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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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람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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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근막에 변형? 이상?이 생기는 듀피트렌 구축(Dupuytren's contracture)이라는 질환이고요...(희귀합니다)

외과적으로 이를 제거하는 수술이었습니다.


발병한 지는 꽤 됐습니다만, 단순한 결절종인 줄 알고 살았습니다.

수년 전 모 대학병원 정형외과 수부 전문의로부터 처음 진료를 받았을 때도 별다른 설명없이

'손바닥이 펴지지 않을 정도로 악화되면 다시 병원에 오라'는 말만 들었었죠.

그리고 진짜 손바닥이 다 펴지지 않는 상태까지 이르게 됩니다.

책상 상판 등과 깉이 평평한 면에 손바닥이 완전히 밀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병원에 찾아갔고요...그제서야 수술을 하자고 하더군요..;;;;


잠시 이 의사쌤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얼굴을 뵙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첫 번째 진료, 두 번째 진료 모두 예약하고 두 달 정도를 대기 타야 했고요..

수술을 권유받은 그 날 이후로의 일정이..

2주 후  MRI 촬영, 그로부터 또 2주 후 이를 바탕으로 한 진료...이랬습니다.

수술 날짜는 그 이후로 잡을 거니까...아무리 빨라도 2개월 안에 수술을 받게 될 거 같지는 않았죠..;;;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진료비였습니다.

손 부위의  MRI 촬영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MRI로만 100만 원 정도 비용이 청구될 거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무적(?)의 실손보험 1세대를 갖고 있지만, 통원치료 보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ㅠㅠ


결론적으로 그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선


1) 최소 2달 이상 대기타야 함.

2) 약 100만 원의 MRI 촬영 비용이 수반됨.


특히 2번이 걸렸고요. 감당못할 비용은 아니었지만....생돈 깨지는 게 너무 아깝잖아요..ㅠㅠ

1번도 작은 문제는 아니었죠. 한국에서 둘째 셋째 가라면 서러울 큰 대학병원에서 스케줄 주도권을 제가 갖기는 어렵습니다. 

수술 준비서부터 회복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텐데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기는 어렵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문병원 물색을 시작. 

이 희귀하고 난감한 질병을 수술해주는 병원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만, 있기는 있더군요..;;;

그런데 이런 병원들도 환자들로 미어터지기는 마찬가지여서...1주일 정도를 대기하다 내원하게 됐습니다.

이런 병원들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일명 '코디네이터'로 불리는 '상담간호사'가 있다는 거죠..


상담 과정에서 대부분의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됐습니다.


1) 주 단위로 수술 스케줄이 나오는데 다음 주에 가능한 시간이 있다

2) MRI 검사는 필수이나 입원 후 진행하면 된다.(실손보험 입원치료 보장으로 해결이 가능..야호..;;)


이거 외엔 불안한 얘기들 투성이었죠.


1) 손바닥 수술은 예후가 좋지 않음.  

2) 1~2주 후에는 손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나, 완전한 회복까지 최소 6주를 잡아야 함.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고..ㅠㅠ

시간 끌고 망설여봐야 결론은 같다, 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그 자리서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상담 간호사쌤께서 수술 과정이 어떻고 블라블라 말씀하시는데 귀에 하나도 안 들어오더군요..무섭...ㄷㄷㄷ


수술 하루 전에 입원해서 MRI 찍고, 마취에 무리가 없는지 내과진료 받고...

담날 아침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전에 무통주사 맞을 거냐고 묻길래...그걸 말씀이라고 하십니까..대답해드린 담에

팔을 내어드렸죠..ㅠㅠ

전신마취가 아닌 점은 다행이었습니다. 팔 전체에 부분마취를 하고 대신 프로포폴로 재워주더군요..;;;;;

기절? 수면? 하고 일어나보니 수술이 끝나 있었습니다.


신기한 게...제가 수술 받은 게 처음이 아니거든요...것도 수차례나 있었거든요..ㅋ(이게 뭐가 자랑이라고..;;)

경험상 수술 후에 정신 차리고 마취가 깨기 시작할 때가 제일 아픕니다. 진통제 맞아도 아파요..

생살 찢어놨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죠.

그런데.. 이번엔 안 아픕니다...ㄷㄷㄷㄷ

마취 때문에 수술 직후 팔이 축 늘어져 있다가 서서히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하는데 안 아픕니다..;;;

생각보다 절개 부위가 크지 않은가보다...생각했죠...


그러다 드레싱을 하면서 처음으로 수술 부위를 보게 됐는데 웬걸....

손바닥을 아예 두 쪽으로 좍 갈라놨습니다.... 그것도 지그재그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료사진이라도 올리면 그 참담함이 이해가 되실 것 같은데 혐짤될까봐 못 그러겠습니다. ㅋㅋㅋㅋㅋ

그 지경인데도 담날 퇴원을 하라그러더라고요. 2주 후에 봅시다.. 이러면서..

카카오택시 불러서 혼자 집에 왔습니다.. 

휴대폰에 지문인증할 때 불편하더군요...;;;;;;;;;;;;;;;;;;;;;;;;;;;;;;;;;;;;;;;;;;;;;;;;;;;;;;;;;;;;;;;;;;


그런데 그게 끝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손가락 감각이 돌아오더라고요....

손을 쓰면 상처가 벌어질까봐 걱정이 좀 됐는데. 그런 것도 전혀 없고요...

(드레싱하면서 의사쌤이 손가락을 막 제낄 때만 아픕니다..이래도 상처 안 벌어져요..하면서 휙휙 제낍니다..ㅠㅠ)

새살 돋아나면서 간지럽기는 해도 아픈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지난 수술 경험과 비교해보면 뭐 이런 게 다 있나, 도대체 무슨 수를 썼나 싶을 정도로 안 아픕니다. ㅋ


오로지 수술 부위에 물을 묻히지 못한다는 점이 불편할 뿐이었는데..

2주 경과해서 병원 가니 바로 실밥을 뽑아주더라고요...;;;

(나중에 제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녹는 실밥으로 봉합한 후에 굵은 실로 2중 봉합한 거라고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그냥 지금은 반창고 정도 붙어 있는 상태입니다..;;;

부위가 워낙 커서 쳐다보고 있음 심난하긴 한데....

불과 수술 2주 만에 큰 불편함없이 손을 쓸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클리앙에 뻘글이나 적고 있고...;;;


이렇게 시시콜콜 글을 적는 이유는 

잠 자다 깨었는데 다시 잠이 안 오고 해서 심심하다...외엔 없습니다만..

굳이 의미를 부여해보자면...


1) 수부 전문의가 따로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질환의 종류도, 환자도 많음...;;;

2) 예전에 비해 수술기술이 엄청나게 좋아지지 않았나 체감했습니다. 통증 정도도, 회복 속도도 예전과 확연히 다릅니다.

3) MRI는 허리, 머리만 건강보험됩니다..ㅠㅠ 나머지는 겁내 비쌈.

 

아프지 마시고....어쩔 수 없이 아프면 병 키우지 말고 빨리 병원 가세요... 

실손보험비  타먹을 때는 진짜 꿀인데... 보험료가 미친 듯이 오르고 있어서 걱정이네요.. 


이제는 손바닥이 쫙 펴집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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