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조국 돌풍' 현상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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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PGR 사이트에서 '딕시'님이 쓰신 글입니다. PGR은 평소 반 민주당·친 국힘 성향이 강하지만 윤석열에 대한 평가는 무척 박한, 나름 합리적인 보수 커뮤니티입니다. 조금 길지만 공감하는 바가 커서 따다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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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보인다는 분이 있어 원본 글만 따다 붙입니다)
사람은 감정적인 동물입니다. 이성과 논리보다는 감정이 훨씬 힘이 세죠. 사람들은 자신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이 우선이고 논리와 근거는 그 다음에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법원에서도 특정인에게 유죄 혹은 무죄를 주기위해 법리를 무리하게 적용하고 논리를 억지스레 짜낸 흔적이 역력한 판결문들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람의 감정과 직관은 그만큼이나 중요하죠. 그래서 선거에서 가장 무서운건 바로 동정 투표와 분노 투표입니다.
동정 여론은 인간의 측은지심을 자극하기 때문에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백마디 말보다 훨씬 강한 파워를 가집니다. 과거 노무현 탄핵에 대한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됐습니다.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인데 별 것도 아닌 말을 꼬투리 잡아 탄핵하는건 너무했다는 여론이 전국을 강타했죠. 이 동정 여론은 그 전까지 노무현에게 비판적이던 중도층 민심을 크게 움직여 열린우리당을 찍게 만들었습니다.
가끔 선거 때 보이는 큰절 메타도 겉으로는 우스워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효과적인 선거 전략입니다. '저희가 다 잘못했습니다.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하며 읍소하는 전략은 지지정당에 크게 실망한 지지층의 동정심을 유발합니다. 그래서 꼴도 보기 싫다며 선거를 포기하려던 집토끼들을 다시 투표장에 나오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리고 분노 투표는 인간의 수오지심을 자극합니다. 우리는 화가 나면 눈에 뵈는게 없다, 잠시 이성을 잃었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죠. 군중은 그 집단을 구성하고 있는 각 개인보다 훨씬 감정적입니다. 화가 난 대중들은 극도로 감정적이며 분노가 원동력이 되어 움직이기 때문에 그 어떤 논리적인 해명도 안 먹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광기에 가까운 대중들의 분노가 오해나 오판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어설픈 변명과 해명보다는 일단 도게자를 박는게 훨씬 나은 대응일 때가 있습니다. 선거에 있어서도 분노는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가집니다.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국민들이 크게 분노했습니다. 남녀노소 할것 없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죠. 당시 새누리당은 좌파들의 조작선동이라느니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느니 하며 국민들의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그 결과 촛불은 들불이 되어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부패하고 부도덕한 정권에 대한 탄핵으로 이어졌죠.
지난 2021년의 재보궐 선거도 마찬가지죠. 서울, 부산 민주당 지자체장들의 성추문으로 이뤄진 보궐 선거를 코 앞에 두고 LH사건이 터졌습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급격한 집값 상승으로 인해 화가 나 있던 국민들의 민심을 더욱 불타오르게 했습니다. 민주당이 힘들게 공략했던 부산은 다시 급격하게 친보수적으로 되돌아 갔고, 미래가 없어 보였던 오세훈은 극적인 부활을 하게 됩니다. 재보궐 선거의 일년 전만 하더라도 전직 서울시장 출신 오세훈은 광진에서 신인 고민정에게도 졌습니다. 그 후 일년간 오세훈은 정치적 평가가 크게 달라질만한 행동을 한 것이 아무것도 없죠. 완전히 망했었던 오세훈이 서울시장이 된 것은 오로지 부동산 파동으로 인해 크게 분노한 유권자들 덕분입니다. 부동산은 의식주에 해당하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분노를 잠재울 수가 없었던거죠. 참고참다 터진 부동산에 대한 성난 민심은 민주당에 대한 격노로 이어져 고민정에게도 졌던 오세훈은 졸지에 서울시장에 당선 당하게 됐습니다. 임계점을 넘어 터진 대중들의 분노는 그만큼 어마어마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보면 현재 조국혁신당의 돌풍은 선거에서 가장 힘이 센 '동정과 분노' 두 가지 요소가 합쳐졌기 때문입니다. 동정에만 공감하는 사람도 있고 분노에만 공감하는 사람도 있으며 둘 다 공감하는 사람도 있죠. 어느 하나에만 공감해도 충분한 지지의 명분이 됩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죄값은 받더라도 수사과정에서 저렇게까지 온가족을 난도질한 건 너무했다' 는 동정 심리가 존재하죠. 여론조사를 보면 알겠지만 이런 현상이 민주당 강성지지층에게만 해당된다는 생각은 크나큰 착각입니다. 중도층의 민심도 꽤나 움직였습니다. 조국사건으로부터 4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윤석열 정권을 거치면서 당시에 조국을 크게 비판하던 사람들의 일부도 '사실 좀 심하긴 했지' 정도로 여론이 변화했습니다. 동정 여론이 작동하는 것이죠.
