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프랑스 총선 1차 투표 최종결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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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연합[불복종 프랑스, 프랑스 녹색당, 프랑스 공산당, 프랑스 사회당], 집권 중도여당연합[전진하는 공화국, 민주운동, 지평선], 국민연합, 우파연합[공화당, 무소속민주연합, 기타우파], 재정복!, 녹색좌파[기타좌파, 좌익급진당, 녹색주의자들], 지역주의자, 기타중도, 극좌정당[노동자투쟁당/반자본주의신당], 기타정당, 극우정당[약진하는 프랑스])
2022년 프랑스 총선 1차 투표 최종결과(득표율/1위 지역/결선 진출 지역)
좌파연합(중도좌파-극좌): 26.11%(+4.35), 194곳, 390곳
집권 중도여당연합(중도): 25.88%(-6.45), 203곳, 420곳
국민연합(우익-극우): 18.68%(+5.48), 110곳, 208곳
우파연합(중도-중도우파): 13.62%(-7.95), 50곳, 88곳
녹색좌파(중도좌파-좌익): 6.37%(=), 9곳, 21곳
재정복!(극우): 4.24%(NEW), 0곳, 0곳
지역주의자(지역주의): 1.28%(+0.38), 7곳, 11곳
기타중도(범중도): 1.25%(NEW), 2곳, 12곳
극좌정당(극좌): 1.17%(+0.40), 0곳, 1곳
기타정당(기타): 0.85%(-1.36), 0곳, 1곳
극우정당(극우): 1.13%(-0.34), 2곳, 2곳
멜랑숑의 좌파연합 0.33%p차 경합 1위, 중도여당연합 과반 미달 가능성
투표율: 47.51%(-1.19)
전체 의석: 577석
과반 의석: 289석
지난 21년 6월, 프랑스 정치는 중도 Vs 극우의 양강 구도를 띠고 있었으며, 녹색당 등 신규 주자들이 틈새 시장을 파고들려 노력하는 중이었습니다.
기존 양당 중 공화당은 차기 주자들의 경쟁력이 점점 높아지면서 결선 진출을 노리고 있으며, 사회당은 지난해 기초선거에서 재선하며 주목을 받은 안 이달고 파리시장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아직까지는 확고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직 대선까지는 1년 간의 기간이 남아있어서, 6월에 있을 광역단위(레지옹/데파르트망) 지방선거에서의 선전 여부에 따라 초반 대선구도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였습니다.
특히 공화당&연합은 여러 차기 주자들(자비에르 베르트랑, 발레리 페크레스, 로랑 보키에)이 레지옹(오드프랑스/일드프랑스/오베르뉴론알프)의 수장인 만큼, 선거전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한편, 6월에 치러질 광역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시행된 Harris의 연초 프랑스 차기 대선 가상대결 결과, 1차 투표에선 공화당/사회당 후보가 누군지에 관계없이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가 1위에 올랐으며, 결선 지지율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고작 4%p차로 추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인기가 올랑드나 사르코지 등 동시기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 높은 편에다, 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마크롱에게 가장 유리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접전 구도가 형성되어버린 것입니다. 프랑스인들의 높은 방역 정책 불신과 만연한 백신 음모론,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에 대한 좌파유권자들의 반감 등이 이러한 결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가운데, OpinionWay의 레지옹 조사에서도 국민연합이 2015년처럼 전국 지지율 공동 1위에 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추세로 갈 경우 15년처럼 2차 투표에서 중도와 좌우파를 막론한 공화국 전선이 다시금 펼쳐진다 할지라도 국민연합이 최소 한 곳에서 당선자를 낼 거라는 예측이 대두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집권 여당 전진하는 공화국은 20년 기초선거에 이어 또다시 부진하며 단 한 곳에서도 당선자를 내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리고 6월 20일 프랑스 광역 지방선거 1차 투표가 치러져 뚜껑을 열어본 결과, 연초 예상(전국 득표 1위)을 뒤엎고 국민연합이 크게 부진하여 15년과 달리 전국 득표율이 10%대로 추락하고 대다수의 레지옹에서 2위도 간신히 지켜내며 결선 경쟁력이 매우 악화된 것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직전 여론조사 결과(전국 26%)와 15년(27.89%)에 비해서도 크게 뒤떨어지는 결과로, 그나마 1위를 차지한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에서도 40%대의 예상 1차 득표율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12개 본토 레지옹 중 오베르뉴론알프, 일드프랑스, 페이드라루아르 정도를 제외하면 전부 1위까지 기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 2위에 그쳤으며 브르타뉴 같은 경우엔 5위까지 추락했습니다.
이를 5월 프랑스 하원 재보선에서 전 지역에서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패한 것과 함께 고려해 볼 때,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연합에게 여론조사에도 못 미치는 지방 득표 악화라는 큰 고민거리가 생겨난 셈입니다.
