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신고를 했는데 담임교사가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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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휘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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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초등 교사 입장에서 써보면


학급 아이들을 하루동안 데리고 지내면서 학폭 매뉴얼 상에 나오는 학교폭력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냐고 하면 

하루동안요 아니면 한시간동안요 아니면 쉬는 시간 한번 동안요?라고 물어봐야 할정도로 빈번합니다 

매뉴얼상의 학교폭력 개념과 유형 유의사항에도 나오지만 정말 사소한 괴롭힘, 학생들이 장난이라고 여기는 행위도 학교폭력이 될 수 있거든요 

그러니 초등교사는 아이들이 하는 무수히 많은 낮은 레벨의 학교폭력을 지도하고 훈육하는게 일상입니다 


그러나 교사의 눈에 포착되지 않는 순간들도 분명히 있고 

이건 학생이 말을 하거나 부모님들이 이야기를 해주셔야만 파악을 하고 일이 어떻게 된건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들고 오는 이야기는 사안의 심각성을 떠나서 해결하기가 쉬운 편인데

교사한테 이야기를 와서 자기의 요구사항을 이야기할 수 있는 학생들은 대체로 이걸 묵혀놓지 않습니다 

즉시 달려와요 그 말은 일의 심각성을 떠나 지속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이건 어느정도 요령있는 교사라면 지지고 볶아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께 연락이 오는 경우는 좀 다른데, 

대부분의 교양있고 교육의 3주체로서 학생의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도움을 주시는 학부모님들은 

한번 아이가 괴로움을 토로한다고 교사에게 전화나 문자를 하시지 않습니다 (아닌 학부모님들은.. 뭐 서비스직의 애환을 겪어야죠) 

지속성이 있을 때, 반복될 때 이젠 도저히 안되겠다라고 생각하고 연락을 하시는거죠 


이런 경우가 학생지도의 비상상황입니다 

여기서 잘 해결하면 학폭을 안가는거고, 해결이 안되면 학폭을 갑니다.


우선 사안조사를 통해서 피해학생측도 대등하게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의 실마리가 생깁니다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본인이 속상한 것을 이야기하고 피해를 받은 것을 이야기하는데 그게 거짓말이라는게 아니라 

부모님께 자기도 장난을 친 부분이 있고 자기도 친구를 속상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아이는 없거든요 

한 90%는 이런 케이스입니다 

그럼 백이면 백 학폭가겠다고 안합니다 왜냐면 둘 다 가해자가 되거든요. 그럼 저는 엄하게 두 아이 지도하면 끝이에요. 


피해자가 백프로 피해만 본 경우도 쉽습니다. 가해자 부모님이 알아서 사과해요. 학폭갈까봐 전전긍긍하십니다. 


문제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잘못한게 있긴 한데 그게 가해자의 잘못에 비해서는 너무 경미할 때입니다. 

이 경우에는 가해자 부모측에서 쌍방을 외치면서 학폭가면 나도 걸겠다고 합니다. 교사의 역량은 여기에서 이 가해학부모를 

설득해서 큰 그림을 그리게 하고 지금은 서로 사과같은 소리 하지 않고 그냥 사과만 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이거 실패하면요? 학폭 가야죠. 


근데 가끔 앞의 프로세스를 전혀 거치지 않고 바로 학폭을 가겠다고 하시는 학부모님이 있는데

담임교사입장에서 전혀 상관없습니다. 학폭간다고 뭐 교사가 불이익 받는거 없어요. 

문제는 학폭 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으신 상태로 학폭을 갔으니 학교가 가해자를 교실에서 격리시켜서 우리 아이를 

지켜줄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가끔 계시다는 겁니다. 격리시켜주기는 합니다. 딱 3일요. 그 이후엔 같이 수업 들어야 해요. 


그리고 학폭을 가는 순간부터 담임교사는 그 일에서 완전히 빠져야 합니다. 

사안 처리 유의사항이 그래요. 학교 폭력 사안 조사시에는 축소, 은폐하거나 성급하게 화해를 종용하지 않도록 하라고 되어있습니다. 

근데 교사가 하는 모든 행동이 저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요. 그러니 빠져야죠. 

학폭은 2020년부터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었습니다. 심의위는 지원청 내에 설치된 기구가 되었어요.

학폭신고를 하시면 학교의 보통 생활지도부장이 그 일을 전담하게 되고 사건의 당사자인 아이들을 불러다가 사안조사합니다. 

그걸로 학교내 전담기구에서 학교장 자체해결 사안인지 판단해요. 근데 그 판단 아무 소용 없습니다. 

어차피 피해자측에서 수긍못하면 학폭심의위 여는거에요. 


근데 그 지난한 학폭 과정 다 거치고 나오면 초등은 백이면 구십은 그냥 서면사과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과편지죠. 

허탈하죠? 

그걸로 무슨 해결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요즘엔 학부모와 교사사이에 요상한 신경전도 있습니다. 

학폭을 가지 않고 교사가 학폭에서 가해자에게 줄 수 있는 처분 이상의 지도를 해주기를 요구하는 학부모와

어머니 그냥 학폭 가시죠 학폭에서 처분 받으세요 말하는 교사사이의 신경전이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진짜 너무 무거운 학폭이면 변호사 만나세요. 어차피 학폭으로 원하는 처벌 못 이끌어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리고 신경이 쓰이고 짜증나는 정도의 가벼운 학폭이면 학폭을 가지 마시고 

담임을 괴롭히세요. 진짜로 괴롭히라는게 아니구요. 


가해 아이와 아주 사소한 일이 있더라도 전화해서 말씀하시고 정중하게 지도 부탁드리세요.

교사의 역량은 학급의 모든 아이들의 하루를 사실 다 케어할 수가 없습니다. 

계속 시선을 옮겨야해요. 그런데 문제를 겪고 있다는걸 알고 있고 지속적으로 문제에 대한 정보가 업데이트가 되는 아이에게

한번이라도 더 시선이 가고 그 아이가 겪은 일은 조금이라도 심각하게 여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다음에 학년말에 학급편성할 때 다른 반이 되게 해달라고 부탁하세요. 대부분의 교사는 다음 학년 선생님을 위해서라도 

문제가 될 조합을 일부러 같은 반에 넣지 않습니다. 


교사도 권한이 없고 학폭도 실질적인 처벌이 안되는 상황이라 고구마같은 조언밖에 못드리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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