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고양이 학교, 기대 반 우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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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요즘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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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07072?sid=102


2020년 기준, 동물보호협회는 전국에 길고양이가 100만 마리 이상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이같은 길고양이들이 동물보호센터에 가는 경우 대부분 중성화를 거쳐 제자리로 방사하는 TNR(Trap(포획)-Neuter(중성화:불임수술)-Return(방사))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에 개소한 고양이 학교는 고양이만을 대상으로 하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고양이를 보호하고 분양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공공형 동물보호센터와 다르다.



통영 용호도에 국내 최초의 공공형 길고양이 보호 & 분양 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미 많은 보호소가 있는데 이게 뭐가 새롭냐고 의문 가질 수 있는데요.

사실 우리 나라에서 길고양이는 보호소에서 보호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정확히는 도심, 주택가에서 자생하는 중성화 대상 고양이는 보호소로 안 보내고, 보내지더라도 방사됩니다.

길고양이는 들개, 햄스터, 파충류, 조류 등 다른 유실, 유기, 배회동물과는 달리 보호소가 아닌 길거리에서 자생하도록 되어 있으며, 개체수 관리는 중성화(TNR)로 하는 게 원칙입니다.

보호소로 보내지는 건 자생 불가능한 어린 개체, 다친 개체 들입니다.

2013년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 이래 쭉 이래왔죠. 

 

문제는 고양이는 가축 유래 외래종이자 생태계 상위 포식자이며, TNR은 잘 작동을 안한다는 거죠.

고양이의 번식력을 감안하면 연간중성화율 75% 이상이 개체수가 감소할 이론적 최소 조건입니다만

이건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무리입니다. 단기간에 사실상 대부분의 개체를 포획해서 시술해야 하니..

그리고 도시에는 인위적인 먹이 공급 등 개체수가 늘어날 요인이 많죠. 

 

이런 상황에서는 고양이 개체수 조절은 커녕 더 늘려서 생태계 교란하고,

고양이들도 과밀화된 환경에 고통받을 뿐입니다. 전염병, 영역 다툼, ..







구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길고양이 급식소를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지도 점검을 할 계획이다. 다만 도시공원 생태계 파괴 우려에 대한 인식은 없었다.
 
구 관계자는 “현재 공원을 중심으로 적절한 후보지를 찾고 있다. 주민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면서도 “공원 생태계 파괴 문제는 아직 생각해본 적 없다. 문제가 될 것 같으면 장소 선정에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https://www.kgnews.co.kr/news/article.html?no=742996




이게 급식소까지 겹치면 더 문제가 심해지죠. 

이런 정책은 TNR이 제대로 동작한다는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미 전제부터 틀렸으니..

게다가 TNR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가정해도, 중성화된 개체들이 생태계 교란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그런데 정책 담당자들의 생태계에 대한 인식은 위와 같은 게 현실이죠. 

 

결국 현재의 TNR & 방목 정책은 생태계 보호는 애초에 안중에도 없고,

길고양이 보호라는 목적도 달성 못하는 꼴입니다.






통영시에서 고양이 학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건 2010년대 후반부터. 고양이와 동물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주도했다. 초기에는 일본 세토내해의 아오시마(おしま: 青島) 사례를 참고해 '고양이 섬'을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고양이에 의한 섬 생태계 파괴를 우려해 미국 하와이 제도 라나이섬의 고양이 보호구역(Lanai Cat Sanctuary)을 모델로 한 '고양이 학교'가 현실화되었다.




용호도가 섬이라는 특성상 일본의 아오시마 등 고양이 섬을 모델로 하려고 했습니다만,

고양이 섬은 일단 섬 생태계는 포기하고 시작하는 거죠. 

 

게다가 과밀화로 인한 고양이들의 문제도 당연히 있습니다.

전염병 돌아서 떼죽음 당하고, 영역 다툼도 심하고, 유전자풀도 제한적이다보니 꼬리 기형 등 유전병 문제도 크죠.

고양이 섬 뿐만 아니라 고양이 마을로 유명한 대만의 허우통도 

개체수 관리도 안되고 전염병 돌아서 집단 폐사하고 하는 게 현실이죠.

고양이 섬, 고양이 마을은 관광자원화 말고는 득될 게 없는 방식입니다. 

 

보호 시설을 갖추고 길고양이들을 시설에서 보호하는 건

고양이 섬과 현 한국의 길고양이 정책 등 방목 형태와는 상당히 다른 방향입니다.

적어도 보호하는 고양이들은 생태계에서 격리되어 더 이상 교란을 하지 않게 되고,

고양이들 역시 길거리에 사실상 방치되는 게 아니라 시설 내에서 보살핌받는 형태가 되죠. 

