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계획형 ISFJ가 무계획 여행 4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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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다운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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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외국에서 지내는 동생이 연휴에 들어오는데.. 숙소가 비싸 예약을 못 했답니다.

그래서 집을 비워줘야 합니다. 거실 하나 방 하나 있는 작고 오래된 아파트라 같이 지내기엔 불편하거든요..

계획형이라 어디 가면 시간, 이동 경로동을 미리 세워두는 편인데요.

어떤 계획을 할 여유도 없이 집을 나갑니다.


제 성향은 이렇습니다.

낚시를 간다고 하면..

낚시 포인트가 5시 반쯤이 일출 시간이니, 

가는데 1시간 정도 걸리니 4시 반에는 출발해야하고 , 편의점에서 먹을거 사야하니 10분 정도 당겨야하고,

그러면 4시에는 일어나야하고... 6시간 정도는 자야하니 10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면 대략 점심은 9시 전에는 든든하게 먹어둬야하고.

내일 도착하면 편의점 김밥으로 배를 채우고 4~5시간 정도 낚시를 하고 초코바로 배를 채우고 일몰 시간이 6시 쯤이나 5시에는 철수 준비를 해야하고. 그러면 저녁은 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먹는다... 정도요.


일단 내일 뭐 할지는 생각을 해야하기에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충남 보령의 유령 아파트로 목적지를 정했습니다.

해수욕장 근처라 음식점이나 모텔들은 많겠죠. 다만 연휴 기간이라 없으면 어디 국도변 모텔로...

2일날에는 땅끝 마을에 있는 오토 캠핑장을 생각합니다. 거기가 사전 예약이 아니라 당일 선착순 입장이라 가능성이 있어 보이더군요. 


1일차 :

이렇게 대충 목적지만 정하고 캠핑 장비 챙기고 떠납니다..

비 소식이 없는데 비가 내립니다..

10시 반쯤에 출발을 했는데 5시간 정도 걸릴줄 알았는데 6시간 걸리더군요.


[이 부분은 앞에 글 Copy and past]

해가 지기 한시간 정도 전에 도착을 했습니다.

처음엔 무섭거나 공포스러울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해가 져갈 때 석양 빛을 받아서 그런가 처음엔 어? 상태가 괜찮은데... 였습니다.

근데 해가 비치지 않는 뒤쪽은 곰팡이들 때문에 거무튀튀하네요.

한바퀴 돌면서 여러 사진들을 찍었는데요.

뭔가 안타까운 생각들만 드네요.

옥상이 안 보이는걸로 봐서 위로 더 지을 예정이었던거 같고..

이런 논밭이 있는 곳에 아파트 단지가??? 라는 생각도 들고...

공사하면서 쌓아놓은 벽돌이 30년째 저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런 생각 저런 생각들을 하게 만들더군요.

소리도 없고 움직임도 없고... 정말 고요함 그 자체네요.


요즘 아파트들 공사 중단이 많은데.. 6개월 이상 중단되면 다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이어서 공사를 한다는게 이해관계든 비용이든 해결이 쉽지 않을텐데요..












근처 모텔을 찾으니 그래도 자리가 있더라구요.

방 잡고 밥 먹으로 나왔는데 다 조개찜에 해산물 요리등등이네요. 혼자 가서 먹을만한 가게들이 별로 없네요.

지도 보니 짬뽕 집이 있어서 가봤더니 폐업...

옆에 롯데리아도 폐업..

결국 편의점에서 김밥 1줄...(딴건 없고 이거 하나 남았더라구요.)과 맥주, 안주 하나 들고 숙소로 오는데 중국집과 국밥집이 보이더라구요.

아깐 그렇게 안 보이더니..

바로 국밥 하나 뚝딱..

숙소 들어오니 할 게 없습니다.

6시간 운전한것도 있고 해서 그냥 9시쯤 자서 아침 7시에 일어났네요. 푹~ 잤습니다.


2일차 :

땅끝 마을로 출발합니다.

300km ... 3시간 정도 걸리네요. 명절 전날만 휴일이고, 9시 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홈페이지에서 봐서 일단 출발을 했습니다.

도착이 11시 쯤이라 한 200km 정도 왔을 때 혹시나 자리가 없나 싶어 전화를 했습니다.

오늘 영업 안 한다네요.. 된장...

어딜 가야하나 찾기 시작했습니다.

땅끝 마을에 가서 별로 할 일도 없는데 모텔 입실 시간까지 대기하기도 그렇고.

혹시나 해서 주변 캠핑장등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꽤 멀지만 내장산 가인 캠핑장에 자리가 많더라구요. 금액도 19000원..

오잉??? 이런 연휴에 19000원에 자리가 있다고??

바로 예약을 했습니다. 이 때가 10시 반쯤.

일단 휴게소에서 밥을 먹고.. 캠핑장 입실 시간을 보니 무려 15시입니다.. 아직도 4시간 넘게 시간이 있습니다.