그에 반해 공화당&연합은 30%에 육박하는 월등한 전국 득표율을 보이고 가장 많은 레지옹에서 1, 2위를 차지하면서, 2차 투표에서의 높은 경쟁력이 예상되는 중입니다. 또한 차기 대선 주자들이 여론조사 이상의 득표능력을 선보이면서 내년 대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편 사회당&연합은 득표율이 2015년(23.12%)에 비해 떨어졌지만, 오히려 본토에서 15년(2곳)보다 많이 1위를 차지하였으며, 녹색당&연합도 페이드라루아르, 오베르뉴론알프, 일드프랑스에서 사회당&연합과 불복종 프랑스&연합의 2차 투표 지원을 받아내며 프랑스 좌파의 강대한 한 축이 되었음을 확고히 했습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인 전진하는 공화국&연합은 매우 부진하여 과달루페, 기아나와 같은 해외영토를 제외하곤 그 어느 곳에서도 1, 2위에 들지 못하며 마크롱 대통령에게 본인을 제외한 소속당 대부분의 선거 경쟁력 미숙이라는 큰 숙제를 남겼습니다.
프랑스 광역 지방선거는 대선, 총선과 같이 결선투표제로 시행되며, 1차에서 과반 달성 후보가 없을 경우 10% 이상을 득표한 상위권 후보 간의 결선투표가 진행됩니다. 결선투표일은 6월 27일로 예정되었으나, 코로나 사태가 갑작스럽게 악화될 경우 2020년 프랑스 기초 지방선거처럼 기약없이 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시 가장 주목받고 있던 곳 중 하나는 국민연합이 1위인 이탈리아 근방의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이며, 극우 국민연합이 1차 투표에서의 부진을 뒤로 하고 3위 녹색당 후보의 결선 사퇴로 결성된 반 극우 공화국 연합을 꺾으며 사상 첫 레지옹 확보를 이룩할 수 있을 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6월 27일 치러진 지방선거 2차 투표 결과, 낮은 투표율이 원인이었는지 국민연합 후보들이 여론조사에 비해서도 훨씬 부진하며 기대했던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에서도 15%p차로 참패하는 혹독한 성적표를 받게 됐습니다. 여기에 더해 전진하는 공화국&연합도 1차 투표처럼 매우 부진하며 해외영토인 과달루페 확보를 제외하곤 변변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제1야당 공화당&연합은 지방선거 대선전 버프를 받아 우파연합 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자비에르 베르트랑 오드프랑스 주지사(우파연합 내 중도파, 로랑 보키에 공화당 대표 시절 우경화에 반발하여 탈당) 사상 처음으로 대선 지지율 20%대에 등극하며 상승세인 마크롱과 하락세인 르펜을 포함하여 3명이서 대선 최상위권을 형성하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몇 년간 중도 Vs 극우 구도가 재현될 것처럼 보였던 2022년 프랑스 대선 정국에 크나큰 격랑이 이는 상황입니다.
그에 반해 범좌파(사회당+녹색당+불복종 프랑스)에서도 지방선거 선전(본토 우세 지역 확보, 해외영토 추가)의 기세를 몰아 대선 단일후보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조사 결과 단일화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표 결집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경쟁력이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는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르펜의 온건화에 불만을 품은 극우 강경파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 끝에 에릭 제무르 돌풍이 불면서 프랑스 정국이 급변하게 됐습니다.
유명 텔레비전 진행자 겸 평론가 출신인 63세의 제무르는 프랑스 보수지 르피가로에서 오랜 기간 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일했으며, 2014년 프랑스의 자살이라는 책에서 이민자와 동성애가 프랑스를 종말의 길로 이끈다며 반-톨레랑스, 반-68혁명, 200만에 달하는 외국인 추방을 외치며 프랑스 우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EU집행부가 제국주의 독재정치를 일삼는다며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을 부패한 주류에 맞서 싸우는 투사로 동치시켰으며, 이슬람이 백인의 자리를 대체하려는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면서 그 기반이 되는 아동 이민자 역시 추방과 이슬람 이름 사용 전면 금지 등을 외쳤습니다.
여기에 더해 나치의 괴뢰 정권이었던 비시 프랑스를 이끈 페탱 원수의 유대인 학살 책임론을 거부하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프랑스의 미국 식민화를 부추겼다며 과거사 반성 거부와 반미 감정 역시 명확히 했습니다.
이러한 주장들은 프랑스 사회로부터 극단적이고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르펜의 온건화에 실망한 극우층으로부터는 시원시원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돌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오랜 정치 입문기간 동안 각종 논란을 쌓아온 르펜 가문의 망언 이미지를 피할 수 없는 마린 르펜에 비해 정치입문 기간이 짧아서 품위있고 지적이나 확실한 극우파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제무르의 알제리 출신 유대인 이민자라는 가족적 특징에 주목하여, 자국 영토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재산을 잃고 프로방스 등으로 추방된 알제리 거주 프랑스인들(피에 누아르)의 반-알제리 정서가 이슬람권 전체에 대한 반감으로 확산되어 르펜 가문의 국민전선에 대한 탄탄한 지지로 연결되었으나, 이제는 제무르로 떨어져 나갈 가능성을 보고 있었습니다.