 

물론 이게 잘 동작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만,

위 부평구 급식소 사례, 환경부의 관련 문제 인식 등 

정부 부처, 지자체의 고양이에 의한 생태계 교란 문제에 대한 인식이 전무한 현실에서

통영시 고양이 학교에선 생태계 문제가 논의되고 고려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반갑네요. 





경상남도와 통영시 예산 4억여 원을 들여 시설을 리모델링했으며 120마리의 고양이를 보호할 수 있다. 현재는 통영시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에서 구조된 고양이 30마리가 고양이 학교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고양이 학교가 위치한 용호도의 생태계 문제 뿐만 아니라,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길고양이들에 의한 생태계 교란 문제를 

길고양이들을 구조, 보호해서 해결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에서 고양이가 1m 높이 바위에 있는 팔색조 둥지를 공격해 새끼들을 물어 죽였다. 먹지 않은 것을 볼 때 사냥본능에 따라 재미로 죽였을 수도 있다. 이 때 죽은 새끼들을 족제비가 물고가는 것이 동영상에 찍히기도 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06580?sid=102



실제로 국립공원 내에서 서식하는, 전 세계에 5천여마리밖에 안되는 멸종위기종 팔색조의 둥지를 길고양이가 공격한 사례도 있죠.

해당 사례에서도 먹으려고 잡은 게 아니었나봅니다. 






하와이 군도의 경우 태평양 한 가운데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해당 군도 내에서만 서식하는 멸종위기 새의 종류가 여럿이다. 섬 내부에 버려진 고양이와 길고양이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멸종위기 새를 공격하여 잡아먹거나 새의 알을 훔쳐먹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정부 차원에서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길고양이를 대대적으로 퇴치하는 정책을 펼치게 되었다.
예술가 남편 마이크와 함께 라나이 섬으로 이주한 캐시 캐롤은 멸종위기에 놓은 야생 새와 고양이의 공존을 위하여 2004년 라나이 캣 생츄어리(Lanai Cat Sanctuary)를 설립하게 되었다.
2013년에는 고양이마다 개체별 맞춤형 돌봄계획을 세울 수 있는 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하여 이동식 동물병원을 인수하고 오아후 섬과 미국 본토에서 보호소 의료 경험이 있는 동물의료팀을 모집하기도 하였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600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구조되었고, 2018년에는 한 해에만 200마리의 고양이가 구조되었다고 한다.
라나이 캣 생츄어리는 새와 고양이 사이에 사람이 개입하여 자연속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새 둥지에서 알을 훔치다 포획된 고양이를 포함해, 섬 전역에서 발견된 고양이를 보호구역으로 데려와 보호하고 있다. 또한 섬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생활하는 멸종 위기에 처한 새들의 삶을 보장하면서 고양이들에게 평생 안전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http://kfem.or.kr/?p=223866



통영 고양이 학교의 모델이 되었다는 라나이 캣 생추어리는 사실 통영같은 공공 보호 시설이 아닙니다.

하와이 정부의 고양이 정책은 어디까지나 먹이주기 금지, 포획, 사냥 등 기본적인 것이고

라나이 캣 생추어리는 후원으로 운영되는 사설 단체죠







또한 아직 제대로 된 실외 시설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통영 고양이 학교와 달리,

라나이는 실외 보호가 원칙입니다.

그래서 외부 동물이 침입할 수 없고, 고양이 역시 나갈 수 없도록 이런 형태의 펜스가 설치되어있죠.

생태계 보호와 고양이 보호를 모두 추구하는 시설답게 

고양이는 섬 생태계로부터 가급적 격리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위가 뚫려있는 점이 좀 아쉽긴 하네요. 






솔직히 통영 고양이 학교 하나가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거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비용대비 효율이 좋은가부터 의문인데다, 먹이주기 금지 등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정책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죠.

보호 시설, 분양 센터라는 본연의 목적보다는 관광이라는 잿밥에 더 관심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구요.

또한 이런 방식의 보호 시설은 공공의 영역에 어울리지는 않죠. 

라나이처럼 민간에서 담당해야할 부분이고, 공공은 검증되고 정석적인 길고양이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게 맞을 겁니다.

 

더우기 고양이들을 가두지 말고 해당 부지에 급식소를 차려서 방목해야 한다는 

반 생태, 반 환경주의자들의 글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이건 결국 생태계 파괴적인, 흔한 고양이 섬으로 만들자는 거죠.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들에게 끌려다닐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생태계 보호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하고, '진짜' 고양이 보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평가하고 싶습니다.

생태계 보호도, 고양이 보호도 이루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길고양이 중성화 & 방목 정책이 바뀔 시발점이 되어준다면 좋겠네요.





세 줄 요약

- 통영 용호도에 고양이 전문 보호 & 분양 센터 개소. 

- 고양이에 의한 생태계 교란 문제가 고려되어 있는 게 반갑습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길고양이 문제 해결에도 도움되기를.

- 기대 반 우려 반, 길고양이 정책 변화의 시발점이 되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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