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요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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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코끼리가 생각나게 하는 것들

양곡관리법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사들여 쌀값 하락을 막고 쌀농사 농민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한 법이다. 그런데 대통령 윤석열은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강제매수법이고 포퓰리즘이라는 게 이유였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발의한 제1호 법안이라 거부했을 것이다. 같잖아서...

그 역시 후보 시절에 남는 쌀을 즉각 매수하여 쌀값 하락을 막으라고 문재인 정부에게 요구했었다. 그랬는데 정작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거부권을 행사하여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동시에 쌀값 안정을 바라는 농민들의 염원도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후보 시절과 말이 바뀌었으니 그의 양심도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간호사법 제정은 간호사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간호사협회를 방문하여 간호사법 제정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표가 아쉬워서 그랬을 것이다. 그랬는데 간호사법이 민주당 발의로 국회를 통과하자 거부권을 행사하여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선거 유세에서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당선 인사에서도 그는 국민을 속이지 않는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었다. 그랬는데도 간호사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민 불안이 어쩌니 하는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민주당이 발의하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안이라 그랬을 것이다. 속이 밴댕이 소갈딱지만도 못해서 그랬을 것이다. 그리하여 간호사법과 함께 대통령 윤석열의 양심도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두 번째로...

그는 원칙주의자 아버지에게 대학생 때까지 고무호스로 맞았다고 했었다. 아버지는 원칙주의자라는 자랑이었지만, 오죽하면 깡패도 아닌 교수 아버지가 고무호스를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오기의 대통령이 되었다. 나의 자존심은 티끌만큼도 건드리면 안 되고, 남의 자존심은 같잖아서 인정하지 않는 대통령. 지금 대한민국은 오기의 대통령으로 인하여 산업화의 공든 탑도, 민주화의 공든 탑도 허망하게 무너지고 있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세금을 1조원이나 쓰면서 대통령실을 옮겼는데, 기자들이 불편한 질문을 한다고 업적으로 내세우던 출근길 약식 회견을 하루 아침에 없애버렸다. 지록위마의 보도를 거부한다고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거부했다. 개인 비행기도 아닌데...

민심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데 그는 몰랐을 것이다. 조중동을 포함한 친윤 일색의 신문과 방송이 용비어천가를 읊어대고, 나라가 어려운 건 모두 문재인 탓이고 이재명 때문이라고 선전을 해대니 민심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부부가 손 잡고 해외로 유명한 셀럽들을 찾아다니는 대통령 놀이에 푹 빠졌을 것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그런 대통령에게 강서구 유권자들이 전국의 유권자들을 대리하여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그러자 겁을 먹긴 했는지 반성한다는 말도 입 밖으로 내고 여당을 혁신하는 시늉도 하는데, 진지함도 진정성도 보이지 않는다.

대구 경북을 찾아가 ‘나 좀 살려줍쇼’ 하며 굽신거리고, 중범죄자라며 제 손으로 감옥에 보낸 전직 대통령을 찾아가 ‘누나야, 나 좀 살려줘’ 하며 굽신거리는데, 거기에 무슨 진지함이나 진정성이 있단 말인가. 오히려 그럴수록 대구 경북만 점점 고립된 섬이 되어갈 뿐이다. 

소방의 날이라고 소방관들을 찾아가 후보 시절의 어퍼컷을 날리고, 농민의 날이라고 농민들을 찾아가 또 어퍼컷을 날린다.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어퍼컷, 궁금하다. 농민들의 사정을 아는데 양곡법은 왜 반대했을까. 

한 번은 속을 수 있지만 두 번을 속고 세 번을 속으면, 속이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속는 사람이 문제다.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은 주권자 국민에게 두 번이 아니라 세 번도 네 번도 속아달라고 한다. 대통령의 그 어퍼컷은 강자가 아닌 약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턱을 향하고 있다. 

법을 공부하진 않았지만,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건 견제와 균형의 삼권분립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도 국회의 탄핵도 견제와 균형을 위한 장치의 하나일 것이다. 

조중동 ‘친윤’ 언론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입법 폭주를 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정당화하는 프레임을 씌운다. 이동관을 탄핵하면 역풍일 불 것이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그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민주당은 다수당임에도 아무 것도 못하는 무기력하여 무능한 정당이 된다. 

문재인 정부 내내 조중동 특히 조선일보는 온갖 트집을 잡아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웠고, 다수 국민이 개혁 열차가 힘차게 달리라고 기름을 왕창 넣어주었음에도 제 시간에 출발하지 못하거나 거북이 걸음으로 개혁을 기다리던 국민을 지치게 만들었고 무력감에 빠지게 하였다. 

지난 대선에서의 진짜 승자는 윤석열이 아니라 '프레임 장사꾼' 조선일보다. 

기자로 밥 먹고 살아온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지금도 여전히 조선일보는 권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조선일보의 프레임에 갇히면 나라의 운명이 위태로워진다.

• 민주당은 양곡관리법을 재발의 하라. 간호사법을 재발의 하라. 

• 노랑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또 발의하라. 

• 방송 3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또 발의하라. 

• 반헌법적 행태를 멈추지 않는 방통위원장 이동관을 탄핵하라. 

• 권한을 오남용하여 법의 지배를 우롱한 검사들을 탄핵하라.

대통령 윤석열의 오기에는 입법부의 오기로 맞서 나라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걸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라. 

그렇게 해서라도 윤석열차의 폭주를 멈추게 하라. 그것이 정치 효능감이고 다수 국민이 민주당에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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