제무르는 대선 공식 출마선언과 비슷한 시기에 자체 정당을 창당하면서 이름을 재정복당으로 칭하여 과거 스페인의 레콩키스타들의 이슬람 정복 기독교 성전사 이미지를 대입시키려는 등, 반-이슬람 정서에 기반한 지지기반을 확대할 것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에 호응하여 아버지 르펜, 그리고 마린 르펜의 조카이자 국민연합의 차세대 강경파 주자로 주목받았던 마리옹 마레샬 르펜이 제무르 지지선언을 하는 등, 기존 극우 진영 사이에서 상대적 온건파(르펜)와 강경파(제무르)가 갈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35살 연하의 사라 크나포 보좌관(시앙스포, ENA 출신)과의 불륜 논란이 터지며 사생활 침해라는 반발과 성문제에 관대한 프랑스임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기준을 강조하는 발언에 주목했던 강경 우파를 중심으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게다가 지나친 강경 발언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구체적인 공약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잇따름에 따라 한 때는 르펜을 꺾고 18%까지 달했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결선 진출 가능성이 차츰 떨어져버렸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프랑스 범좌파의 지리멸렬은 지방선거 선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했으며, 사회당의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안 이달고의 부진 속에서 사회당 출신의 아르노 몽트부르 전 경제장관이 잠시 주목을 받았지만 여전히 매우 낮은 지지율을 보여주며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하는 중입니다.
강경 좌파 진영에서도 불법 정치 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나선 공권력에 격렬히 저항하여 벌금형을 선고 받으면서 상당한 인기를 잃은 멜랑숑의 대안으로 파비앙 루셀 프랑스 공산당 대표 등이 거론되었으나, 역시 낮은 지지율로 그들만의 리그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편, 녹색당의 야니크 자도 후보는 당 내 경선에서 여러 도전을 뿌리치며 후보직을 확정지음에 따라 좌파 1위인 멜랑숑을 위협할 정도로 지지율이 일부 상승하였으며, 앞으로 있을 범좌파 경선을 치르는데 있어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12월 1-2일 치러진 프랑스 공화당 경선 1차 투표에서도 작은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주춤하던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당 경선 결선 진출이 유력했던 자비에르 베르트랑이나 미셸 바르니에 등이 결선 진출에 실패하고, 이민자들을 격리시킬 프랑스판 관타나모 수용소를 만들겠다며 제무르처럼 반-이민 발언을 공공연히 설파했던 강경파 에릭 시오티 하원의원이 1위에 오르며 발레리 페크레스와 함께 결선에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이에 결선 탈락 온건파 후보들은 상대적 온건파인 발레리 페크레스 후보를 지지선언하여 로랑 보키에 때처럼 강경파 후보의 공화당 장악으로 인한 결선 경쟁력 약화 가능성 조기 차단에 나섰으며, 해당 연합은 그 즉시 효과를 보면서 12월 3-4일 치러진 결선에서 페크레스 후보가 무려 21.9%p차로 압승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프랑스 명문학교 ENA를 졸업한 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보좌관으로 정치 입문하고 파리를 포함하는 수도권 일드프랑스 주지사로 재임 중인 페크레스 후보는, 스스로를 영국의 마거릿 대처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에 빗대었으며 중도우파 공화당이 돌아왔다면서 르펜과 제무르로 대표되는 극우 정서에는 분명히 선을 긋되 공화국의 적으로 스스로 자리매김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겐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표명했습니다.
또한 자랑스러운 드골의 당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후보가 탄생했다면서 여성 지지층의 호응을 계속 이끌어 낼 것을 외쳤으며, 프랑스의 긍지 복원을 주창하고 주 35시간 근무제한 완화 및 폐지, 비대해진 예산 삭감, 이민 통제, 불법 이민자 추방, 전통적인 가족 가치 복구,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하였습니다. 또한 마크롱의 중도노선이 좌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것이라며 스스로 보수주의자임을 확고히 했습니다.
그리고 구 소련의 청소년 캠프에서 러시아어를 익혔던 경력을 강조하면서 동독 출신으로 러시아어를 학습했던 메르켈처럼 대러시아 정책 등에서의 전문적 외교 대응이 가능함을 역설하였습니다.
그 동안 확고한 구심점이 없어 거대한 양측인 마크롱으로 이탈하고 르펜에 솔깃하던 프랑스 중도우파 유권자들이 페크레스라는 확실한 후보가 정해짐에 따라 집결하기 시작하면서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였으며, 경선 직후인 12월 6-7일 Elabe 본선조사에서는 무려 11%p 폭등하며 마크롱의 1위 자리를 위협하고 결선조사에선 4%p차로 역전하는 이변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대선까지는 아직 5개월 가량의 시간이 남은 만큼 해당 지지율 상승이 경선으로 인한 집결 효과인지, 아니면 실제로 공화당이 대선에서 부활한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6월 지방선거 이후 시행되었던 조사들에서도 베르트랑이 선거 버프로 결선에서 마크롱을 꺾은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페크레스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에 조급해진 페크레스 진영은 경선에서 2위를 했던 당내 극우파 시오티와 함께 르펜-제무르 진영의 배타주의적 주장에 동조하는 우경화 공약을 대거 내놓았으나 오히려 중도층의 이반을 촉진시키는 역효과만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결과, Odoxa 조사에서 페크레스 지지율은 무려 7%p 폭락하면서, 회복세를 보이는 르펜과 제무르를 꺾기는 고사하고 좌파 내 지지율 1위 후보 자리를 무기로 좌파 지지층을 규합하며 10%대에 오른 멜랑숑과 4위 자리를 다투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사르코지와의 불화 및 경선 조작 논란 등으로 연성 중도우파층에게도 실망감을 안겨주면서 르펜보다도 못한 결선 경쟁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중도좌파의 기대주였던 아르노 몽트부르 후보는 계속되는 낮은 지지율을 견디지 못하고 불출마를 선언하였으며, 프랑스령 기아나 출신의 전 법무부 장관 크리스티안 토비라가 범좌파 전반에 걸친 높은 호감도(좌파 진영 비공식 호감도 투표 압도적 1위)를 등에 업고 출마선언 했습니다.
