘참군인 김오랑 중령 추모제’를 지난 10년간 열고 있다. 김 중령은 자녀가 없어 이날 추모제에는 조카 김영진씨(67)가 유족 대표로 참석했다.

김 중령은 사망 당시 35세, 계급은 소령이었다. 그는 사후 10년이 넘도록 추서되지 못하다가 1990년 중령으로 특진 추서됐고, 2014년 보국훈장을 받았다. 사망 원인은 지난해 12월7일 ‘순직’에서 ‘전사’로 바뀌었다.

10년 전 고인의 추모비 건립을 주도했던 유인석 활천동 주민자치위 고문은 “주민들이 돈을 모아서 흉상을 세우고 해마다 추도식을 열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처음”이라며 “김오랑 선배님의 혼과 정의가 되살아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추모제에는 친구·후배들도 함께했다. 김 중령의 친구인 배병희씨(80)는 “참군인 오랑이를 이렇게 좁고 추운 골목에 외롭게 놔두면 안 된다”며 “정말 씩씩하고 의리 있는 친구였다”고 말했다. 고인의 조카 김영진씨는 “삼촌의 빛나는 모습이 영화를 통해 더 많은 국민에게 알려지고 오늘 이렇게 추모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육군사관학교에 고인의 추모기념물이 세워져야 하며, ‘보국훈장’보다 훈격이 높은 ‘무공훈장’이 추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영화 덕분에 김오랑 중령의 참군인 정신이 젊은이들에게 널리 알려져서 참으로 다행”이라며 “이제라도 정부 차원의 명예회복과 공식 추모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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