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부터 해결 안 하면 내국인 숙련 노동자는 앞으로 멸종위기종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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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꼬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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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공 소멸, 제조업이 무너진다, 추적60분 1343회


‘젊은 놈’들이 왜 ‘힘든 일’ 안 하려고 하느냐, 단순한 이유다. 일한 만큼 대가가 안 따라오니까, 몇 년을 참고 버텨도 최저임금에서 거의 안 올라가니까, 제조업을 선택하지 않는다. 


몸 쓰는 일 두려워하는 거 아니다. 쿠팡 배민에서 일하는 젊은 사람들 넘친다. 그쪽 업무 환경도 열악하기로 유명하지만 제조업보단 좀 사정이 낫다. 아주 위험한 일이지만 시간의 자유가 보장되거나, 중소 제조업보다 월등히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청년층 입장에선 어차피 오래 일하지 않을 건데 구태여 공장 일하러 갈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유입이 없고 남은 숙련공들은 이미 정년을 넘기고 현장에 남아있거나 은퇴가 머지않은 이들 뿐이다. 


여기까지가 일반론이고 결코 틀린 진단이 아니지만 이야기를 약간만 더 보강해보고 싶다. 현장에 청년은커녕 중년 제조업 종사자조차 적다는 건 뭘 의미할까. 물론 환경이 너무 열악해 다른 일터로 떠난 게 가장 큰 요인이지만, 내 눈엔 제대로 된 직업교육이 존재하지 않은 결과 숙련승계가 실패한 결과로도 보인다.


사실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물경력’ 아닌 ‘빠꼬미’ 숙련공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노동자들이 게을러서? 아니다, 체계적인 숙련 승계 절차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제조업 대기업들은 숙련공을 자체 육성하기보단, 밖에서 각자도생으로 커 온 경력자들을 끌어오기 바빴다. 국가 역시 직업 교육을 꼬리칸에 처박아둔 채 입시 교육만 키워왔다


방송에서 용접을 많이 언급하니 용접을 예로 들어보자. 지금처럼 숙련공이 아예 싹 말라버리기 전, 현장에선 용접기 잡으려면 최소 1년 시다 생활을 해야 하는 게 ‘국룰’처럼 자리 잡았었다. 이게 말이 좋아 도제식이지, 개처럼 부려먹다가 어느 날 선심 쓰듯 기회가 찾아온다. 용접 숙련을 쌓을 기회는 오로지 내 사수가 얼마나 뛰어나고 관대한 사람이냐에 달린 일이었다. 


숙련승계에 ‘사수빨’이 절대적인 현장은 당연히 효율적인 숙련 노동자 양성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도 탈락자가 많이 발생한다. 숙련이 필요한 업종의 고용주는 비숙련 노동자를 꺼린다. 초짜일 땐 제대로 일을 못 할뿐더러 기껏 키워놓으면 다른 곳 가버릴까 전전긍긍한다. 반면 비숙련 노동자는 일은 힘든데 숙련이 쌓여도 임금 오를 기미가 안 보이니 회사를 나가버린다. 


이런 이해관계 비대칭을 보정하기 위해 직업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현재 한국의 직업 훈련은 ‘구직자를 어떻게든 회사로 쑤셔 넣는 것’에 몰빵되어 있고, ‘재직자의 직업능력을 개발하는 것’에 아주 소홀하다. 이 문제부터 해결 안 하면 내국인 숙련 노동자는 앞으로 멸종위기종이 될 거다.


* 그래프는 조귀동 기자님의 2019년 7월 7일 <공장이 늙어간다...제조업 취업자 2040 줄고 5060 급증> 기사에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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