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절친 잃은 조민과 구제불능 황색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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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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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 씨가 지난 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대부도 바닷가 캠핑'이라는 짧은 글과 함께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자신의 독사진을 올렸을 때 언론들은 또 일제히 스토킹 수준의 저질 기사를 오물처럼 쏟아낸 바 있다.


당시 이 캠핑에 동행해 조민 씨 사진을 찍어준 친구가 10‧29 이태원 참사 때 세상을 떠난 고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누리꾼들 댓글을 빙자해 "정치적 이미지 메이킹을 목적으로 올리는 것이냐. 소름 돋는다"(서울경제) "보통의 멘탈이 아니다. 무섭다"(조선일보) 등 온갖 저열하고 악랄한 해석을 제멋대로 갖다 붙였던 것이다.


조 씨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자신의 친구를 추모하고 함께 했던 시간을 되새기는 의미에서 개인 SNS에 글을 올리는 건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사생활이고 오히려 존중해줘야 한다. 언론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거꾸로 이를 가십거리로 삼아 조롱하거나 비난하며 '정치적 목적'으로 '소름 돋는' 악의적 보도를 남발했던 것이다. '보통의 멘탈이 아니'고 실로 '무섭다'고 할만한 기자들이었다.


조 씨는 "제 인스타그램은 저의 소중한 추억들, 그리고 제가 기억하고 싶은 사진을 올리는 곳이다. 확대 해석은 지양 부탁드린다"라는 답글을 남겼지만, 클릭 수만 늘릴 수 있다면 어떤 선정적 보도도 마다하지 않는 한국 언론의 황색 저널리즘 본색은 구제 불능이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조민 씨의 '대부도 캠핑'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쏟아졌던 '논란' 기사들.


조민 씨의 '대부도 캠핑'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비난했던 조선일보 기사


조 씨는 최근 출간한 자신의 에세이집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에서 당시의 심경과 함께 세상을 떠난 친구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절절하게 토로하고 있다. 


중략


만난 이후로 모든 생일을 함께 보냈고, 성인이 되었을 때 첫 여행을 함께 갔으며, 남자친구도 서로 소개해주고, 부모님들 역시 각별히 신뢰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심지어 서울대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대자보가 계속 붙고 조 씨가 이를 속상해하자 이 친구는 조 씨가 말리는 데도 이른 아침에 서울대로 가 해당 대자보를 거의 다 떼내기까지 했다. 당시 조 씨는 갑자기 등 돌린 주변 사람들로 인해 인간관계에 대한 씁쓸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지수를 비롯한 친구들 덕분에 힘을 얻고 있었다.


"아버지가 민정수석, 법무부장관으로 잘 나갈 때는 매일 같이 밥 사준다 술 사준다, 누구 소개해주고 싶다, 선 자리 마련해주고 싶다, 이 말 아버지께 꼭 좀 전해달라, 부탁할 게 있다, 돈 빌려달라 연락하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툭 끊겼다. (…)


전에 가졌던 넓고 얕은 인간관계는 큰 의미가 없다. 그저 집 앞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 마시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하고 서로 밥값 내겠다고 싸우는, 지금 남아있는 이 친구들이 진짜다.


네이버 메인에 내가 뜰 때면 전화 와서 '야 너 또 네이버 메인에 있더라? 이러다 연예인 되겠어! 그 전에 사인 부탁해도 돼? 하하하 밥이나 사줄게. 나올래?' 하면서 나를 헛웃음 짓게 하는 친구들. 그 친구들의 선봉에는 항상 지수가 있었다."


조 씨의 책에는 이 밖에도 검찰이 집에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하던 날 "생일 밥 사줄 테니 어떻게든 나와보라"는 지수의 전화를 받고 간신히 기자들 눈을 피해 밖으로 나가서 둘이 생일 파티를 했던 에피소드, 지난해 5월엔 조 씨가 지수를 대부도로 데려가 텐트를 치고 고기를 구워 먹고 전동 이륜바이크도 타며 지수 생일 이벤트를 벌였던 일 등 여러 애틋한 추억이 소개돼 있다. 그러다 창졸간에 이태원 참사의 비극을 마주했던 것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밤을 지새웠다. 지수를 걱정한 친구들과 서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한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지수로 추정되는 사람이 한 병원의 영안실에서 발견되었는데 가족이 국내에 없어 친구라도 가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수의 장례식이 열렸다. 지수의 부모님이 귀국하시는 동안 상주 자리를 맡아주신 이모님 가족분들에게 나를 포함한 지수의 친한 친구들이 상주복을 입겠다고 자청하여, 상주복을 주문해주셨다. 이렇게 친구들은 장례식 내내 유족들과 함께 조문객을 맞으며 빈소를 지켰다. 


한번 물꼬를 트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이 물밀듯 밀려 들어올 것 같았다. 나의 어머니에게도 지수의 소식은 충격이었다. 수술차 입원 중에 지수의 이야기를 접한 어머니는 한동안 우셨다."


이런 속사정과 배경도 모르는 상태에서 언론들은 함부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가 찍어준 사진을 올렸다'는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조 씨를 힐난했던 것이다. 두 친구의 우정과 저간의 과정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 리 없는 기자들이나 누리꾼들이 애초에 '뇌피셜'뿐인 입방아를 찧으며 왈가왈부할 일 자체가 아니었다.


"인스타그램에 지수 생일 때 지수와 대부도에 가서 찍은 사진을 올린 적이 있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가 찍어준 나의 소중한 추억, 그것을 내 계정에 올려두고 싶었다. 소중한 기억, 기억하고 싶은 지수를 간접적으로 담은 장면. 그리 생각하고 올린 사진이었다. 누군가는 이 사진을 올린 의도가 무어냐며 내 정신상태까지 언급했다.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그 사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붙인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다.


얼마 전, 지수의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다. '지수가 찍어준 사진으로 기사가 나서 죄송해요.' '아니, 아줌마는 민이가 어떤 마음으로 그 사진을 올렸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누가 뭐라든 괜찮아. 오히려 지수와의 추억 생각하며 사진 올려줘서 엄마로서 고맙지.'


어머니는 그 사진을 보면 나를 찍어주는 지수가 보이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 사진을 지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정말 감사했다. 내게는 소중한 친구이자 어머니에게도 사랑하는 딸인 지수는 그렇게 우리 마음에, 사진으로 남았다."




중략


조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가십화하는 언론들은 '참사 1주기 애도를 위한 SNS 중단'을 기사로 쓰면서까지 또 '대부도 사진 논란'을 기어이 끼워 넣었다. 어떻게든 흠집을 내려는 시도가 가히 병적이다. 정작 조 씨가 책을 통해 자세히 전한 내막은 결코 보도하지 않는다. 한국 언론의 참담한 현실은 적나라한 '조민 스토커' 짓에서도 누누이 확인되는 것이다.






# 병든 언론의 한 개인에 대한 스토킹과 악의적 음해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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