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오펜하이머 영화는 논쟁의 불씨를 댕겼다. 일본에서는 더 복잡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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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썰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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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4 KST - 워싱턴포스트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기 영화는 미국에서는 논쟁을 점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원폭을 당한 일본에서는요? 그 논쟁은 좀 더 복잡할 것이지만 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 우리는 오펜하이머 상영을 앞둔, 원폭의 피폭국인 국가의 상영시기, 상영여부를 앞둔 일본의 선택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 한국에서는 일본이 항복한 8월 15일 국가기념일(광복절)에 개봉할 예정

  • 분명, 오펜하이머가 관여한 원자폭탄은 한국의 독립에 기여한 것이 사실

  • 그러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지 78년이 지난 일본은 아직까지 영화 개봉에 가타부타 말이 없어


이는 전쟁에 대한 미국의 복잡한 시각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쟁의 승리를 계기로 미국은 명실상부 팩스 아메리카나 - 패권국가 미국 -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미국 국내에서는 이 영화를 계기로 원폭에 대한 논쟁과 전쟁 범죄 여부에 대한 논쟁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에 근거한 일부 수정주의적 논의는 딱히 특별하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일부 보도와 달리 일본에서는 오펜하이머가 상영 금지된 적이 전혀 없으며, 일부 아시아 국가와 달리 일본은 문화 - 영화 - 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한 전력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일본 국내 배급사는 아직 개봉일을 정하지 않았으며, 만에 하나 개봉한다고 가정하면 8월 6일(히로시마 원폭 투하)과 9일(나가사키 원폭 투하) 추모식 이후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기념일에도 일본은 옳고 그름에 대한 논의를 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 국민들의 입장이 일치되는가? 그것도 아닙니다. 가장 최근 2015년 일본의 공영방송 NHK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40%가 미국이 원폭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에 동의했습니다. 흥미롭게도 히로시마에서는 이 수치가 44%로 일본 전체보다 높았으며, 놀랍게도 원폭투하를 "용서할 수 없다"는 응답이 이 의견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일본 전체 응답은 원폭투하를 용서할 수 없다가 1위였습니다.



  • 일본의 모호한 태도. 핵무기는 용납할 수 없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수 없다?

  • 일본은 과거 태평양 전쟁 당시 저지른 잔악행위에 감정적 대응을 하는 경향이 있어

  • 미국에서도 오펜하이머 영화에 히로시마-나가사기 피해자들을 직접 묘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하면서 감정적 대응 움직임이 있어


만약 일본 관객들이 이 영화에 대한 감상과 토론이 활발해진다면, 이것은 더 나아가 모순적까지는 아니더라도 핵무기에 대한 일본의 모호한 태도, 즉 공개적으로 반대하지만 동시에 점점 더 적대적인 주변국에서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태도 사이에서의 토론까지도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일본이 국방비 지출의 증가는 이미 일본 건국 이후로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이는 이제 일본의 제 1 동맹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오펜하이머의 미국 시사회에 대한 일본 교도통신의 헤드라인은 "'원자폭탄의 아버지 오펜하이머 전기 영화 개봉 -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참상은 묘사되지 않았다'입니다. 대체 오펜하이머 전기 영화에 왜 히로시마-나가사키의 피해자들이 직접적으로, 반드시 묘사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비평은 태평양 반대쪽인 미국에서도 나옵니다. 미국-일본 양국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비판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 영화를 둘러싸고 역사적, 객관적인 맥락은 결여된 채 감정적인 모습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불편한 사실이지만 일본이 다른 나라에서 저지른 끔찍한 일들은 역사적 사실이 망각된 채 일상의 평범한 일본 국민들이 당한 비극에 중점을 둔 감정적인 묘사에 치우치고 있습니다.


  • 최근 일본 설문조사. 미일 동맹을 지지하는 여론 90% 넘어

  • 그 어느 국가도 미국과의 동맹을 절대 지지하는 국가는 드물어

  • 아베 신조 총리 재임시에 미국의 핵무기 일본 배치까지도 논의

  • 불과 10년도 안된 과거에는 중국보다 일본의 재무장이 논란의 주제가 되었던 시기

  • 이런 논쟁이 번져가는 것을 미국도 달가워하지 않아


물론 오래된 논쟁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여전히 당시 원폭 사용 결정을 두고 번뇌와 고민을 오가는 반면, 일본은 전후 현실을 대체로 순순히 받아들였습니다. 최근 일본의 한 설문조사에서 미일 동맹이 일본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이 90%에 달했으며, 이는 지난 40년 동안 꾸준히 상승한 수치입니다. 


불과 몇년 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재임시기에는 일본의 전수방위(일본의 방어권은 1.영토-영해-영공이 2.먼저 침범받을때에 3.오직 일본내에서만 반격이 가능하다)를 넘어 아예 일본의 재무장, 미국의 핵무기 일본 재배치가 고려되던 시기였습니다. 또한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운 이야기지만 당시에 일본 주변국들은 중국의 부상이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재무장이 지역 안보 불안을 야기시킨다며 반발하던 시기였습니다. 금기시되던 해당 주장을 한 일본의 국방부 차관은 사직해야 했습니다.


히로시마 출신인 후임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전임 아베 총리의 재무장 주장에 선을 긋고 있습니다. 그는 일본의 어떠한 핵무장 주장에도 단호히 거부합니다. 기시다 후미오와 비슷하거나 혹은 더 낮았던 지지율을 가졌던 아베 총리는 암살을 당해 사망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아직까지는 일본의 재무장 논의가 제대로 된 논의단계에도 가지 못합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세요. 지난 5월 히로시마 G7 회담에서 일본은 "모두를 위한 핵무기 없는 안보 불안이 없는 세상"이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같은 달 미국의 전임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는 "일본은 향후 5년안에 핵무장을 달성하게 될 것"이라 발언했습니다. 헨리 키신저는 어떤 인물입니까? 그는 일본의 재무장을 경계하며 미국이 중국과 화해 협력을 통해 동아시아 안보의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입니다. 과거 헨리 키신저의 미국 외교에서 오늘날 미-일 안보 동맹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 되었고 미국과 일본은 굳건한 동맹 관계로 동아시아 안보 균형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극한 대립이 날로 격화되는 정세속에서 일본은 핵무장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한 진지한 숙고의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아마도 미래에는 신뢰가 낮아질 수도 있는 미 백악관의 정권하에서 핵우산 보호가 일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일본은 고민할지 모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일본에게 매우 강력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냉전 이후의 국제 질서에 대한 예측이 틀렸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대만의 안보 불안이 그 어느때보다도 일본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온 지금, 일본은 몇십년간 유용한 담론들에 틀어박혀 뒤쳐질 여유가 없다는 것도 깨달아야 합니다.


오펜하이머의 일본 개봉은 오늘날에 있어 쓸모도 없는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재해석을 불러오는 소동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본은 핵폭탄의 공포를 직접 경험한 유일한 국가입니다. 그 국가의 국민으로서 오펜하이머를 관람하는 일본 관객들로 인해 일본내에서 더 유용한 담론과 토론이 촉발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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