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미안해야 할 사람은 결코 당신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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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식의 오늘-231016-나의 반쪽이었던 딸 선빈아!


파리바케트 평택 하청공장에서 혼합기에 끼여 숨진 스물셋 노동자 ㄱ씨. 1주기인 10월 15일, 어머니는 딸 박선빈 님의 이름과 딸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반쪽이었던 딸 선빈아! 


딸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며칠이면 1년이 되어 가는구나. 평생 잊을 수도, 잊혀져서도 안 될 그날. 2022년 10월 15일 새벽 6시 20분. 믿기지 않는 전화를 받고 회사에 도착해보니 허둥지둥 엄마와 동생을 현장에 데려가려 할 때, 한 경찰관이 “사고 현장이 너무 참혹해서 들어가실 수 없다.”는 말에 엄마는 경비실에 주저앉아 그저 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바보같이... 우겨서라도 현장엘 직접 가보았어야 하는 건데...


그 누구도 이렇게 사고가 날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지. 그냥 매스컴에서나 볼 수 있는 남의 얘기로만 생각했었는데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선빈이 너의 사고는 예견된 것이었다. 문제가 많았던 회사였다는 걸 사고가 난 후에야 알게 되었고, 이 바보 같은 엄마는 대기업이라 믿고 너의 입사에 축하까지 하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큰 착오를 저지르고 말았구나. 


얼마 전 같은 사고가 같은 계열사에서 또 일어났었단다. 10개월 만에. 너의 사고 당시 대국민 사과를 빌미로 안전 경영에 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결정했던 SPC 회장, 하지만 또다시 반복되는 사고들... 엄마가 널 보내는 마지막 날 “제발 제 딸이 마지막이었음 좋겠다.”라고 했건만 어떻게 늘 그때뿐인지 모르겠구나. 


사랑하는 내 딸 선빈아!! 엄마의 딸로 태어나 주어서 너무 고마웠고, 많은 사랑 베풀지 못해 미안했고, 행복한 모습 보이지 못해 너에게 죄책감을 안겨줘서 제일 미안했었다. 너무 보고 싶고, 너무 사랑하고, 너무너무 미안하다. 만나는 그날까지 안녕!!>


어머니, 미안해야 할 사람은 결코 당신이 아닙니다. 

삼가 박선빈 님의 명복을 빕니다.


신장식의 오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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