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남과 베타메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목사님
작성일

본문

대선이 끝난 지도 3주가 지났습니다. 세 달은 지난 느낌인데 겨우 3주입니다. 정치글은 당분간 절필하기로 했으므로 사회 현상을 진단하는 "뇌피셜 사회심리학" 글을 쓰겠습니다.


0.73%로 진 대선, 그리고 1번으로 모였던 반혐오 정서 연대가 있습니다. 이러한 연대는 이준석씨와 국힘에 대항해 생긴 흐름입니다. 현재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혐오발언을 하는 이준석씨는 소위 이대남 키워드를 중심으로 갈라치기 정치를 했습니다. 이에 대한 반발과 새로운 연대로 떠오른 것이 1번남녀-2번남녀 프레임입니다. 1번X-2번X의 프레임은 그간 이대남 혹은 MZ세대 남자들로 묶여서 취급되던, 민주진보진영을 지지하던 이른 바 1번남에게 독립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프레임이 이번 연대를 주도하고 적극적 정치참여자로 거듭나고 있는 1번녀들에게서 나왔다는 점은 더욱 고무적입니다. 새로운 각성 세대의 등장이니까요. '이뽑튀' (이재명 뽑고 현생으로 튀겠다)는 아쉽게 안 됐지만, 민주진보진영은 1번남녀라는 새로운 지지세력과 연대 세력을 얻었습니다.


그간 MZ세대 대표자 노릇을 하며(언론이 만들어준 프레임), 자신들의 의견이 주류인 양 행세하던 소위 2번남들은 이 프레임이 죽도록 싫었던 거 같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페미에 항거하면서 정치적 목소리는 내고 싶었고, 그들을 이용하는 이준석씨가 떠오르면서, 이준석을 신봉하며 이준석에게 휘둘리는 정치세력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자신들이 가장 능력적으로 뛰어난 세대이지만 찬밥 신세를 받고 있다고 여깁니다. 능력적으로 사실 자신들은 알파 메일인데 돌아오는 대접은 베타 메일이라는 심리를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 알파메일과 베타메일 ***

최초로 ‘알파 메일’이라는 용어를 쓴 사람은 스위스의 동물 행동학 학자, 루돌프 쉔켈(Rudolf Schenkel)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늑대의 무리생활을 세밀하게 관찰한 후 1947년 논문에서 늑대 사회의 알파 메일, 알파 피메일(alpha female), 베타 늑대라는 신조어를 사용했다. 가장 힘없고 빽 없는 승냥이는 오메가 늑대라 명명했다. 베타는 알파를 도와주는 보조역할을 한다. 알파는 주연, 베타는 조연. 유사시에는 베타가 알파 역할을 하는 경우가 인간 사회의 정치구조와 아주 흡사하다. 툭하면 화풀이를 당하는 희생양(?) 오메가의 처지 또한 그렇다. 

(출처: https://news.koreadaily.com/2021/02/09/society/opinion/9081894.html  중앙일보 링크 클릭 주의)


알파메일은 사회를 주도하며 주인공으로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반면(짝짓기에서도 우위를 점합니다), 베타메일은 그를 뒷받침하는 세력으로 분류됩니다. 소위 인터넷에서 베타메일 정서를 가지게 되면 자신들이 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가지지 못한, 루저로 취급받는다는 정서를 서로 공유하게 됩니다. 이러한 정서는 아웃사이더(아싸)의 정체성까지 이어져서 알파-위너-인싸 vs 베타-루저-아싸의 대립구도로 사회를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알파메일을 좋아하는 여성들에게도 혐오가 이어집니다. 이 심리는 교묘하게 투사된 모양새입니다. 자신들은 알파를 이겨낼 수 없으니, 아무리 미워하고 혐오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미 실질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패자'임을 자인하고 들어가니 미워할 대상으로 알파메일을 상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알파메일에 대한 혐오정서는 여성에게 투사됩니다. 알파메일에 반해 만만하다고 여기는 대상으로 혐오가 옮아간 것입니다.