그리고 조국혁신당을 오로지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여론이 존재합니다. 공정과 상식을 내다버린 내로남불, 바닥을 기는 경제지표와 미쳐버린 물가, 수사기관을 사유화하고 정적죽이기에만 몰두하는 검찰공화국, 어디에 내놔도 부끄러운 외교와 노골적인 친일 행보, 여가부폐지를 인질 삼아 유권자를 호구 ATM 취급하는 행태에 사람들은 엄청나게 분노해 있습니다. 이 분노한 민심 중에는 '누가 가장 윤석열 정권을 잘 공격할 것인가' 라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지지정당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세력에게 표심이 쏠릴 수 밖에 없죠. 어차피 조국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것 같으니 그런건 관심 없고, 불타오른 민심은 오로지 '저 무도한 윤석열무리를 가장 잘 조져줄 것 같아서 찍는다' 고 생각하는거죠.
윤석열 정권에 크게 분노한 사람들이 조국 신당에 마음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친여 성향의 유권자들이 '조국은 범죄자 아님? 감옥갈텐데 왜 찍음? 전과자들인데 왜 찍음?' 아무리 이런 말을 해봐야 '조국은 수사받고 재판받고 감옥가는데 윤석열 측근들은 안 가잖음? 너희는 왜 안 감? 왜 특검 안 받음?' 이라고 생각하기 아무런 타격이 없는 것이죠.
'조국은 범죄자 -> 범죄자는 나빠 -> 나쁜 사람을 찍으면 무지성 지지자다' 처럼 초등학생 수준의 일차원적이고 단편적인 사고를 하는 유권자들은 많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현재 정치 상황에 대한 여러가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총체적이고 입체적인 사고를 합니다. 조국혁신당의 높은 지지율은 '동정과 분노' 에 더해 유권자들의 전략적인 선택이 합쳐진 결과물입니다.
여당의 비대위원장 한동훈이 입만 열면 '민주당은요?' 라고 반문하며 전과자 타령을 합니다. 하지만 집권여당이 소속 집단에 대한 수사는 무마하고 김건희 특검에 반대하는 현상황에 저런 말들은 오히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만 키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왜냐하면 범죄나 전과 사실을 공격하는 도덕성 프레임은 상대보다 확실한 도덕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때나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특검,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의 쌍특검에 더해 디올백 사건, 채상병 사건, 해외 도피 사건 등 이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사건들이 줄줄이 걸려있어 도덕적 열세에 놓여있는 상황에서는 도덕성 문제를 거론하면 할수록 국민의힘만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제 무덤을 파고 자신들의 약점을 홍보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아무리 한동훈이 정치 초보라고해도 주위에 실력있는 참모들이 있을텐데 전략적인 메세지 관리가 전혀 안 되는 것을 보면 얼마나 감이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죠. 이쯤 되면 한동훈은 사실상 조국혁신당의 홍보 대사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조국이 같은 서울 법대 후배인 한동훈에게 '너 언제까지 윤석열 밑에서 치욕스런 수모나 당하며 집사 노릇이나 할래? 동훈아 너 나랑 일하나 하자' 수준이죠. 한동훈과 윤석열이 계속 키워주고 있으니 조국은 주어진 시간동안 마지막일지 모를 불꽃을 태우고 있는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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