이후 몽트부르 지지층을 대부분 흡수하고 추락세를 거듭하는 안 이달고 사회당 후보를 누르며 중도좌파 내에선 상당한 존재감을 보이나, 대선 전체적으로 봤을 땐 그들 만의 리그에 그치는 상황입니다.
반면에 강경 좌파 진영에선 파비앙 루셀 프랑스 공산당 대표가 멜랑숑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름의 세를 불리면서, 향후 있을 좌파 단일화 경선 가능성 등에도 상당한 지분을 요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타 후보들이 오르락 내리락 하며 2위 자리에 오르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은 코로나 와중에도 상당한 경제 성과(21년 경제성장률 잠재치 7%로 2020년 하락치 거의 회복, 집권 이후 실업률 대체로 하락세)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1위를 유지하며 비교적 순항 중이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대두됨에 따라 외교안보 이슈가 대선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극좌(멜랑숑, 루셀)와 극우(르펜, 제무르) 진영은 반-백신 의무화 시위대에 어느정도 동조하는 것에 이어서, 마크롱 정권 아래서의 대러 강경책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그치지 않고 아예 분쟁 탈피와 국익을 위한 NATO 탈퇴와 대러 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주장하는 등, 미국-유럽연합의 대러 전선 자체를 부정하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듯 양 극단으로부터 공격받는 상황에서, 대러 정책(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 러시아 안전 존중 주장)에 대해선 영국이나 미국, 폴란드, 이탈리아, 하다못해 발트 3국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노력에 비해서도 훨씬 어정쩡하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테러가 이어지던 말리에 파견된 프랑스군이 쿠데타 정부와의 갈등 끝에 별 성과 없이 10년 만에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마크롱 정권 하에서의 아프리카 내 영향력 감소 우려가 커지고 기존의 유럽 통합(유럽통합군 창설 및 균일화 외교노선) 주장 또한 제대로 된 실천 없는 보여주기 식이라는 비판을 유럽 안팎에서 받게 되면서, 대선 막판에 변수가 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대격변을 일으켰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선전 속에서, 프랑스의 민심이 여러 불만사항에도 불구하고 푸틴과의 담판 속에서 대러 강경책을 주창하던 마크롱의 외교안보노선에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그 결과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평가는 17년 7월 이래 최고치(Kantar), 18년 2월 이래 최고치(YouGov)를 찍으며 역대급 결과를 얻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대선 지지율에서는 마침내 1차 투표 지지율 30%대 돌파에 이어서 2위인 르펜과 무려 16%p 격차에 더블 스코어라는 성적을 받아 들었습니다.
또한 결선에서도 타 후보들을 더블스코어로 압살하고 르펜과의 대결에서도 20%p차 압도적 우세를 노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에 반해 온라인 선거 홍보물에 푸틴 사진을 박아 놓을 정도로 대러 관계 호전을 외쳤던 르펜 후보는 침략 전쟁에 성난 프랑스 민심을 맞닥뜨려 러시아 은행에서의 자금대출과 함께 과거 푸틴과의 관계를 해명해야 할 처지에 놓였으며, 제무르는 푸틴을 강한 지도자로 치켜세웠던 과거 발언이 공격받으면서 한 자릿수 대로 추락하고 결선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반대로 페크레스는 대러 강경 노선을 부각시키며 극우/극좌 후보들의 대러 온건 노선을 비판했으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선 경쟁력이 르펜에게 계속 뒤지면서 점점 지지층 결집을 위한 호재가 사라지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친러 논란에서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고 범좌파 지지층 결집에 성공하고 있는 멜랑숑에게 4위 자리마저 뺏기고 한 자릿수 대로 떨어지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 와중에 크리스티안 토비라 후보는 선출직 공직자 500인 이상 서명 요건 충족에 실패하면서 좌파 내에서의 광범위한 호감도에도 불구하고 고정 지지층 달성 실패에 이어 대권의 꿈마저 접게 됐습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깃발 효과가 사그라들고 마크롱 본인이 대선 토론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으며 불성실한 대선 캠페인으로 인해 스포트라이트가 다른 곳으로 돌아간 데다, 법인세 탈루 논란이 있던 특정 회사에 코로나 방역 정책 자문을 몰아주며 온갖 조달 계약 특혜를 남발했다는 의혹의 맥킨지 게이트가 터지면서 인플레로 인한 생활 이슈에 집중하던 르펜과 멜랑숑에게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반이민을 제외한 상당수 공약을 온건화(EU 탈퇴 포기, 국민연합 일부 차원의 이슬람계 대한 사과)한 르펜으로, 대부분의 본선 조사에서 1위인 마크롱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2.0%p-6.3%p)에 들어오고 결선에서도 10%p차인 Odoxa를 제외하면 한 자릿수 대(3.0%p-8.0%p)로 좁혔습니다.
이렇게 일부 본선 조사에선 고작 2%p차(Kantar-Epoka, DataPraxis/YouGov)로 추격한 것에 이어, Harris의 결선 조사에선 3%p차까지 쫓아왔습니다.
