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서 오전에 탈출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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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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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학인 아이가 학원 뺑뺑이만 돌아고 있길래, 안타깝기도하고...

기분전환 겸해서 가족여행으로 속초로 떠났고 2박하고 돌아올 일정이었죠.

 

하지만, 떠나기 전부터 일기예보는 눈을 예보하고 있었고, 실제 가보니 폭우수준의 비가 오더군요. (오죽헌에서 비를 피했네요) 

비가 오는 날씨에 바람도 칼바람리라 이런저런것 해보지도 못하고 속초 중앙 시장에서 먹을것만 몇가지 사서 호텔로 향했어요. 

내일부터 놀아보자고 오늘은 쉬자고.

 

유튜브좀 보다가 밖을보니 밤부터 갑자기 비가 눈으로 바뀌고 내일은 눈이 많이 쌓이겠네 라는 생각만 하고 잠들었는데

 

새벽에 잠시깨서 밖을 보니 앞이 안보일정도의 폭설이 몇시간이고 계속 내리고있었고 

창밖에 노상주차된 차의 지붕위에는 적어도 30센치 이상의 눈이 쌓여 있더군요.

근데 이게 자다 깨서 안에서만 보니까 어떤 문제가 있을지 실감이 안나서 그냥 눈 많이 왔네 하고 다시 잤어요. 

 

오전 느즈막히 아바이순대나 먹으러갈까 하고 나오려 밖을봤는데 상황이 심각해보이더라구요.

사람들이 걸어다니는데 발목을 지나 무릎까지 올라오는 눈.

차들이 지나지 못해서 삽으로 눈을 치우고 여기저기 들리는 사이렌소리

 

그래도 밖은 혹시 다를수 있으니 만약 나가봐서 별거 아니면 밥먹고 대관령 가서 눈썰매 타자고 일단 나갑니다. 

다만, 혹시 모르니 짐을 다 챙겨서 나가기로 합니다. 여차하면 서울로 튀려고.

(이거 참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바이순대 먹으러 가는길에 그 철로 된 다리 올라가는 언덕이 있는데 차들이 미끌어지고 난리가 났더라구요. 

여기서부터 기분에 쎄한데

 

제 차는 전륜 하브라 기어1단놓고 어찌어찌 올라갔는데는 성공했어요. 

이제 우측으로 내리막으로 아바이마을쪽으로 가기만하면 되는데 

밥먹고 다시 나오려면 언덕을 올라와야하고 이 속도로 눈이 계속 오면 이건 고립각이다 싶더군요.

 

길게 생각할 겨를 없이 그 다리위에서 바로 

1박 남은 호텔도 포기하고 아바이순대도 포기하고 그대로 속초IC로 향했습니다.

 

그때가 오전 10-11시 사이정도... 

속초 IC로 나가는 길도 순탄치 않더군요. 


많은 후륜차량들이 길가에 세워져있고

언덕길 앞에는 어김없는 체인파는 아저씨들.

그리고 그 와중에 거침없는 GV80들 (워우. 사륜 멋져요)


이런 폭설에 눈길 운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브레이크 밟을 때마다 머리가 쭈삣해요. 

그리고 멈췄다가 다시 출발하려면 십중 팔구는 바퀴 헛돌고요. 

가장 최악은 오르막길에서 멈춰야하는 순간인데 멈추고 난 후 언덕에서 다시 스타트 하면 백퍼 바퀴 춤춥니다. 


일부러 이런 상황 안오게 하려고 앞차랑 거리 길게두고 

언덕에서는 절대 멈추지 않겠다는 작전으로 운전했는데도 두어번의 위기가 있었네요. 

 

양양 고속도로 통제되기 직전에 빠져나와서 

늘어선 차들이 난장판인 휴게소 지옥을 피하고 집에 도착하니 저녁 6시네요. 7시간 운전 ㅠㅠ 

 

15년정도 전에 제헌절인지 부처님오신날인지 기억이 가물한데 강원도 홍수났을때 

무리하게 원주에서 부터 통제된 길 뚫고 평창일대 갔다가 

배수로에 차 빠져서 견인된 기억이 있어서 자연재해 트라우마가 좀 있습니다. (이때 사연은 방송에서 소개도 되었었네요. )

판단을 빠르게 한게 잘한일 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속은 좀 쓰려요. 


지금 내비를 찍어보니 3시간 걸린다고 나오긴 하지만 아직도 속초 시내의 도로는 온통 빨간색이군요.

 

돈날리고 시간날렸지만 눈구경은 실컷 했네요.

차 미끌어져서 퍼지지 않은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구간을 지나면서 가장 힘들었는데, 지금도 정체네요. 


/Voll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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