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시절에는 따끈따끈한 시를 읽어 마음을 데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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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람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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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시절에는 따끈따끈한 시를 읽어 마음을 데워 보세요



저 할머니의 슬하


문인수


할머니 한 분이 초록 애호박

대여섯 개를 모아놓고 앉아 있다.

삶이 이제 겨우 요것밖엔 남지 않았다는 듯

최소한 작게, 꼬깃꼬깃 웅크리고 앉아 있다.

귀를 훨씬 지나 삐죽 올라온 지게 같은

두 무릎, 그 슬하에

동글동글 이쁜 것들, 이쁜 것들,

그렇게 쓰다듬어보는 일 말고는 숨쉬는

것조차 짐 아닐까 싶은데

노구를 떠난 거동일랑 전부

잇몸으로 우물거려 대강 삼키는 것 같다.

지나가는 아낙들을 부르는 손짓,

저 허공의 반경 내엔 그러니까 아직도

상처와 기억들이 잘 썩어 기름진 가임의

구덩이가 숨어 있는지

할머니, 손수 가꿨다며 호박잎 묶음도

너풀너풀 흔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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