게다가 처음 실행되고 표본크기가 없어서 신뢰도가 불확실하긴 해도 저명한 브라질 기관의 조사에서는 본선 격차는 비교적 크지만 1%p차로 마크롱과의 결선대결 사상 첫 역전에 성공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반해 멜랑숑은 극우 후보의 당선 가능성 확대에 불안감을 느낀 범좌파에서 이달고 후보가 일부 조사(DataPraxis/YouGov)에선 1%라는 굴욕적 지지율을 받아들 정도로 결집하고, 일부 마크롱 지지층의 좀 더 수월해 보이는 마크롱 Vs 멜랑숑 결선 시나리오를 노린 전략적 투표와 함께 홀로그램을 이용한 효과적인 캠페인을 통해 3위로 르펜을 맹추격하고는 있지만 격차(브라질 기관 제외: 5.0-8.0%p)가 영 좁혀지지 않는 중이었습니다.
마침내 4월 10일에 프랑스 대선 1차 투표가 치러진 결과, 마크롱이 압도적인 노년층의 지지 속에서 여론조사보다 높은 수치로 중장년층의 생각보다 약한 지지 때문에 조사 평균치에 그친 르펜을 앞서며 1988년 미테랑 이래 현직 대통령으로선 최고 득표율 성적으로 결선에 진출했습니다. 막판 접전에 위기감을 느낀 샤이 마크롱이 그 성향을 막론하고 결선 전에 선결집하게 된 것입니다.
3위를 차지한 멜랑숑은 토비라의 지지선언 등으로 청년층과 범좌파 지지층 결집을 극대화하며 개표에서 국민연합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여론조사 거품 및 과대평가를 이번에도 비껴가지 못한 르펜을 1.2%p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했지만, 자도/루셀/이달고 등의 범좌파 후보, 특히 그 중에서도 지난 대선에선 공동전선을 형성했던 루셀과 원자력발전에 대한 견해 차로 단일화에 실패한 것이 결국 발목을 잡으면서 결선 직전에 간발의 차로 아쉬운 발길을 돌리게 됐습니다.
이와는 달리 제무르와 페크레스는 선거 직전 르펜과 마크롱에게 지지층을 모조리 뺏기면서 한 자릿수 대에 그치는 굴욕을 당했으며, 페크레스는 2017년 프랑스 중도좌파의 몰락을 알린 브누아 아몽 사회당 후보(6.36%)보다도 못한 성적을 보이면서 선거보조금 지원 기준인 5% 문턱에서 좌절하며 중도와 극우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공화당의 우울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최악의 패자는 안 이달고와 사회당으로, 중도표는 진작에 마크롱에게 뺏긴 것도 모자라 급진 좌파는 멜랑숑과 루셀로, 중도좌파마저 환경과 기후변화, 친EU를 기치로 한 녹색당의 자도로 이탈했습니다.
그 결과, 2012년 집권당이 10년 만에 소수점대 진입 일보직전까지 몰리면서 이전까지는 집권 파트너에 불과했던 녹색/좌익계정당들에게 총선 협력을 호소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한편, 중도좌파 녹색주의자 야니크 자도와 중도 지역주의자 장 라살은 비록 5% 득표를 통한 선거비용 상환에는 실패했어도 분명한 노선과 호감 있고 친근한 면모를 통해 주요 후보 3명으로 3대 진영 지지층이 결집하는 와중에도 존재감 있는 득표율을 얻으며 다음 총선을 위한 나름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1차 투표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페크레스, 이달고, 자도, 루셀 등은 마크롱을 공식 지지선언 하거나 그에 준하는 의사를 표했으며, 공식 지지는 아니어도 르펜은 결사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한 멜랑숑과 필립 푸투 등을 통해 공화국 전선이 지난번 만큼의 결속력은 아니더라도 나름 재구성 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비록 공화당 측에서 지난 대선과는 달리 시오티 등 마크롱 지지 표명을 거부한 인사가 꽤 많이 나왔지만, 범좌파 진영에서의 공화국 전선 호응이 생각보다 강하여 결선을 안심할 수준은 된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극우 진영에서도 상당한 결집이 이루어졌는데, 17년 대선에서 르펜과 집권 시 총리 직을 협상했던 니콜라 뒤퐁 에냥에 이어 에릭 제무르와 마리옹 마레샬 르펜이 마린 르펜에 대한 결선 지지 선언을 한 것입니다.
결선에서 마크롱 측은 여론조사 이상이었던 1차 투표와 생각보다 잘 구성된 공화국 전선을 무기로 적극 참여로 태도를 바꾼 20일 토론에서 우세를 굳히는 전략으로 다시 한번 60%대 이상 득표를 노리고 있으며, 르펜 측은 이에 맞서 초접전화 된 결선 조사의 흐름을 그대로 이으려 하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운명을 좌우하고 6월에 있을 총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2022년 프랑스 대선 2차 투표는 4월 24일에 치러지게 됐습니다.
