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피라미드 복원 작업과 한국 언론의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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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다운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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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이집트 피라미드 복원 작업과 한국 언론의 보도


최근 이집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피라미드 복원 작업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언론에서도 꽤 적극적으로 다루었고, 그렇다보니 제게도 이 소식을 공유해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글을 하나 써야지 하고 있었는데, 지난 주에 너무 바빴어서(정말 폭풍 같은 한 주였죠) 미루다보니 벌써 거의 10일이 지났네요. 흐흐흐,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사안을 다루는 한국 언론의 행태에 상당히 큰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제 문제의식은 두 가지 차원에 걸쳐져 있는데, 첫째는 보도의 태도이고, 두번째는 보도의 내용입니다. 


복원의 대상이 되고 있는 피라미드는 멘카우라 혹은 멘카우레라고 불리는 파라오의 피라미드입니다. 여러분들이 가장 잘 알고 계시는 피라미드, 즉 쿠푸의 대피라미드, 그리고 카프라의 피라미드와 함께 기자의 4왕조 시대 피라미드군을 형성하고 있는 피라미드입니다. 멘카우라 (혹은 멘카우레 )는 쿠푸의 손자이자 카프라의 아들로 기원전 2532-2503년 경에 재위에 있었던 파라오입니다.


가장 먼저 한국의 언론에 의해서 쓰여진 관련 기사의 제목부터 좀 살펴보겠습니다. 많은 기사들이 있지만 대부분 어뷰즈성 기사들이고, 연합뉴스, KBS, MBC 기사만 살펴보죠.


먼저 연합뉴스 기사의 헤드라인은 ["벽지를 바르는 건 어때"…논란 휩싸인 이집트 피라미드 복원]입니다. KBS도 거의 같아서 [“차라리 벽지 붙여라”…이집트 피라미드 복원 공사 논란]을 제목으로 사용했습니다. MBC는 '벽지'보다는 '피사의 사탑'에 초점을 맞춰서 [피라미드 복원 영상에‥"피사의 사탑도 똑바로 세우지?"]라고 썼고요.


이 제목들에서 사용되고 있는 ‘차라리 벽지를 붙여라’, ‘피사 사탑은 왜 똑바로 안세우냐?’ 같은 반응은 일반 네티즌들의 반응입니다. 멘카우라 피라미드 복원 과정에 대해서 어떠한 공신력도 지니고 있지 않은 그냥 직관적이고, 감정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이라는 이야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언론은 그 가장 격렬하고 부정적인 비아냥을 헤드라인으로 삼았습니다. 그 이유는 다들 쉽게 짐작하실 수 있는 것처럼, 그 문장들이 자극적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 수 있고, 그렇게 끌어진 주목은 클릭수로 나타나기 때문이죠. 애초부터 이 기사를 쓴 기자들은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소위 어그로를 끄는 것 자체가 목표였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언론인', 그것도 주류 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사의 소속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무책임하다고 밖에는 평가할 수 없죠.


당연히 한국은 이 사안에 대해서 아무런 취재도 하지 않았습니다. (애초부터 이런 사안에 대해서는 취재할 역량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 단순히 해외 언론을 인용하면서 보도한 것입니다. 헤드라인에 사용된 의견들도 해외 언론에서 소개된 반응들이고요. 


그렇지만 영국의 가디언이나 미국의 뉴욕타임즈 같은 언론들은 적어도 이 '네티즌들의 의견'을 기사 헤드라인으로 삼지는 않았습니다. 건조하게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정도로 표현했죠. 


사실 이번 보도에 있어서는 영국 언론이나 미국 언론들도 모두 문제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떻게해서든 이 복원 작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노력이 보여진달까요? 이를테면, 해당 작업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를 매우 제한적으로만 소개하고 있습니다. 


'해외' 언론에서 소개된 전문가는 딱 둘인데, 모니카 한나와 살리마 이크람입니다. 두 사람 다 이집트 출신의 이집트학 전문가인데, 다소 감정적으로 보이기까지 한 모습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 전자는 원래 이집트 고대 유적/유물의 적극적인 복원과 활용에 대해서 강하게 반대를 해온 사람이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후자는 아마 이 복원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전문가일 겁니다. 이 두 사람의 견해 가운데 해외 언론은 모니카 한나의 견해에 조금 더 무게를 실어주고 있죠. 서구 언론은 이집트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고고학 프로젝트에 대해서 자주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이는  은연 중에 '고대 이집트'에 대한 소유권을 자신들이 지니고 있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경험도 꽤 많은데, 여기에 대해서는 기회가 생길 때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해보죠.


그런데 무엇보다 한국의 언론의 기사 내용 중에서 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느낀 부분은 이 대목입니다.


"하지만 피라미드 아랫부분에 새로 설치 중인 화강암 외벽이 너무 이질적인 모습이었던 탓에 여론이 들끓었는데요." (KBS 보도)


"하지만 영상에서는 작업자들이 피라미드의 제일 아랫부분 외벽에 화강암 벽돌을 설치하는 모습이 보였고, 기존의 석회암 피라미드와는 다른 이질적인 모습에 여론이 곧바로 들끓었다." (연합뉴스 보도)


이 대목에는 마치 이집트 관계 당국이 잘못된 석재를 사용해서 외장석을 복원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멘카우라 피라미드는 애초부터 '특이하게도 화강암으로 외장석을 만들었습니다'. 즉 복원에 사용된 석재 자체는 정확하다는 이야기죠.


다른 피라미드들, 이를테면 카프라의 피라미드나 쿠푸의 대피라미드는 투라 산 백색 석회암을 외장석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렇지만 멘카우라 피라미드는 원래부터 화강암을 외장석으로 사용했죠. 그러니깐, '기존의 피라미드와 이질적인 모습이다'라고 하는 의견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그냥 문외한들의 '느낌적인 느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느낌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 교정되고나 비판이 되어야하지, 결코 헤드라인으로 쓰여서는 안되는 판단입니다.


물론 복원작업 자체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그 문제는 이집트 정부가 이 작업을 투명하지 않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죠. 복원작업의 근거, 목적 등에 대한 소개가 전혀 없어서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이 들어서 좀 우려가 되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단정적으로 비판하기에는 확보된 근거가 너무 부족하죠. 무엇이 되었던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임 : 이 포스팅의 내용을 널리 알려주세요. 정확하지 않은 정보의 유통에는 최선을 다해서 저항해야 하죠. 특히 그것이 이집트에 관한 것이라면-



글쓴이 곽민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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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복원 영상에‥"피사의 사탑도 똑바로 세우지?"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68223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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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피라미드 복원 관련 뉴스를 보고

전혀 엉뚱한 외장재로 덮어씌우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군요..


이집트 정부가 복원작업을 투명하지 않게 진행하는 등의 문제는 있지만, 국내 언론의 취재 부실, 팩트체크 상실, 서구언론의 편견을 그대로 전하는 문제가 여기서도 지적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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