가더라도 뭐 할게 없구요..

휴게소에서 2시간 정도를 차에서 뒹굴 뒹굴....은 못하고요 ( 짐이 가득차서 운전석 눞히지도 못해요)..

제가 집에서 나올 때 챙겨온게 햇반 2개, 컵라면 2개 뿐이라 캠핑장에서 먹을게 없습니다.

검색해보니 입구에 농협 하나로 마트가 있네요. 농협 하나로 마트 휴일을 검색하니 연중 무휴네요..영업점별로 차이가 있을수는 있다고..

거길 믿고 갑니다. 문 닫혔습니다. 된장...

근처 정말 시골에 있는 조그만 마트(?)가 보여 들어갔습니다. 정말 살게 없습니다.

어째 어째 냉동 삼겹살이 보이길래 샀습니다. 맥주랑, 안주거리랑, 냉동 삼겹살...


캠핑장에 도착하니 왜 싼지 알겠습니다.

온수 없음, 샤워실 없음, 사이트는 3mx4m 정도 조그만 사이트더라구요.

날이 추워 일단 가져온 장작으로 버팁니다. 이것도 떨어지면 끝나요..


이게 제가 가진 음식 다입니다.


냉동 삼겹살이랑 먹을게 소금, 후추.. 그리고 쌈장 뿐이라 정말 먹을 맛이 안 나더라구요.


보령에 갔을 때 맥주 안주로 샀던 구운 계란을 구워(?) 먹습니다.


대충 배 채우고 또 그냥 잠니다.

새벽에 난로 불씨를 살려가며 버텼는데... 와.. 이 정도면 그냥 길에서 자는거랑 다를게 없습니다.

제가 가진게 3계절용 침낭과 USB 발열 매트 뿐인데요... 

그래도 새소리 들으며 아침을 맞이하는게 좋더군요. 특히 딱다구리 소리인가.. 딱딱딱딱~~딱딱딱딱~~ 딱딱딱딱~~  하는게 들리더군요.

너무 추워 남은 장작으로 난로에 불을 피웠습니다.

숯이나 난로 열기가 식는데 2~3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에 아침에는 잘 사용 안하는데요...

얼어 죽을거 같아서 어쩔수 없었습니다.

작은 컵라면 하나 먹고... 역시나 난로 열기가 식는데 기다리다 보니 퇴실 시간 12시 쯤 나왔습니다.


3일 차 :

오늘은 어딜 갈까 하다가... 한반도 모양의 섬(?)을 볼 수 있는 곳이 생각나서 검색해봤습니다.

강원도 영월이더군요.

5시간 쯤 걸리네요.

출발합니다.

4시 반쯤.. 고민을 합니다.

여기 휴게소에서 밥을 먹으면 더 늦어질텐데.. 오늘 일몰이 6시쯤이니 간당간당한데... 먹을까 말까????

지금 먹으면 저녁을 먹기 애매할거 같고.. 지금 안 먹으면 배가 고플거 같고..

결국 빨리 먹자로 결정하고 후다닥 먹습니다.

결국 30분 정도 또 늦어지네요.

그래도 아직 해가 떠 있을 때 도착 할 수 있으니 가봅니다.

마지막에 30km 정도 영월 출구를 놓쳐서...... 다시 70km를 돌아갑니다. 예정 시간이 6시... 아~~~

우여 곡절 끝에 한반도 모양 섬 전망대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근데 주차장과 전망대가 산을 하나 두고 있네요.... 등산을 해야합니다. 한 15분 걸렸나... 말 그대로 등산입니다.

숨을 헐떡거리며 도착했습니다.

안개도 끄고 날도 흐리고 해도 사라질 때 쯤이라 아쉽기는 하지만요..





근데... 뭔가 모양이 좀 이상하네요... 여기 까지 왔는데.... 이거 왜 이래요??? 이게 최선이에요????

여기에서 커플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시던 커플... 아들만 한 4명 낳으세요...


사진 좀 찍고 숙박 앱으로 모텔 검색을 했더니 33km 거리더라구요. 뭐 여기가 외져서 그런가??? 라고 생각하고 예약하고 출발하는데 내비에 찍힌 거리가 70km 입니다.

70km면 부산에서 밀양거리인데요..

이상하게 지금 있는 곳은 영월군인데 모텔은 원주시에 있더라구요.

바로 옆에 붙은 동네인가 싶었는데 뭐 가는 길에 고속도로도 올라가고...

하여튼 또 꾸역 꾸역 도착해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2개랑 맥주 사서 먹고 마셨습니다.

또 할게 없어서 자고...

지금이 4일차 아침입니다.

이제 이 글 올리면서 어디 갈까 고민 중인데요.

캠핑장은 지금 장비로는 노숙 체험과 다를게 없어서 안되겠구요..

연휴 마지막 날이라 고속도로등이 많이 밀릴테니 동해쪽으로 넘어가서  그냥 국도로만 설렁 설렁 부산쪽으로 가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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