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픙 김밥을 싸주셨던 친구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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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경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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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4학년 겨울 방학 때부터 할머니, 할아비지 품에서 자랐습니다.
그러다 5학년이 되고 봄소풍을 가는데
차마 할머니께는 말씀 못드리겠더라구요.
집안 사정이 어려운 것도 있고
제가 말씀드렸으면
할머니께서는 어떻게든 소풍 준비를 해주셨겠지만... 
저는 그게 참 죄송스럽더란 말이죠.

그래서 소풍날 당일, 
새벽에 일어나 흰밥을 도시락에 담고 
한쪽 구석에 김치 몇 쪽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설에 선물로 들어온...
할아버지께만 드리는 양반김 하나는 슬쩍했지요.ㅋ

그리고 친구 집으로 갔습니다. 
친한 친구들 몇이 그 친구집에 모여서 함께 가기로 했거든요.
아직 쌀쌀한 새벽 공기 때문인지
친구집으로 가는 길이 참 춥게 느껴졌습니다.
도착해보니 아직 친구집은 김밥을 싸느라 분주하면서도 
집안 전체에 가득한 따뜻함이 참 슬프게도 좋았습니다.

거실에서 김밥을 싸시던 친구의 어머니께서
반갑게 맞아주시며
저희 할머니 김밥 솜씨 좀 보자고 하시더라구요.
어린 마음에...
할머니께서 편찮으셔서 김밥을 못 쌌다고 했습니다.
솔직하게 말을 못 했죠.

그때는 제가 한참 부모님의 빈자리를 인식해가던 때라...
참 슬프기도 하고 친구가 부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자 친구 어머니께서
"그래 그래 일찍 오길 잘했다."
하시며 제 도시락에 있는 흰밥을 덜어내시고
빈 도시락을 씻어서 깨끗한 헝겁으로 닦으시고는
김밥을 새로 싸서 담아주셨습니다.
다음 소풍날에도 일찍 오라고 하시며...

아침까지 맛나게 얻어먹고 
친구들과 소풍을 갔는데 하루 종일 가슴 한곁이 따뜨~~읏 했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그 친구 집에 놀러가면
어머님께서 계란후라이를 냉면 그릇 가득해주시곤 했습니다.
일주일치 한 번에 다먹고 가라고며..ㅎㅎ
원래 손이 큰분이라 친구들이 놀러가면 반찬을 냉면그릇에...ㅡ..ㅡ

대학 때문에 서울로 떠날 때
우리 영선이(친구동생) 너한테 시집 보낼거니까
한눈팔지 말고 공부만 하라는 어머니께
"저는 어머니를 진짜 어머니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족끼리 그럴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했죠.ㅋㅋㅋ

10살부터니까 벌써 36년군요.
그 친구와 어머니와...

곧 어머니의 70회차 생신이라
친구녀석과 생신 선물로 뭐해드릴지 이야기 하다보니 옛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ㅋ

어머니 건강하세요~~
.
.
.
그리고 저번에 전화드렸을 때
"야! 너 머릿털 빠진다며?"
하시며 숨넘어갈 듯 웃으신거.. 기억할겁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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