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 상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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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슬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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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제목같은 상황은 대부분 받고싶지 않은 전화일 것 같습니다. 

전 직장에서 절대 피해야하는 인간 한명은 차단을 위해 저장해놓았었고, 친한 몇명을 제외하고는 정리차 다 지웠었는데, 제가 잠든 새 부재중으로 왔고 제가 안받으니 자긴 누구며 편하실 때 연락 달라고 문자로 남겨져 있어서 전화를 드렸어요.(아, 전화하신 부장님은 차단한 분은 아닙니다)

그리고 폰 너머로 받는 여보세요- 한마디에 뭔가 직감을 했습니다. 


"오랜만이에요...그냥....전화를 하고싶었어요. 우리 강아지 어제 하늘나라 갔어요...'


울먹이며 시작하는 부장님의 전화를 받으니 왠지 그 이유일까? 하는 예감이 이미 들었어서 일단 차분히 말씀을 다 들어드리고 위로해드렸습니다. 


굳이 전 직장 상사의 강아지가 하늘소풍 간 이유로 7년만에 통화를 했냐구요...?

그 강아지는 제가 주선해서 그 집의 귀염둥이가 되었었거든요. 


하얗고 말라깽이 말티즈가 제가 다니던 동물병원에 온 건 오래 전 일입니다. 다리가 다쳐 온 강아지인데 무책임한 당시 견주가 돈도 들고 고쳐도 다리를 절 수 있다니까 다짜고짜 안락사 해달라며 왔다네요. 

원장님이 치료하면 생명에 지장이 없는 아이다 설득해도 막무가내로 안락사 얘기만 하더랍니다. 쉽게 말해 '빨리 죽여달라니까요?!' 한 거죠. 

원장님은 너무 화가나셔서 당시 그인간에게 소유권 포기각서를 받아내고 아파하는 그 작은 강아지를 치료하셨어요. 

회복이 됐어도 후유증으로 걸을 때 좀 특이하게 걷는 아이가 됐지만 그래도 스타카토처럼 톡톡 거리며 걷는 귀엽고 특별한 아이로 구원받았습니다. 


저는 이미 개님이 둘 있어서 데려오고싶어도 여건상 어려웠어요. 원장님도 '보들이 뽀아 돌보시는 것도 그렇게 올인하시는데 셋은 안됩니다. 생각도 마세요!' 하실만큼 제 생각을 읽으시고 만류하셨죠. 


그때부터 회사에 그아이 사진을 계속 보여주고 사연과 함께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인지 홍보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해서 찾은 새 식구가 바로 당시 부장님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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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연이 이러하니 비록 퇴사로 연은 끊겼지만 전화하신 게 이해가 되더라구요. 


옛날 얘기부터 아파서 하늘소풍 떠난 이야기까지 조용히 다 들어드렸어요. 

그리고 제가 뭐 해 드릴 건 없고 그저 토닥토닥...







오늘로써 하늘로 장기출장을 간지 67일째인 제 사랑 뽀부장 얘기까지는 보태지 않고 그대로 통화를 마쳤습니다. 그 순간엔 온전히 그분을 위로해드려야할 것 같아서요. 



제 심정은 우리 뽀부장을 예뻐해주신 많은 클량 회원님들이 위로하고 달래주셨잖아요. :)





꾹 내리누르던 그 뭔가가 또 올라오면서 한참을...셀프 진상 후 이제 진정이 좀 됩니다. 




암튼, 전 직장 상사와의 통화는 이랬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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