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슬픈 대한민국’ [손석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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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슬픈 대한민국’ [손석춘 칼럼]
“슬픔에 빠진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 대통령 말이다.
그럴 만도 했다. 이태원 참사로 온통 슬픔에 빠진 상황이었다.
경북 봉화의 아연 광산 갱도에서
221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한 소식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두 명이 매몰되어 있을 때 대통령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준비하겠다고 공언도 했다.
(중략)
11월16일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광산피해 방지법’ 개정안은 방향이 정반대다.
대다수 언론이 보도에 인색했지만
‘광산업자 등이 관리 감독을 거부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을
‘500만 원 이하 과태료’로 확 낮췄다.
광산이 매몰되었을 때 안전 대책이 소홀했다는 지적이 많았음에도
사고 사업자의 처벌 수위를 되레 낮춰주는 법안이다.
매몰되었을 때 대통령의 공언과도 정반대다.
(중략)
국민 안전 무시는 이태원 참사에
어떤 고위관료도 책임지지 않는 행태에서 확인된다.
대통령은 순방 귀국길에서
책임론에 휩싸인 행정안전 장관 이상민과 악수한 뒤
어깨 토닥이며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이상민은 행안부 안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중견 경찰들을 ‘하나회의 12·12 쿠데타 사건’에 빗대어
살천스레 몰아세웠다.
치안 업무는 경찰청을 통해서 관장하도록 했다며
“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이 사무 관장의 주체가 누구인가는
바로 명백하게 나타난다”고 호기를 부렸다.
그렇게 경찰국을 신설하고
프락치 의혹을 받은 자를 국장 임명에 강행한 그는
핼러윈 참사 이후 자신이 “일체의 지휘 권한이 없다”며
“법적 책임은 당연히 없다”고 부르댔다.
하지만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해
경찰이 국민의 생명 안전보다
정권 안보와 대통령 과잉경호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전문가의 분석은 합리적이다.
바로 그런 장관을 대통령은 계속 두남두며 고생 많았단다.
슬픔에 잠긴 유족들, 압사 위기를 호소했음에도
도움 받지 못한 비애에 그가 진정으로 공감하는 걸까 의심마저 든다.
(후략)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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