1차 투표 직후, 마크롱과 르펜 모두 멜랑숑 지지자들을 우선적으로 끌어들이려 했습니다. 마크롱은 공화국 전선 기치 아래서 멜랑숑의 암묵적 지지 속에 좌파 유권자들의 전통적인 반-파시즘 성향을 상기시키고 연금 수령 연령 상승폭 완화(62->65->64)와 장 카스텍스에서 교체될 차기 총리의 환경 중점 약속과 함께 관련 장관직 신설, 대규모 나무심기, 재생에너지/원전 대폭 확충 등 각종 환경 우선 공약을 내놓음으로써 중도 및 야니크 자도 지지층과 사회적 좌파들을 끌어들이려 하는 중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르펜 측은 반-이민 발언을 완화하고 보호무역에 중점을 둔 좌향좌 경제 공약과 연금 수령 연령 하향 약속(62->60)과 마크롱 정부의 인플레 실정을 부각시키며 벨기에 국경지대와 남부 해안가를 기반으로 중도층과 경제적 좌파를 끌어들이려 했습니다.
하지만 결선 진출 직후, 온건하게 바뀌었다는 르펜의 유럽연합 공약이 프렉시트라는 단어만 안 썼을 뿐 반EU 성향은 그대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반-재생에너지 성향 공약이 부각되면서 르펜 가문의 위험성이 프랑스 유권자들 사이에서 재차 상기됐습니다. 게다가 프랑스 검찰이 르펜의 유럽의회 공적자금 유용 의혹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던 것이 드러나고 국민연합이 러시아 군수업체에게 진 막대한 빚이 재조명 받으면서 도덕성 및 친러파 논쟁에 있어서도 더욱 불리해지게 됐습니다.
여기에 결정타로 4월 20일 치러진 양자토론에서 마크롱 측이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크게 앞선 끝에 Elabe 조사에선 59:39로 압승 평가를 거두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 등 사민주의 중도좌파 성향 주변국 지도자들의 공개적 지지선언까지 받으면서, 여론조사 공표금지 마지막날 직전까지의 여론조사 상승 추세에다 17년 대선 결선, 22년 본선에서의 샤이 마크롱까지 고려할 경우 지난 대선보단 덜하지만 60%대 승리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친EU 진영의 기대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르펜 진영은 차후 기존 불출마 약속을 뒤집고 4번째(2012, 2017, 2022, 2027)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에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 등 마크롱의 인기 높은 후계자들과 대등한 승부를 겨루고 마레옹 마레샬 르펜 등의 반발을 저지할 수 있게, 어떻게든 한 자릿수 대 승부로 끝내서 그 경쟁력을 과시하여 6월 총선과 향후 극우 진영 내 장악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한편, 멜랑숑 진영은 대선 승자를 일찌감치 마크롱으로 간주하고 르펜에 비해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6월 총선에서 범좌파 진영 집결에 기반한 대선전을 통해 마크롱 진영의 의석 과반을 붕괴시켜 동거정부를 강요한 후, 본인 혹은 좌파 진영 총리를 올리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나리오에 기반해서 야니크 자도의 녹색당, 파비앙 루셀의 공산당, 심지어 필립 푸투의 반자본주의신당과도 긴밀한 협력을 취하는 중이지만, 사회당은 그 영향력이 마침내 종언을 맞이했고 별 도움이 안 되거나 저자세로 더욱 양보하며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는지 대선 결과를 보고 애가 탄 사회당 지도부의 적극적 협력 의사에도 불구하고 두드러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4월 24일 치러진 프랑스 대선 2차 투표 결과, 여론조사 추세대로 17년보단 못하지만 여전히 노년층과 청년층, 좌우파를 막론하고 거국적인 지지를 받은 마크롱 대통령이 17%p차로 재선을 확정 지었습니다.
르펜의 승복 선언 속에서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 국가인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지던 승리 축하 연설장에서 자신의 승리는 본인의 능력이 아닌 극우를 막기 위해 대통령에 대한 호오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선택해준 공화국 전선 시민들 덕분이라며, 선거운동 시기에 보여줬던 오만한 면모와는 달리 총선을 감안해서인지 스스로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으며, 결선 직전 공언했던 것과 같이 생태 국가로의 전환에 착수할 것임을 다짐하며 환경주의자들을 끌어들이려 노력했습니다.
한편, 같은 날 치러진 슬로베니아 총선에서도 사회자유주의 환경 중심 정당이 단독으로 과반에 육박하는 예상 밖 압승을 거두며 반EU 성향의 권위주의 우파 정치인을 쫓아내면서, 24일은 그야말로 친EU 녹색자유주의자들의 축제의 장이 되었습니다.
다만 프랑스령 기아나, 과들루프, 생피에르 미클롱, 레위니옹 등 1차 투표에서 멜랑숑이 압승했던 해외영토에서의 예상 밖 르펜 압승과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오드프랑스, 코르시카 같은 여러 본토 레지옹 르펜 승리는, 향후 마크롱에 비해 인기 없는 르펜의 대항마가 결선에서 맞붙고 공화국 전선이 좌우파의 이탈로 완전히 붕괴되었을 때의 불길한 미래를 암시하는 모양새입니다.
