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대형수조가 깨진 이유를 설명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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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경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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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쪽에 취미는 전혀 없지만 수조의 강화유리가 깨진 이유가 바닥이 꺼지면서 수평이 맞지 않게 되었다는 글을 보면서 어느 곳에서는 아파트 시공불량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수조의 무게 때문에 슬라브가 버틸 수 없는데 그 정도로 끝난 것이 다행이라는 글들도 보이고 해서 건축설계를 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손가락이 간질거려서 글을 적습니다.


문제의 수조 사진이라더군요.


보시면 수조의 바닥에 다리가 있습니다. 수조의 무게를 총 8개의 다리가 받치고 있는 상황인데 하중은 분산되겠지만, 통으로 올린 것이 아니라 작은 다리로 받치고 있기 때문에 각 포인트에 하중이 가해지게 됩니다. 이건 중학교 과학시간에 다 배우는 내용이니까 넘어가구요.


그럼 본업으로 넘어가서 아파트 바닥 슬라브가 저 수조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느냐고 한다면, 저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답을 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층간 바닥 슬라브는  철근이 들어간 강화 콘크리트라서 강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시공에 문제가 없었다면 꺼지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럼 왜 바닥이 꺼지는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실겁니다.

위의 이미지는 층간 소음 완화를 위해 지정된 국내 일반 아파트 층간 슬라브 최소 기준입니다.

사진상으로 보면 바닥마감재는 강화마루 종류인 것으로 보이고 두께가 7mm정도 됩니다. 원목마루면 10cm 정도지만 아파트에 원목마루를 까는 집은 거의 없으니까 강화마루 7mm 기준으로 보고, 그 밑에 마감 몰탈층이 4cm 두께입니다. 


여기에서 또 중요한 포인트- 거실에 난방배관을 하는데 재질은 다들 아시다 시피 엑셀관이라고 하는 연질의 플라스틱 파이프입니다. 과거에는 동파이프를 사용했지만 터지는 문제가 많아서 요즘은 거의 안씁니다. 

아파트는 보통 15A 짜리를 쓰는데 이게 바깥 지름이 20cm입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난방배관 파이프 위에 2cm 두께의 미장 시멘트가 발라져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겁니다.


그런데 파이프가 연질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 위에 각 포인트당 최소 200kg이상의 하중이 가해진다고 하면 이 몰탈이 깨질까요 안깨질까요? 당연히 깨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각 다리가 위치한 부분이 파이프위가 아니라 순수하게 몰탈로만 채워진 부분 위에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문제는 또 여전히 존재합니다.


층간소음을 위해 완충재와 경량기포콘크리트가 들어갑니다. 경량기포콘크리트는 말그대로 콘크리트 안에 구멍방울이 촘촘하게 들어가 있는 스폰지 같은 콘크리트입니다. 경량 기포 콘크리트는 일반 톱으로도 잘라낼 수 있는 수준의 경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쿠션역할을 해주는 완충재까지 있습니다. 

당연히 바닥이 깨지고 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조의 물이 빠지고 나서 바닥이 다시 1cm정도 올라왔다고 하는 글을 보니까 분명 완충재가 복원되면서 올라온 걸로 볼 수 있습니다.


결론: 바닥 슬라브는 충분히 튼튼하기 때문에 붕괴의 위험은 없지만, 바닥 시멘트는 깨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연히 저런 수조를 설치 할려고 하는 짓은 미친 짓이라는 것을 설치업자가 미리 고지를 하고 설치를 거부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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