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혁 의사 “이번에는 파업하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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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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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늘리기 정책, 이번에는 파업하지 못하는 이유--


투쟁이란 결국 명분싸움입니다. 

아무리 극렬히 투쟁한다 하여도 명분이 없이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결국 묻힐 수밖에 없지요. 


한국에서 노동쟁의들이 자꾸만 사그러드는 이유는 뭘까요. 인건비가 올라 한국 제조업 수출의 발목을 잡는다는, 1차적인 반감에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 매우 힘들기 때문입니다. 첫째 한국 언론이 기업의 편입니다. 노동자의 편이 아니지요. 


코로나를 혹심하게 겪으면서 전염병 병상 및 감염병 관리 인력 부족사태때문에 온국민의 관심이 크던 시기 불과 40명의 의대 정원을 증원하겠다는 공공의대 관련법조차 통과되지 못했는데, 이게 의협이 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근데 그렇지 않습니다. 당시 파업은 본과 4학년 의대생들과 전공의 협의회 인원들이 주도했을 뿐, 의협 인원의 대다수를 이루는 개원의들의 파업 동참은 미미했어요. 그러니 의사들 전체의 파업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규모의 사건이었습니다. 참여 인원 숫자로만 따진다면 2002년 의약분업때나 박근혜때 의료민영화 반대파업때만도 못했을 겁니다. 


만약 대학병원 교수들을 포함해 공/사립병원의 모든 의사들이 모두 파업했다, 이러면 얘기가 심각해졌지요.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마치 큰 대의명분이 있는 양, 연일 일면에 보도를 내서 덩어리를 키운 건 당시의 언론들이었습니다. 


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 가까운 의석을 가져가고 당시 정부가 종부세 등 부유세를 자꾸 부과하니, 그들을 대표하는 야당과 주류 언론사들이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죠. 따라서 코로나 대처를 비롯해 하여간 정부-여당이 하는 모든 정책에 언론이 극렬 안티가 되어서 미친듯이 반정부 선전선동에 날뛰던 시기입니다. 정부여당에 힘이 실리면 자기들은 다 죽는다는 염려가 야당-언론사의 연대감을 강화시켰습니다. 


그런 와중에 의사 파업이 발생하자 그걸 마구 부풀려서 정부를 흔들기 위해 함께 난리를 쳤던 사건이 2020 의사파업 사건의 실체라고 봅니다. 


판데믹이 일어났는데 한국의 상황은 공립 병상이 부족하고 사립병상만 넘쳐났던 현실, 공공 의료가 강화되어야 하는 상황도 반드시 논의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주류 언론도 이런 진정한 문제의 속살을 파는 데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반정부 정치 놀음에 의사 파업을 써먹으려고만 했지요. 그러니 이 파업이 아무런 명분도 없는 것이며 국민들이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 언론이 반정부 투쟁의 일환으로 죽자고 뒷받침을 해 주니 파업의 연료가 되었던 겁니다. 


불과 2~3년이 지났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180도 달라져 있지요. 지금의 주류 언론은 친정부 세력입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자리를 뻗는 게 인지상정인데 의협 중앙부도 대전협도 지난 정부때와 같이 여당과 언론의 협조를 바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무얼 보고 파업 투쟁을 일으키겠습니까? 지금 언론과 여당은 연이은 실정에 다 죽어가는 정권 살리기에 급급합니다. 이 판국에 명분 없는 파업 투쟁을 3년 전처럼 편들고 독려할 입장이 못됩니다. 

그걸 의협 집행부가 모를 리 없고요. 


기본적으로 의사들은 보수정권의 편입니다. 의사 집단 스스로가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기득권 부유층으로 인지하고 있는데 이게 의사들이 현실감각을 잃게 하는 큰 걸림돌이 되곤 합니다. 


의사들의 이익은 기득권 부유층의 이익과 아무 상관도 없어요.  아직도 70년대 산업화 시대처럼 옛날처럼, 옛날로 돌리고 싶어하는 정서가 의사 사회에 만연합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요. 노령화시대 건강보험 재정은 곧 바닥날 것이고, 의료비 지출은 통제되는 쪽으로 가야 하는 건 막을 수 없는 큰 물결과도 같습니다. 


지금 시대의 의사 집단은 오히려 가장 앞장서서 공공성을 앞세우고 노령화 저출산 시대에 대비해 어떤 정당보다도 급진적인 정책적 자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보수정권 편, 진보정권 편 이딴 건 아무 의미도 없어요. 


무엇보다도 국민 건강의 문제처럼 커다란 과제가 갈수록 암흑 속으로 떨어지는 것은 언론이 이를 객관적으로 조명하고 해결책을 밝히기는 커녕 쓸데없는 정치싸움에 끼어들어서 자기들 눈앞의 이익만 좇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코로나때 쓴 글 중 한 글귀를 지금도 반복하게 되네요. 한국이 망한다면 그건 언론때문이라는 거죠. 지금도 그때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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