마크롱으로 대표되는 본토 정권의 백신 등 규제 사항 통지에 대한 불만과, 전 정권들부터 이어진 본토 대비 박탈감과 소외감이 자신들의 경제적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대변해주던 범좌파 후보들의 지속적인 탈락으로 극대화되면서, 그나마 있는 권리마저 훔쳐가는 걸로 인식되던 비-프랑스인에 대한 배타적 정서 대두와 함께 보호무역과 반-이민, 프랑스인 경제민족주의와 좌파적 복지공약을 외치는 르펜에 대한 열렬한 반응과 본토와 달리 범좌파 지지층의 관망 혹은 이탈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한 대표적인 예가 바로 흑인 이슬람교도가 97%로 절대 다수이나 르펜이 1차부터 압승한 아프리카 지역의 프랑스 식민지 섬 마요트로, 가난한 대륙 이민자들과 수십년간 부닥친 끝에 반난민/반이민을 주창하는 르펜의 유세장에서 알라후 아크바르와 함께 르펜에 대한 찬사가 울려퍼지는 일견 기이해 보이는 광경이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한 미국 러스트 벨트의 소도시와 시골들처럼, 쇠락한 공장지대가 많은 벨기에 인근과 알프스-피네레 산맥 사이 남부 해안지역, 코르시카를 중심으로 보호무역과 보수적 가치관을 외치던 강경 우파를 선호하는 움직임이 프랑스 본토의 저소득 블루칼라와 가톨릭 보수주의 성향의 시골 농민들을 중심으로도 보이는 중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6월에 치러질 총선이 마크롱 진영의 과반 재확보에 대한 부정적 기류(Ipsos: 과반 찬성: 44%[적극찬성: 20%, 동거정부 회피: 24%], 반대: 56%/BVA: 과반 찬성: 34%, 반대: 66%/Elabe: 과반 찬성: 39%, 반대: 61%)로 인해 더욱 주목받게 됐으며 위에 언급되었던 범좌파연합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상당히 호의적(연대 긍정: 57%, 부정: 43%)으로 나오는 상황입니다.
그와 반대로 제무르로 대표되는 극우 세력도 총선 우파연대를 주창하면서, 범좌파연합에 비해 싸늘한 시선(Ipsos: 연대 긍정: 35%, 부정: 65%)에도 불구하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크기가 된 르펜 고정 지지층 때문에 극우 저지로 다들 똘똘 뭉쳤던 지난 총선과 비교해서 그 파괴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무르 측이 지난 지역구인 파-드-칼레 11구에 그대로 출마한 마린 르펜과 에릭 시오티, 니콜라 뒤퐁에냥 지역구에 불출마 선언을 통해 극우세력을 넘어 공화당 강경파까지 포괄하는 호의적 제스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르펜 측 당대표가 일부 애국자 후보 지역을 제외한 전국적인 출마를 확언하며 가능성을 일축하는 등 극우연대보단 주류화에 비교적 중점을 둔 행보를 보이면서 연대의 가능성이 조금 불확실해진 상태입니다.
그리고 프랑스 총선 여론조사가 실시되면서 정계의 흐름이 일변했습니다. 좌파연합이 결성될 경우 1위를 차지하는 조사가 지속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기에 고무된 프랑스 좌파는 나탈리 아르토의 1인 정당이나 마찬가지인 노동자투쟁당을 제외하고 온건좌파부터 극좌에 이르기까지 나머지 세력들을 총 집결시키려 했으며, 17년 사회당 대선 후보였던 브누아 아몽이 창당한 세대당의 인민연합 합류 선언과 함께 공산당의 합류 의사가 겹치고 사회당, 녹색당과의 협상 역시 속도를 냈습니다.
또한 멜랑숑 본인도 마크롱 대통령을 제외한 프랑스 차기 정치인 복수응답평가에서 46%로 1위인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를 제외하고 대선 후보 중 가장 높은 40%를 얻으며 37%를 얻은 르펜을 제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파비앙 루셀 공산당 후보도 노르 20구 총선 재출마를 선언하며 정치 생명 연장과 좌파 영역 확대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다만 불복종 프랑스 위주 좌파연대와 제6공화국 선언에 동의하는 듯했던 사회당이 연대 주도권 관련 독소조항 폐지를 요구하면서 공산당의 원전에 대한 관점과 함께 협상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공화당 내에서도 마크롱 진영과의 연대를 통한 지분 확보와 1위 등극 및 극단 세력 과반 저지를 주창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지만, 공화당 지도부가 불출마 선언을 통한 총선 구도 이탈과 함께 해당 발언자들에 대해 출당조치까지 선언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에 일각에서 나오는 극우와의 연대와 함께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마크롱 진영에서도 비교적 중도우파에 가까운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의 수평선당과 환경주의자표를 목표로 좌향좌를 검토하는 마크롱 측 인사들 사이에서 약간의 균열의 조짐이 보이는 등, 지난 총선에서 그랬듯이 Harris, BVA 조사 등에서 대선 승리 버프와 함께 양 극단 모두의 총리직 등극을 꺼려하는 두드러진 여론의 힘을 받은 마크롱 측의 단독 과반 혹은 승리 예측이 어떤 식으로든 유력하지만, 여러 모로 4대 진영(좌파, 중도, 우파, 극우) 모두 순탄찮은 총선 전 행보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5월 초, 여러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낮은 지분(최소 5개 지역구 보장)에 대한 불만과 사회당과의 연대를 이유로 거부한 반자본주의신당을 제외하면 나머지 거의 모든 좌파 정당들(불복종 프랑스: 326개 지역구, 녹색당: 100개 지역구, 공산당: 50개 지역구, 사회당: 69개 지역구, 그 외: 32개 지역구)의 협상이 타결되어 새로운 민중생태사회연합(NUPES)으로 뭉치면서 최대 10%p차에 달하는 인기 속에 1930년대 스페인, 프랑스에서 있었던 반-파시즘 인민전선을 수십년 만에 재현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Elabe의 조사 결과, 좌파연합을 진두지휘하며 몇주째 프랑스 정치뉴스 탑라인을 지배하고 있는 멜랑숑에 대한 호감도가 7%p 폭등하여 35%를 찍으며 마크롱 대통령(34%)과 마린 르펜(33%)을 모두 뛰어넘고, 프랑스 현직 정치인 중 48%로 독보적 위치에 있는 에두아르 필리프 만이 그를 앞설 정도가 되며 여태껏 부족했던 평시 개인 경쟁력도 갖추었습니다.
