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엄청 비싼 방식의 구조조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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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전에, 자율협약 등이 거론된 받글이 막 돌았는데 당시엔 사실 큰 관심을 안 뒀고 (=저는 사회부 차장 ㅋㅋ) 여의도 영업부에서 담당한다고 들어가지고(=잘못된 정보) 신경을 안 썼는데, 이제 오픈된 것을 보니까 상황이 그게 아니네요. 


현재 돌아가는 사정이야 출입기자가 제일 잘 알 테고, 제가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은 '어떤 방식'의 구조조정인가입니다. 자율협약은 애초에 가당치 않았습니다. 


자율협약은 1금융권 몇 개 은행만 중심으로 하는 것입니다. 채권단이 다양해지면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끌고가는 힘'이 없으면 일이 안 됩니다. 자율협약은 어쩔 수 없을 때(팬택 등 워크아웃 중단 시기), 워크아웃과 같은 '공식적인 행위'가 주는 영업상의 애로사항이 클 때(대표적으로 조선사 구조조정) 선택하는 것이고 산은 수은 우리은행 정도 국책/공공성 있는 금융기관 중심으로 하는 것이지(=정부라는 구심점이 있을 때), 민간에서는 잘 안 됩니다. 그래서 해외에선 이런 식으로 잘 안 되는 겁니다. '자율'에 의거한 채권자 회의 방식이 가진 한계입니다. 


법정관리는 열린 선택지였습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채권자와 2만가구에 달하는 이미 분양된 아파트, 수백개 협력업체를 고려하면 금융감독 당국이 법정관리를 허용하지 않고 싶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두둥~ 10년 만에 워크아웃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원래는 이거 워크아웃하기에 정말 안 맞는데.. 채권단이 600개... 미친 숫자... 이걸 어떻게 자율협약을 합니까. 워크아웃도 안되는 게 정상인데 암튼 어떻게 저떻게 하기로 했습니다. PF 대주단까지 참여를 시키는 가이드라인이 있기는 있는데 그렇다고 네 알겠습니다 하고 될 리는 없고 원칙적으로 그게 가능은 하다 이런 수준입니다. 


사실은 잘 되기가 아주 어려운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되기 어려운 구조조정인데 28일 금융당국 발표자료를 보고 또 깜짝 놀랐음 이미 회사 다 살려놨네.. ㅋㅋㅋ 저는 당국 발표자료가 지나치게 희망적이고, 지나치게 모든 걸 다 약속했다고 생각합니다. 


부실의 전이를 막겠다고 하는데, 부실의 전이를 누가 / 어떻게 / 누구의 돈으로 막겠다는 것인지 천천히 따져봐야 할 겁니다. 결코 간단치 않고, 결코 공짜가 아니며 매우 비쌀 것입니다. 


뱅크런 같은 과도한 심리적인 요인으로 무너지게 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것은 부실의 전이를 막기 위해 구두개입도 하고 정부가 막아준다 이런 소리도 해도 됩니다. 그런데 지금 태영건설이 심리적인 요인으로 이렇게 됐나요? 이런 건 부실이 '전이' 되는 게 아니고 부실이 '드러나는' 것이고, 드러나는 것을 막는 비용은 전이를 막는 비용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크며 효과도 작습니다. 당국이 너무 세게 얘기하면 안 됩니다. 이것은 엄청 비싼 방식의 구조조정입니다. 다음 타자, 다다음 타자는 이렇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세금이 남아돌아서 쓸 곳을 고민하는 처지도 아니고. 총선 직전이니까 더 이렇게 대응한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이런 얘기까지 칼럼에 쓰지는 못했고.. 제 담당영역도 엄밀하게는 아닙니다만, 그 보도자료를 보고 제가 느낀 것을 또 다른 분들도 느낄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워크아웃으로 흘러오게 된 PF의 현실과 태영건설의 사정은 또 따로이 있을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저금리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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