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잡담] 아버지와 동생의 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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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망원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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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부터 테니스를 즐기시던 아버지는 종종 저희 형제를 테니스 코트에 데려가셨습니다. 아버지와 동료 분들이 테니스 치는 모습을 몇 시간씩 구경하거나 코트 사이드로 떨어진 공을 줍는 볼키즈 역할을 하곤 했는데, 10살이 넘어서부터는 남는 라켓을 들고 아버지와 함께 테니스를 치기도 했었죠.


동생은 테니스장에서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존재였습니다. 아버지의 운동신경을 몰빵해 물려받은데다, 자세를 익히는 것도 무척 빨라 어른들 공을 쉽게 툭툭 받아쳤거든요. 동생에 비해 실력이 쉽게 늘지 않았던 저는 소외와 질투를 느끼며 동생과 어른들의 테니스를 구경하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ㅋㅋ


지난 설에 오랜만에 아버지와 동생이 함께 테니스 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마치 30년 전 그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아버지는 어느새 일흔을 훌쩍 넘기셨고 동생도 이제는 마흔을 넘어섰습니다. 실력이 한껏 물올라있던 40대 시절 아버지의 테니스를 동생으로부터 볼 수 있었는데, 왠지 모를 묘한 감정이 느껴지더군요. 아버지는 자세도 힘도 많이 무너진 모습이셨지만, 동생의 공을 받아치는 내내 헉헉대면서도 기쁜 표정이었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둘의 테니스를 구경만 했습니다. 30년 전과 다르게 질투도 서운함도 없었습니다. 그저 이 부자의 테니스를 몇 번 더 볼 수 있었으면 하고 속으로 바랐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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