한편, 집권 여당연합 에서도 이에 대항하여 전진하는 공화국의 명칭을 르네상스로 개명한 후 대선연합체 함께 하는 시민들(Ensemble Citoyens)을 총선연합체 함께(Ensemble)로 바꾸어 결성하고 르네상스만 해도 400곳에 달하는 후보를 낼 계획을 세웠습니다.
또한 마뉘엘 발스 전 총리 등을 르네상스의 지역구 후보로 내세워 멜랑숑과의 연대에 실망한 사회당 내 우파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으나, 해당 움직임은 안 이달고 등 당내 중도좌파 대다수의 비이탈과 좌파연대 부분적 동의로 신통찮은 상황입니다.
하여간에 이러한 움직임들이 마크롱 대통령의 잠재적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는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의 인기와 함께 대중의 이목을 끌었는지, 공화당과의 연대 없이도 극우연합을 확고히 제치고 최소 2위를 굳히는 모양새에다 의석 예상치에서는 여전히 압도적 과반이 예상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좌파연합 출범이 현실로 다가오고 법원 승인까지 받으면서 연 이은 패배에 낙담하던 좌파들이 여기에 고무된 나머지 하나 둘 결집하기 시작했으며, 일부 조사에선 마의 200석을 돌파하며 함께의 단독 과반선을 붕괴시키기까지 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나름 개혁적인 인사 카드로 회심의 수를 던졌던 엘리자베스 보네 노동부장관의 프랑스 역사상 두번째 여성 총리 임명 카드도 해당 인사의 중도보수 성향 때문인지 좌파 지지층 사이에선 시큰둥한 반응만을 이끌어내며 당장은 별 효과를 보지 못한 것입니다.
이에 반해 국민연합 등 극우진영은 표 분산 우려가 현실화 된 데다, 지지율도 조금씩 하락세를 타면서 계속해서 지적 받던 총선 전 여론조사 거품이 이번에도 재현될 거라는 비관론이 다시금 고개를 드는 중입니다.
물론 좌파 돌풍 현실화시에도 마크롱 진영은 좌파연합과의 대연정보단 우파연합과의 과반 확보 연립정권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만, 1기 때와는 다르게 좌파 진영이 확고한 의회 내 지분을 취하고 사실상의 제1야당으로서 사사건건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부담이 매우 커질 전망입니다.
이러한 양강구도 추세는 6월 5일 먼저 치러진 프랑스 총선 11개 해외선거구 1차 투표에서 현실화되어, 11곳 중 10곳 결선에서 집권 중도연합과 좌파연합이 맞붙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발스 전 총리가 여당연합 출신 무소속에게 밀리며 결선 진출에 실패하는 등, 더 이상 여당 현역 타이틀이나 이름값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는 선거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좌파연합의 기세가 온건파 유권자들에게 위기의식을 불러온 건지, 총선 전 일부 조사에서 세가 주춤하여 집권 중도연합이 과반에 가까워져 접전인 모습이 많아지는 중입니다.
이렇듯 앞으로 5년 간 프랑스를 이끌 내각의 형태와 총리직을 결정지을 프랑스 하원 선거는 100% 소선거구 결선투표제로 6월 12일, 19일에 1, 2차 투표가 치러질 예정이었습니다.
그리고 6월 12일에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이래 최악의 투표율 속에서 1차 투표가 치러진 결과, 선거 전문가들의 분석 그대로 좌파와 중도 간의 초접전구도가 형성된 끝에 득표율에선 대체로 좌파연합이 우위를 차지했으나 1위 지역 및 결선 진출 지역 숫자에선 집권 중도연합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좌파연합(Ipsos: 150-190석, Elabe: 170-220석, Ifop: 182-210석)이 1차 목표이던 185석을 넘기며 국정조사 및 국민투표 추진 권한과 수정안 제출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두드러지고, 여론조사 기관 분석(Ipsos: 255-295석, Elabe: 270-310석, Ifop: 275-310석)에서 여당이 과반(289석)에 미달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멜랑숑 총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는 아니어도 6월 19일 결선을 앞두고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는 중입니다.
한편, 국민연합이 여느 총선처럼 조사에 비해 다소 부진하며 1차 목표이던 15석 교섭단체 기준 달성에 대해서도 예측치(Ipsos: 20-45, Elabe: 15-30, Ifop: 10-25)마다 갈리는 가운데, 잠시나마 르펜과 극우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했던 에릭 제무르는 비슷한 위치이던 플로리앙 필리포처럼 1차 투표에서 간발의 차로 탈락하며 차기 대권 경쟁력에 치명상을 입었으며, 약진하는 프랑스와 선거 연합체 프랑스연합을 이끌던 니콜라 뒤퐁-에냥은 1위로 좌파 후보와 함께 결선에 오르면서 정치 생명과 강경 우파 내 영향력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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