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제일 비싼 땅인데..하루 커피 열잔도 못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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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커피 열잔을 못 팔아요. 버는 것은 없는데 임대료는 계속 나가고..."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 A(30대)씨는 긴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명동 입구에서 테이크아웃 전용 커피숍을 운영 중이다. 잘 팔릴 때는 하루 100잔도 팔리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적금 깬지 오래고, 대출 통해 그야말로 겨우 버티고 있다"고 했다.
매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땅 값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서울 명동 상권이날로 악화되고 있다. '니하오' '씬짜오' 인사말이 어느 상권에서보다 크게 울려퍼지던 명동이었다. 하지만 하늘길이 묶인 후 더 이상 외국인 관광객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외국인 대신 돌아온 것은 높은 임대료 부담 뿐이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생사기로에 놓여 있다.
명동 거리 곳곳에 나붙어 있는 임대 문의 표시 [사진 = 이상현 인턴기자]지난 4,6일 두 차례 방문한 명동에서 거리 곳곳의 상가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 앞에 큼지막하게 쓴 '임대' 표시만 눈에 띄었다. 모든 짐을 뺀 상가 바닥엔 전기요금이나 관리비 고지서와 제2,3금융권 대출 안내문만이 수북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명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8.4%를 기록했다. 상가 열 곳 중 네 곳 가까이가 비어있다는 얘기다. 직전 분기(22.3%) 대비 두 배에 육박할 정도로 명동에서는 폐업 또는 휴업하는 가게가 속출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1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해 온 B씨는 "오전이라 사람이 없는 게 아니다. 작년부터 쭉 이랬다"며 "주로 오는 고객들이 외국인이었는데 외국인이 안오니 가게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정말 몇 달 사이 더 을씨년스럽게 변했다"고 말했다.
임대 표시를 걸어둔 명동 한 상점 바닥에 쌓여 있는 각종 고지서들 [사진 = 이상현 인턴기자]명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씨(50대) 역시 "제일 먼저 망한 게 개입 사업자들"이라며 "공실마다 빚이 수천만원씩 쌓여 있다. 여기 빈 곳들이 다 수 천, 수 억원씩 빚지고 나간 것"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글로벌 기업들도 명동에서 짐을 쌌다.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이 지난 1월말로 영업을 중단했다.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은 세계적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였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여파까지 덮치자 결국 방을 뺐다. 또 다른 글로벌 스파(SPA)브랜드 H&M 역시 국내 1호점으로 상징성이 큰 명동 눈스퀘어점의 문을 닫았다.
2017년 사드 보복을 버티고 2019년 일본불매운동도 이겨낸 명동 상인들이었다. 하지만 1년 이상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 부담만큼은 도저히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명동은 국내에서 땅값이 가장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서울 명동역 근처에 있는 네이처리퍼블릭 부지(169.3㎡)는 2004년부터 올해까지 18년째 전국 표준지 중에서 가장 비싼 땅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곳의 공시지가는 ㎡당 2억을 넘긴 2억650만원으로 평가됐다.
명동 뒷골목에 상점 곳곳에 붙어 있는 임대문의 표시 [사진 = 이상현 인턴기자]2위인 명동2가 우리은행 부지(392.4㎡)도 공시지가가 ㎡당 1억9900만원으로 2억원에 육박한다. 지난 1월말로 영업을 종료한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이 있던 건물 땅값은 전국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싸다.
높은 땅값은 명동 상권의 임대료 역시 전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일례로 공시지가 1위 자리에 터를 잡은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이 부담하는 임대료는 월 2~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줄을 이었을 때는 감당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외국인이 발길을 끊은 현재는 회사의 발목을 붙잡을 정도로 부담이다. 네이처리퍼블릭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1384억원으로 전년대비 27% 줄었다. 2016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적자폭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때 명동 지역에서 10개 넘는 지점을 운영해오던 네이처리퍼블릭은 다 접고 현재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딱 한 곳만 운영하고 있다.
임시 휴업하거나 임대문의를 내 건 명동 상점들 [사진= 이상현 인턴기자]명동 골목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D씨는 "임대료가 워낙 비싸니까 10~20% 깎아줘도 보증금을 까먹고 영업하는 것"이라며 "이미 주변엔 임대료 대신 보증금으로 버티다가 빈털터리로 나간 상인들이 꽤 된다"고 말했다.
오전 8시에도 문을 열던 명동 상점들은 요즘 낮 12시가 돼서야 문을 연다. 그리고 저녁 6~7시면 일찌감치 문을 닫는다. 높은 임대료 부담에 인건비와 전기비 등을 조금이라도 아껴보기 위해서다. D씨는 "어차피 오전엔 손님도 없다"며 "올 상반기까진 어떻게 해서든 버텨보겠는데, 그 이후엔 정말로 답이 없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https://news.v.daum.net/v/2021050910480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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