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사후 일본 정국에 대해서 그나마 가장 객관적으로 본 인터뷰라 생각합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제주감귤
작성일

본문


여기서도 많이 언급되고 인용되는 호사카 유지 교수님이 YTN과 인터뷰하신 내용입니다.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개헌 발의를 할 수 있는 준비는 되어 있다. 하지만 자민-공명 연합 여당만으로 단독 개헌선 확보가 아니므로, 나머지 야당(일본 유신회, 국민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한다. 개헌의 필요성은 동의하나 야당 내에서도 세부 사항(소극적 자위권이 아닌 실질 군대 보유 및 적극적 해외 파병)에서 이견이 많기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난항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최종 국민투표를 통해 유권자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아직도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35% 정도에 불과하여 그간 2/3 요건이 충족되었음에도 발의 자체를 하지 않았다입니다.


일본 정치는 상상 이상으로 고인물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세습은 기본이고 했던 놈 중 그래도 괜찮게, 오랫동안 한 놈이 정말 죽을 때까지 해 먹는다는 겁니다. 일본 정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아 그 분 할 정도로 유명한 분들은 아직도 막후에서 정치를 할 정도죠. 이미 오래전에 물러난 고이즈미는 물론이거니와 1980년대 일본 총리하면 떠오르는 나카소네도 죽기 전까지 영향력을 어느 정도 발휘했고, 그 외에 수많은 일본 정치인들은 정말 생물학적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정치를 해 왔고, 해 온 게 사실입니다.

문제는, 지금 일본의 개헌을 강경하게, 극우로 가게 하려고 자기 사람을 총리로 앉혀놓고 입맛대로 안 굴러가면 사사건건 태클을 놓은 인물이 바로 아베입니다. 본인이 최장수 총리이기도 했으나, 그 후 스가 내각, 현 기시다 내각도 결국 아베가 상왕으로서 사사건건 간섭하면서 사실상 아베 내각이나 다를 바 없는 형태로 굴러왔습니다. 여차하면 본인이 총리로 복귀해서 다시 개헌을 시도할 여지까지 보여왔죠.

그런 아베가 죽었습니다. 예, 죽임을 당했습니다. 명대로 못 살고 간 겁니다. 어쨌든 죽었기에, 살아있는 그 권력은 지금 사라진 셈입니다.

게다가 그 아베의 정신을 이어받을 극우 인사로 보이는 자민당 내 유력 인사가 지금 없습니다. 세습 정치로서 포스트 아베를 이어받을 후계 핏줄은 아예 없습니다. 아베 부부는 자녀가 없고, 동생도 건강이 좋지 않아 전면에 나서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는 아베가 죽지 않았어도 예견되었습니다. 야당은 지리멸렬하고, 딱히 야당이 선방하여 이길 수 있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일본 도쿄에 거주하면서 선거 상황을 간접적으로 지켜봐도, 야권에 유리한 이슈는 거의 없고, 오히려 무관심에 가까운 상태에서 치러진 선거였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아베가 피살되지 않았어도 그냥 자민-공명 및 보수 우파 정당 연합 승리였습니다. 아니, 개헌선도 아베 죽음과 관계없이 달성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실제 아베 재임시에도 개헌에 호의적인 정당 다 합치면 2/3는 거뜬했죠.

하지만, 그 개헌을 이끌고 난관을 헤쳐나갈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정치인이 돌연 사망하여, 동력이 사라졌습니다. 아무리 기시다가 유지를 받들어 개헌을 발의하겠다 한들, 기시다 본인이 주변 국가 눈치를 보는 상황인데다 당내에서 도움을 줄 인물이 딱히 안 보입니다. 게다가 지금 일본은 엔저로 인한 생활 물가 상승으로 인해 당장 민생 안정에 주력해도 모자를 판에 개헌 이슈가 매스미디어에서 오르내리면 여론에 결코 좋을리 없습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죠.


결과적으로 보면, 오히려 지금 상황이 다행이다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어차피 개헌선 확보는 아베가 죽지 않았어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베가 죽고, 그 유지를 제대로 받들어 개헌을 달성할 현 일본 정치인은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그 전에 막무가내 극우도 현재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는 분열이 확실합니다. 설령 어떻게 봉합한다해도 개헌의 각론에 대해서는 현 공명당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에, 애초 쉽지 않습니다. 아베 정도의 노련한 정치인이 명대로 살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간 게 일본 입장에서는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파멸까지 안 가고 당분간 시간을 벌면서 조정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련자료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