요즘 떠오른 인셀로 지칭될 만한 사람들도 이런 심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반강제적으로 성관계를 가지지 못한 동정남인데, 여자들은 알파메일한테 푹 빠져버린' 현실이 너무 증오스럽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처녀를 찾고 남자에게 순종적인 여성상을 추구합니다. 근데 여기에 페미들로 인해 알파메일에게 밀린 자신들이 여성들에게도 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니, 페미를 혐오하고 더 나아가 여성 전체를 혐오해버립니다. 혐오정서의 확대이지요. 그래서 여자를 좋아하지만 동시에 혐오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가상의 순종적인 처녀를 좋아하지만, 알파메일을 우선시하는 현실의 여성들을 증오합니다.


그런 그들이 소위 이대남, MZ세대로 분류되면서 세대정치론의 선두주자로 임명됐습니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여기는 중 1번-2번 프레임이 등장합니다. 1번-2번 프레임은 단순히 지지정당의 기호에 따른 것에 불과하지만, 어쩐지 1번은 알파와 연결되고 2번은 베타와 이어지는 듯 합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알파는 첫 번째 글자이고 베타는 두 번째 글자니까요. 이 묘한 구도는 자신 안에 없어졌다고 믿었던 베타메일의 정서를 다시 불러옵니다. 기분이 나쁘죠. 그래서 2번남이지만 1번남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야 사회를 주도하는 듯 하고 여성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여겨지니까요. 그래서 이런 반응이 나왔던 것입니다.







출처: 굳이 들어가실 필요 없습니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newconservativeparty&no=2672800
https://www.inven.co.kr/board/maple/2299/8740464
https://www.fmkorea.com/4416057573
https://tgd.kr/s/zledisd/62430918
https://www.dogdrip.net/389154777


이 글들이 재밌던 이유는 간단히 다음과 같습니다.

1. 1번-2번 프레임이 싫었지만

2. 1번남이 되고 싶었고(2번으로 불리기 싫으니까)

3. 왜 1번이 1번이고 2번이 2번인지 모르지만

4. 정치적 의견을 주도하는

5. 앞세대(e.g. 4050)보다 자신들이 뛰어난 세대라고 믿는 사람들이 쓴 글


지금은 왜 1번이 1번이고 2번이 2번인지 잘 알 거라고 믿지만 저들이 주도해서 뽑은 사람이 굥옽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준석씨가 시작한 남녀 갈라치기 및 세대정체성 정치는 혐오정치를 이어졌고, 그 혐오 정치로 만든 정부가 차기 정부이기 때문입니다. 인류 역사상 혐오 정치로 가장 성공한 세력은 나치이고 나치의 결과물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 혐오는 끝없이 이어지고 혐오대상을 바꿔댈 뿐입니다. 대선 이전에는 자신들보다 나이 많았던 세대와 여자들이었지만, 지금은 장애인들에게 옮겨졌습니다. 혐오 정서로 정치적 정당성 부족을 메워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남을 타자화하고 댓글로 비난하고 매장시킬 대상을 찾습니다.


이러한 정서로는 그들이 알파메일이 되기 어렵습니다. 만에 하나 다음 총선에서 국힘당이 이겨서 1번당이 되고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1번남이 되어도 알파 메일은 될 수 없습니다. 혐오로 지성의 빈 곳을 채우고, 뱉어내는 말들은 증오만 담고 있으며, 남이 붙힌 페미라는 딱지에 어떤 사람의 가족과 당사자가 죽어도 반성하지 않는 그들이 알파가 되는 건 불가능합니다. 동물사회에서 알파는 힘이 세고 강하면 그만이지만, 인간사회의 알파는 공감하고 다같이 생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혐오는 그런 감각을 마비시키고, 베타가 알파로 변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봉쇄해버립니다.


지속적으로 공감과 연대를 확대해가야 합니다. 그리고 혐오가 이길 수 없는 풍토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앙톨레랑스(불관용)은 톨레랑스(관용)의 대상이 아님을 꾸준히 보여줘서 그들이 깨닫게 해야 합니다. 그들의 혐오정서를 무조건적으로 사랑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공감과 연대를 추구하는 사람들만이 살아 남고 성공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지금의 공감과 연대의 1번 정서가 지속적 힘을 가지고 퍼져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관련자료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