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회장님의 취미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가즈아
작성일

본문

이 장면을 보니까 예전에 모셨던 중소기업 회장님이 생각나네요. 이 분은 기묘한 버릇이 하나 있어서 항상 저한테 헛웃을 주셨습니다. TV를 보다가 감동받으면 울면서 기부를 그렇게 자주하셨거든요. 안타까운 사연만 보면, 엉엉 울면서 ARS전화 기부를 돌리거나 기부금 계좌에 돈을 보내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아니 이게 1년에 1~2번이면 모르겠는데 1달에 2~3번씩 꼭 그러시는 겁니다. 이게 회사 사정이 좋을 때만 그러는게 아니라 매출이 줄어서 어제 대책회의를 한 다음 날에도 그러고, 본인이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갔다온 당일에도 그러구요. 

이분이 무슨 노블리스 오브리제 같은 거창한 이유에서 그렇게 하지는 않으셨을 것 같구, 돈자랑 하시려고 하시는 것도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가까이서 모셔보면 항상 선하기만 한 분은 아니었지만 그런 얄팍한 이유로 움직이시는 분도 아니라서요. 추정하기로는 아마도 공감을 잘하시는 분이라서, 또 (아마도 이게 가장 중요한 이유일 듯 한데)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는 분이라서 그리하셨을 것 같습니다. 이 분이 하시는 어려운 시절의 얘기는 대부분 사업 자금 빌리러 다닐 때 겪었던 얘기들이거든요.

하긴 돈이 중요하죠. 그래서 요즘은 안타까운 사연이거나, 훌륭한 분, 저랑 생각이 같은 분들을 만나면 가급적 커피 한잔 값이라도 보내려고 합니다. 댓글을 쓰는 것 보다, 술자리에서 열변을 토하는 것보다(특히 정치얘기로...), 어려운 생활중에 커피 한잔 여유있게 마실 돈이 더 중요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요즘 제 취미는 제가 모셨던 그 분의 취미와 같습니다. ㅎ

관련자료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