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의 차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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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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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와 중복 게시 입니다.) 




종교는 없다거나

파이이야기의 주인공처럼 나는 모든 신을 다 믿는다는

말장난 껍데기를 쓰고 사는 몸입니다만

 


근래에 우연히 템플스테이 체험 기회가 닿아

유서 깊은 사찰의 주지스님과 새벽 차담 시간을 가져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무사람 정도 둘러앉은 손님들 사이에 가벼운 담소가 이어지다가

저에게로 질문을 청하는 눈길이 머무시길래

혹시나 일말의 기대를 안고 정말로 마음에 가장 힘든 이야기를 여쭈었습니다.

 


스님나라의 지도자 자리에 앉은 인사 때문에

매일이 견디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뉴스만 보면 울화가 치밀어 올라 분을 삭이기 힘이 드니,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불편부당함에 대한 이 울분을 삭이려면

치열하게 나가 싸워야 할까요아니면 묵묵히 견뎌야 할까요,

 


그러자 스님의 말씀인즉,

 


세상사는 혹여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도 큰 뜻이 있는 법이고

어찌 되었든 지금은 국민들의 선택의 결과이다.

 


불편부당함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필연적으로 댓가 또는 반작용이 따르니

그 인사의 과오를 보고 나를 비추어 나는 저러지 말아야 하겠다는 교훈을 닦으며

마음을 추스르며 기다려야 한다고 말씀 드린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듯이

불과 오년 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가 망치면 망칠수록 바로잡고자 하는 흐름은 더욱 힘을 얻고 커질 것이다.

 


허무하고 헛되게 공력을 소모하지 말고 힘과 생각을 비축하시라

 


본인은 젊어 미술을 전공하다가

스물다섯에 부처님께 귀의하기로 이 길에 들었다

78학번 영남 출신 미술학도가 선택하기에 부드러운 시절과 길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산사에 앉아 마음공부를 해 오면서

개인적으로 노무현 씨와 문재인 씨를 매우 존경한다

일제 식민시대에 승산 없는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쳤던 숭고한 독립운동가들

나는 그분들의 피가 다르다고 생각 한다그야말로 고귀한 피 아닌가,

앞의 두 분은 그런 고귀한 피를 가지셨다고 생각 한다

 


그분들그런 분들 덕에 우리가 이만큼이나 와 있다고 생각한다.

 


김대중씨 노무현씨 문재인씨

그분들이 민주화통일의 밑거름과 여순제주 양민 학살 사건들

아픔 치유의 시작을 정권 차원에서

최초로 돌아보고 보듬어 주신 분들 아닌가 말이다.

역사가 바로 흘러간다면 분명히 오래 두고 빛날 일로 생각 한다

 


프랑스 드골은 전쟁 후 독일 부역자 지식인들을 남김없이 피로 숙청 했다

그러나 슬프고 안타깝게도 우리는 미군정 때문에 그러질 못했다

 


친일의 찌꺼기들이 모두 실무로 복귀해서 실세가 되었고

반공의 기치아래 또다시 독립유공자들과 그 가족들을 핍박해 왔다

그들이 모두 한나라당들 아닌가지금의 국민의힘당

 


반공은.... 북한은 사실상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휴전선을 넘었을 때

체제 유지의 주춧돌이 균열이 가 버렸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문제이지 인민 대중들에게 북한 정권 생명의 명분에

종지부를 찍은 사건이라고 생각 한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저들이 지금 저렇게 세상을 다 가진 듯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곧

바로잡고자 하는 더 큰 힘에 의해서

바로잡혀 지리라그것이 세상의 이치이니 너무 마음을 끓이지 말고

불편부당함을 보거든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다는 표본을 보여주는 데에

오히려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나를 닦는데 생각을 쓰자 ...

 


그 와중에 한쪽에 앉으셨던 대구에서 왔다는 중년 아저씨가

그래도 우리가 뽑은 대통령인데 욕을 하지 말고 더 잘하도록 힘을 실어 ... 까지 꺼내자

위아래 젓는 손짓으로 말을 끊으시고는

 


그는 평생을 사람을 겁박하고 뒤를 치는 수사관으로 살아 왔다

지도자가 되면 그래서는 안되는데

그는 여전히 의사소통이나 합의에는 관심이 없이

전문가들의 식견은 몽땅 무시하고

독선적 결정과

압색의 겁박이나 협박만 일삼고 있으니

장차 그 업보를 모두 받게 될 것이다.

 


스님이 따라주시던 찻잔을

주전자 체로 들고 와서

여러잔 음미하며 비우는 동안

새벽에 일어나 예불 뒷자리에 가 앉고

종소리 불경소리 마음속에 울리도록 들은 만큼

그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도 많이들 저렇게 생각 하고 있겠구나

하는 적지 않은 위로가 채워져 왔습니다.

 


향긋한 절 밥 얻어먹으러 인연 닿는 대로 몇 번 이고 더 가 볼 생각입니다.

 


작금의 게시판에

구더기처럼 파리처럼 기생충처럼 혐오스럽게 출몰하는 벌레들을

나는 차마 저렇게 살진 말아야지 하는

마음의 손짓으로 휘휘 쫓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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