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용 “뇌물 받기에는 관저보다 사가가 훨씬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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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날아라병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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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사설에서 “이 나라 보수는 더 이상 김건희 리스크를 안고 갈 수 없다”며 김건희 씨에게 용산을 떠나 사가(私家)로 가서 근신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이 부산에서 재벌총수들을 뒤에 늘어세우고 함께 떡볶이를 먹은 걸 두고는 민생과 부산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뇌물 받기에는 관저보다 사가가 훨씬 편합니다. 재벌 총수들로 병풍을 만드는 건 독재자나 하는 짓입니다.


  • 문제 해결 방법을 전혀 모르는 ‘무식’과 독재를 감지 못하는 ‘저열함’이 보수를 자처하는 게, 지금 이 나라의 큰 문제입니다.
  • 사람들을 무식하고 저열하게 만들어 민주주의를 허구화하는 게 파시즘입니다.




돌베개 출판사에서 제 새 책이 나왔습니다. 제목은 <잡동산이 현대사>. ‘전우용의 근현대 한국 박물지’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세 권 한 세트지만, 낱권으로도 판매합니다.


‘잡동산이(雜同散異)’는 안정복이 쓰다 만 책의 제목으로 ‘섞어 놓으면 같고 흩어 놓으면 다르다’라는 뜻입니다. 당장 쓸 일이 없어 집안 한구석에 쳐박아둔 소소한 물건들이 덩어리째 ‘잡동사니’라는 보통명사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커피와 설탕과 분유는 서로 다른 물질들이지만 섞어 놓으면 ‘커피믹스’라는 단일 물질이 됩니다.


현대 세계의 물질과 물건은 무수히 많지만, 저는 그것들이 한덩어리로 섞여서 구성하는 ‘물질세계’가 일정한 방향성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1920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로섬의 만능 로봇’이라는 연극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로봇ROBOT이라는 말은 이 때 처음 생겼습니다. 이 개념 또는 단어는 1925년 ‘카렐 차페크의 인조 노동자’라는 동아일보 기사로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습니다. 하지만 로봇은 ‘인조 노동자’ 수준을 금방 넘어섰습니다. 로봇의 구체적 형상은 만화로 먼저 알려졌고, 이어 영화와 게임 등으로 친숙한 존재가 됐습니다. 로봇, 만화, 영화, 게임은 서로 다르지만, 역시 섞어 놓으면 하나의 이미지가 됩니다.


옛날 사람들은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영웅이 인류를 구원한다고 믿었지만, 현대인들은 로봇과 인간의 ‘결합체’가 인류를 구원할 거라고 상상합니다. 600만 불의 사나이, 로보캅 등에서 ‘초인적’ 힘을 보였던 ‘반인 반로봇’의 영웅은, 영화 어벤져스에서 인류의 구원을 위해 대속(代贖)하는 ‘구세주’의 서사를 확실히 구축합니다. 영화의 서사에서 로봇은 이미 ‘신(神)’입니다. 


현대의 기계들은 계속 똑똑해져서, ‘능력’으로 표현되는 거의 모든 인간의 자질을 확보해가고 있습니다. 반면, ‘성능과 마력’을 숭배하는 ‘능력지상주의’에 매몰된 인간들은, 점차 기계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기계의 인간화와 인간의 기계화가 양방향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현대 물질문명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문명의 이 방향성에 만족하든 그렇지 않든, ‘선택’은 인간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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